중국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 1위가 GM… 관세 40% 부과하면 GM에 직격탄
  • ▲ 美디트로이트 소재 GM 본사 건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美연방정부의 재정지원도 받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美디트로이트 소재 GM 본사 건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美연방정부의 재정지원도 받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美연방정부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제네럴 모터스(이하 GM)가 구조조정에 들어간다고 밝히자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발끈하며 수입산 자동차들을 막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세계 자동차 시장을 살펴보니 트럼프 정부가 표적으로 삼은 중국보다는 오히려 미국 자동차 업체 GM가 공격을 받게 생겼다.

    GM은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美본토에 있는 공장 5곳을 폐쇄하고, 직원 15%를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GM을 향해 “곱게 말할 때 공장 더 지으라”고 압박하는 한편 “수입산 자동차들에 대한 관세를 대폭 높이라”고 지시했다. 美무역대표부(이하 USTR)의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대표는 28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과 중국이 자동차에 적용하는 관세를 동등하게 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美USTR은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중국의 관세정책은 지독한데, 특히 미국 자동차에 대해서는 최근 40%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나라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 15%의 두 배를 넘는다”면서 “미국도 중국산 자동차에 똑같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中공산당 정권은 강력히 반발하는 척하지만 실제 움직임은 거의 없다. 中자체 브랜드가 생산하는 자동차 가운데 미국에 수출하는 양은 극히 작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차, 사실은 매우 적어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2017년 말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미국 자동차 판매 대수는 1720만 대였고, 2018년 예상 수요는 1680만 대였다. 참고로 2017년 한국 자동차 판매 대수는 180만 대 안팎이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대부분 공산당 정부를 배경으로 업고 있다. 한 예로 쌍용차를 인수한 뒤 ‘단물만 빼먹고 튀었다’는 논란을 일으킨 상하이 기차의 임원 중에는 상하이 공산당 고위간부 가족들이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2015년부터 평균 가격 1만 5000달러라는 초저가를 무기로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시도는 실패했다.

    미국 연간 자동차 판매 1700만대... 중국차는 2만대

  • ▲ 中베이징 기차 공장. 베이징 기차는 벤츠와 손을 잡아 성장한 뒤 벤츠의 최대 주주가 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中베이징 기차 공장. 베이징 기차는 벤츠와 손을 잡아 성장한 뒤 벤츠의 최대 주주가 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카 가이’라는 국내 자동차 전문매체가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 통계를 토대로 한 보도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중국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2만 3544대였다. 2016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9%나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이 또한 1만 대 이상을 미국에 보낸 GM 캐딜락과 볼보 S60 인스크립션을 빼면 미국에 수출된 중국산 자동차는 ‘한국 시장에서 슈퍼카 팔리는 대수’ 정도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산 자동차 관세 40%” 지시에 중국 자동차보다 놀란 곳은 유럽과 미국,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었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면서 세계 유수 브랜드의 핵심 생산기지 역할도 하고 있다.

    독일 BMW는 랴오닝성 선양, 대둥, 톄시 등 세 곳의 공장에서 연간 5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해 다른 나라로 수출하고 있다. 아우디는 독일 3사 가운데 가장 먼저인 1988년 이미 현지 공장을 세웠다. 다임러의 메르세데스 벤츠는 베이징 기차와 합작 법인을 만들어 저가형부터 고급형 모델까지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은 향후 중국 생산시설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도 중국에 많은 공장을 두고 있다. 토요타는 광저우, 텐진 등에 공장을 두고 있고, 혼다는 연 6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닛산은 연 16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중국에서 만들고 있다.

    유럽·미국 업체와 중국 업체 간의 합종연횡도 만만치 않다. 스웨덴 볼보를 집어삼켰던 中지리자동차는 2018년 들어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의 최대 주주가 됐다. 지리자동차는 볼보, 벤츠 외에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까지 갖고 있다. 벤츠와 손을 잡았던 베이징 기차는 사브의 생산설비와 지적재산권을, 둥펑 자동차는 프랑스 푸조-시트로엥 지분을, 광저우 자동차는 2019년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피아트 크라이슬러 그룹(PCA)과 제휴를 모색 중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차는 현재 중국에 5개의 대규모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기아차는 옌청에 대규모 공장을 갖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이 이를 통해 만드는 차 대수는 연간 200만 대 이상이다. 현대기아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국 공장에서 제네시스 라인을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 르노삼성의 모회사인 프랑스 르노는 과거 한국 공장에서 만든 물량을 한국에서 판매하는 동시에 중국 등으로 수출했지만 이제는 중국에서 상당량을 생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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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 요, 요망한 GM같으니…"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자동차 시장, 2900만대 만들어 2900만대 팔아

    이렇게 만드는 차량들은 놀랍게도 중국 내수시장에서 대부분 소화된다. 중국의 연간 자동차 판매 대수와 생산 대수는 각각 2900만 대다. 보통 생산이 판매보다 수십만 대 많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팔리는 중국산 자동차는 1100만 대에 육박한다. 중국 내 매출 순위를 보면 1위부터 10위까지는 대부분 독일, 일본, 미국, 한국 브랜드다. 11위부터 20위까지는 중국 브랜드다.

    중국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해외로 수출하는 선봉업체는 바로 GM이다. GM은 중국에서 만든 차를 미국, 멕시코, 칠레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일자리 감소의 문제는 중국 탓”이라고 생각, GM이 공장을 폐쇄한다고 밝히자 중국을 향해 엄포를 놓았지만, 이것이 오히려 GM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정부가 만약 중국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미국 일자리를 지키고자 한다면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중국산 자동차 부품 수입을 압박하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RTA)가 2015년 3월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한 자동차 부품 규모는 2014년 말 기준으로 83억 달러(한화 약 9조 3000억 원)가 넘는다. 멕시코, 캐나다에 이어 3위다. 또한 중국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씩 증가 중이라고 한다. 그 비결은 중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지원금을 주고 ‘그림자 금융’을 통해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를 ‘공정무역’ 문제로 삼아 압박하는 것이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40% 부과보다 나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