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미북, 단계별 비핵화에 인식 같이해" CVID 부인… "문정인 해석은 아전인수격" 비판
  • ▲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통일 특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통일 특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지(紙)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미북 정상 합의문에 담긴 '완전한 비핵화'가 곧 CVID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지난 19일 <싱가포르 회담에서 패자는 없었다(There Were No Losers at the Singapore Summit)>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 문정인 "완전한 비핵화가 곧 CVID"

    문 특보는 미북정상회담 직후 국내 '보수 성향의 동료'들로부터 강한 비판적 의견과 실망스러운 반응들이 있었다며 글을 시작했다. 

    CVID와 북한인권 이슈 등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비판적 의견의 주된 내용이었다며 문 특보는 "한국의 보수세력과 미국의 트럼프에 대한 리버럴 주류 비판 세력이 역설적인 공통점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 특보는 미북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먼저 문 특보는 "외교 교섭은 대개 불완전한 윈-윈 게임을 수반한다"며 "바로 싱가포르 회담이 그런 케이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확신할 수 있었고 북한은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와 안전 보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국 역시 회담의 수혜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특보는 싱가포르에서 '루저(loser, 패배자)'는 없었다며 '대단한 성과(quite an accomlishment)'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선언문에 비핵화의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이 담겨있지 않아 사실상 '실패한 회담'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문 특보는 "판문점 선언에서 이미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며 "평양, 서울, 워싱턴은 이미 '완전한 비핵화'가 CVID와 동의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는 실무선(working-level talks)에서 다뤄질 문제라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발표한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대해서도 문 특보는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다. 

    문 특보는 "일시적인 유예는 연합훈련들의 축소 또는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미동맹과 전투 준비(combat readiness)에 미칠 영향은 최소한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의 이와 같은 결정은 어디까지나 조건부일 것이라는 문 특보는 "북한의 적극적인 양보(proactive concessions)에 대한 보상(reward) 격에 해당된다"고 평가했다. 북한인권이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마트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 특보는 "북한을 다루는 여러 의제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며 추후 과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미국이 모든 이슈를 한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며 "주된 목표는 핵 이슈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평화 무드가 조성되면 자연스럽게 북한인권 이슈도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 특보는 "싱가포르 프로세스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면서도 "그것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조성에 있어 발전적인 길을 닦는 데 기초를 제공했다"고 총평하면서 기고문을 마무리 지었다. 

    ◆ 정작 북한은 CVID 아니라는데...

    하지만 이같은 문 특보 나름의 해석이 북한의 입장과도 맞아 떨어지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문 특보가 지나치게 희망 섞인 기대만을 되풀이 해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북한은 바로 '선(先) 보상, 후(後) 비핵화'를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엄연히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어디까지나 '한반도 비핵화'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의미한다. 

    당초 거론되던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는 이른바 '리비아 모델'로 불려지는 비핵화 방식이다. 리비아모델은 구체적으로 시한을 정해 그 안에 일거에 비핵화를 단행하는 방식으로, 어떠한 보상책이나 상응하는 조치의 이행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비핵화는 거리가 멀다. 

    북한이 CVID에 대한 염증적 거부감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이른바 '체제 보장'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비핵화에 나설 수 없다는 북한의 확고한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미북정상회담 직후 노동신문은 이러한 북한의 입장을 재확인하듯 "조·미 수뇌분들께서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이룩해나가는 과정에서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대하여 인식을 같이하셨다"고 주장했다.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CVID가 합의된 것은 아니라며 쐐기를 박은 것이다.

    따라서 문 특보의 '완전한 비핵화가 곧 CVID'라는 해석이 '아전인수'격에 해당되는 것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나 북한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 뚜렷한 근거 없이 '낙관론'만을 되풀이 한 점 역시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