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인터뷰에서 과감하게 생각 드러내… 노무현 vs 문재인 직접 비교하기도
  • ▲ 한국당 비대위 첫 인선을 밝히고 있는 김병준 혁신 비대위원장과 그 옆의 홍철호 신임 비서실장,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 등 ⓒ뉴데일리DB
    ▲ 한국당 비대위 첫 인선을 밝히고 있는 김병준 혁신 비대위원장과 그 옆의 홍철호 신임 비서실장,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 등 ⓒ뉴데일리DB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언론과의 접촉이 활발해지고 있다. 주요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연달아 잡으면서 김 위원장은 자신의 향후 정치적 구상과 방향성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면 비판을 내놓는가 하면 최근 불거지는 여러 위기와 혼란에 대해 비교적 일관된 처방을 내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생각을 읽는 세개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세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그의 생각은 크게 '자율', '시스템', 그리고 '노무현'으로 정리될 수 있다.

    #1. 통제가 아닌 자율, 중앙이 아닌 분권

    먼저 김 위원장은 시장 경제 질서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 김 위원장은 "북유럽 복지국가로 스웨덴을 많이 얘기하는데 우리나라보다 시장 자유도가 훨씬 높다"고 답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 역시 과거 국가 주도형 정책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또 "국가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오판이자 착각"이라며 "(한국당이) 규제프리존이나 드론프리존 추진, 생명과학의 규제 완화 등 자율적 체제로 가는 혁신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행정학자로서 평소 지방 분권을 강조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참여정부 초기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을 맡기도 했던 그는 청와대 정책실장 재직 시절 참여정부의 정책을 중도 실용노선으로 끌어가는 데 역할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 인적청산? 당협위원장 교체? 그것보다 시스템에 방점

    한편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주제는 바로 인적청산이다. 혁신 비대위원장에 오른 김 위원장이 소위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 칼을 쓸 것인지는 현역 의원은 물론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신경쓰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인적 차원의 문제 해결보다는 구조적 차원의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인적청산은 반드시 필요하면 하겠지만 우리가 세울 새 가치에 합당한지를 보고 할 것"이라고 말한 김 위원장은 당장의 인적청산 의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적청산은 친박-비박 등 과거 행적으로 할 게 아니라 새로운 평가 척도에 따른 시스템으로 해야 한다"며 인물 교체보다는 어떤 인물을 뽑고 교체할 것이냐, 즉 '시스템'을 마련에 욕심을 보였다. 

    하지만 인적청산을 전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당협위원장 교체는 내가 가진 마지막 카드"라며 최후의 수단으로 얼마든지 쓰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시스템 마련에 먼저 나선 뒤 이를 한국당이 대폭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인적 청산 카드를 꺼내들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 文 대통령을 아프게 하는 김병준의 '노무현' 인용

    한편 김 위원장은 여러 인터뷰와 기자 간담에서 늘 '노무현'을 강조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그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업적을 내세우는 것은 다소 이상한 모습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그러한 '노무현' 강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참모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꽤 아픈 말들이 아닐 수 없다. 또 노무현 정신의 '정치적 저작권'을 독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게도 김 위원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는 평이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시장 개입이 과거 노무현 정부보다 훨씬 강하다"며 현 정부의 좌향좌를 비판하는가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보다 시장에 대한 이해가 매우 깊었고 그런 정책을 추진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교하기도 했다.

    또 "노무현 정부도 국방비를 이전 정부보다 더 늘렸고 자주국방에 힘을 쏟았다"며 현 정부의 안보 정책을 지적하면서 "노무현의 실천 방법은 문재인보다 단단하고 치밀하다"며 문 대통령의 편향성을 꼬집었다. 

    그는 "경쟁 구조를 만들어야 긴장감이 살아난다. 진영논리, 계파싸움에 빠지지 않고 정책경쟁을 하자는 것이 바로 노무현의 꿈"이라며 노무현 정신에 입각한 정치 개혁도 강조했다.

    이처럼 그는 노무현 정신을 서슴없이 이야기하며 한국당의 '反노무현' 색채를 빼는 데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그의 반복되는 '노무현' 인용이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에게는 확실한 견제구가 될 수 있지만, 한국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