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터무니없이 나오면 테이블 나와라… '벼랑끝 전술' 北에 적극적 태도를
  • 협상학으로 유명한 하버드 로스쿨의 렉스 교수는 상대가 터무니없이 나오거나가 조건이 여의치 않을 때는 협상을 안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악마와도 협상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분의 말씀이라 의아했지만 그사이 협상장 밖에서 우호적인 조건을 준비하라는 적극적인 협상의 한 방법이다.

    북한의 상대 무시 전술은 악명 높다. 태영호 전 공사의 책에서도 북한 담당자들은 협상장 뿐만 아니라 평소 언행까지 일일이 감시되고 있는 처지라 무조건 자신들 입장만 큰소리치는 벼랑 끝 전술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렉스 교수도 북한은 자신의 원하는 것에만 집중을 하는 즉 협상 본연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 “세계에서 협상을 가장 잘 못하는 나라”라고 평하기도 했다. 실제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때도 처음에는 우리 쪽이 도끼를 던져 반격한거라며 적반하장격으로 처벌을 요구했으나 당시 미국의 항공모함 파견, 박정희 대통령의 주변 북한 초소 4개를 파괴 등 강력한 대응을 하자 김일성 주석이 직접 사과 표명했다.

    최근에도 싱가포르 1차 미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김계관 외교상과 김선희 부상이 막말을 하자 트럼프가 회담을 취소하며 “당신들 핵무기 보다 우리 것이 강력하고 나는 이를 사용하지 않게 되기를 신에게 기도한다”라고 경고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직접 사과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인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김정은이 회담 재개를 위해 무릎 꿇고 빌었다”며 언론에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런 상대에게는 어떻게 대해야할까?

    지금 협상에서 가장 아쉬운 사람은 북한

    첫째, 모든 패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말라. 협상에서 너무 솔직하면 이용당하기 쉽다. 지난 9월 우리 대북특사단의 평양 방문 시 “간절함 안고 간다”는 메시지가 이런 나쁜 예이다. 지금 협상에서 가장 아쉬운 사람은 북한이다. 핵미사일과 장거리 미사일은 이미 드러난 패이다. 북한은 헌법보다 상위에 있다는 김정은 위원장부터 그의 말을 수행해야하는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특히 경제 해금에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주 김위원장 스스로 “나라 사정이 어렵다” “풍족하지 않다”라고 드러내거나, 북한 산림청 실무자가 우리 쪽과 사업 진행시 김정은 위원장의 10년 내 녹화사업 발표를 언급하며 이미 2년이 지났다며 우물서 숭늉 찾듯 우리 실무자에게 재촉하는 것, 리선권 위원장이 우리 기업인들에게 안하무인격으로 “목구멍에 냉면이 넘어가냐”는 발언에도 다급함이 들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배곯으며 핵만 가지면 강성대국 된다고 북한 주민들을 쪼여왔지만 국제사회 제재 등으로 여전히 먹고 살기 힘들어하는 내부의 불만을 두려워하고 있는데 우리가 더 급해 보인다.

    협상당국자들, '배드캅' 역할해야

    둘째, 상대의 전술도 이용하라. 수사기법에서도 흔히 이용되듯 굿캅, 배드캅 역할을 상대가 한다면 마땅히 우리도 그리해야한다. 오히려 최고 책임자의 공간이 더 넓어질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미소와는 달리 협상 실무자들이 우리 통일부 장관이나 국회의장에게 막말이나 무시하는 것은 대표적인 굿-배드캅 역할이다. 우리도 대통령이 외신으로부터 ‘북의 수석대변인’ 평가를 받을 정도로 미소를 보였다면 다른 사람들 즉 여당 대표나 협상당국자들 가운데는 단호한 배드캅 역할도 나와야 한다.

    지금처럼 모두 저자세라면 소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가 오히려 빛을 잃게 된다. 앞을 사례처럼 북한 관계자들은 협상을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강한 사람에게는 약하고 특히 실무자는 상대보다 당의 눈치만 심하게 보는 점을 간파해 대처해야 한다.

    야당도 반대만 말고 대안 제시해야

    끝으로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만큼 자유로운 야당의 강력한 목소리도 기대한다. 통일을 반대하는 이미지가 아닌 스스로의 목소리가 담긴 통일 주제 국민토론회나 제안을 제시해야 한다. 100억 호화 연락사무소가 아니라 굶주린 북한 주민, 열악한 아동, 여성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 오히려 정부에서도 그 목소리를 북한을 설득하는 레버리지로 삼을 수 있다.

    통일은 여당의 동력 만으로만 나갈 수 없는 과제이다. 국제적으로도 크게 북핵 때문에 남북한 둘만이 앞서 나간다고 풀리지 않는다. 간절한 상대의 목적을 활용해야 한다. 조급해하는 쪽이 잃는다. 일방적인 대변인 모습보다 합리적인 협상대표 또는 협상단원의 모습을 북한과 전세계에 보여주길 바란다.

    /권신일 에델만코리아 부사장(관광정책학 박사, 하버드대 로스쿨 협상학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