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인 세금 안쓸 것" 공언…천문학적 비용 한국이 떠안을 가능성 커
  • ▲ 최근 국내 언론이 美경제전문지 '포춘'을 인용해 보도한 '비핵화 비용 2조 달러' 기사는 美블룸버그 통신이 英투자은행 '유라이존 JLC 캐피탈'의 보고서를 인용한 내용이었다. ⓒMBN 관련보도 화면캡쳐.
    ▲ 최근 국내 언론이 美경제전문지 '포춘'을 인용해 보도한 '비핵화 비용 2조 달러' 기사는 美블룸버그 통신이 英투자은행 '유라이존 JLC 캐피탈'의 보고서를 인용한 내용이었다. ⓒMBN 관련보도 화면캡쳐.
    최근 국내 언론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세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2조 달러 가량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최근 국내 일각에서는 이것이 美중앙정보국(CIA) 소식통에서 나온 ‘북한 비핵화 대가’로 잘못 알려지고 있다.

    이 소식의 시작은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美블룸버그 통신 보도였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든데 드는 비용이 향후 10년 동안 2조 달러(한화 약 2,10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英런던 소재 ‘유라이존 SLJ 캐피탈’의 ‘스테판 젠’과 ‘조안나 프레리’는 북한 비핵화와 이에 따른 경제적 성장을 실현하는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추산한 결과 2조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이들은 독일 통일 이후 서독이 동독에게 지원한 1조 2,000억 유로, 즉 현재 가치로 1조 7,000억 유로(한화 약 2,137조 2,060억 원)이 소요된 것을 표본으로 해 이 같은 계산을 내놨다”고 덧붙였다.

    美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라이존 SLJ 캐피탈’의 조사는 북한의 비핵화와 이후 한반도 통일이 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다면 2조 달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가 없다고 했다.

    英‘유라이존 SLJ 캐피탈’의 조사는 통일하는 국가 간의 인구 비율과 관련이 깊다고 한다. 1989년 통일 당시 동독 인구는 서독과 비교할 때 27% 남짓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8년 현재 북한 인구는 한국의 50%에 육박한다. 때문에 남북한 통일에 더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한다. 여기다 통일 당시 동독과 서독 간의 사회기반시설, 공업화 정도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북한은 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낙후된 공업화 수준을 보이는 점도 비용 증가의 이유였다고 한다.

    英‘유라이존 SLJ 캐피탈’은 조사 보고서를 통해 “현재 핵무기를 앞세워 위협하는 김정은은 다른 나라들에게 완전한 비핵화를 보장하는 대가로 매우 큰 경제적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입장에 서 있다”면서 “서방 진영에서는 북한이 그렇게 큰돈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북한의 실체를 모르고 너무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 ▲ 2010년 8월 15일 당시 '연합뉴스'가 만든 통일비용 추산 그래픽. 실제 통일비용이 얼마가 들지는 아무도 모른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0년 8월 15일 당시 '연합뉴스'가 만든 통일비용 추산 그래픽. 실제 통일비용이 얼마가 들지는 아무도 모른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英‘유라이존 SLJ 캐피탈’은 보고서에서 “환멸스럽지만 북한이 개발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면 비핵화는 안 될 것이며 평화도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는 비핵화가 실행될 경우 북한이 경제적 지원에 가격표를 매길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英‘유라이존 SLJ 캐피탈’은 2조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돈을 한 나라가 부담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보고 대안도 제시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한국이 향후 10년 동안 북한이 요구하는 돈을 나눠서 부담하는 방안으로, 이 경우 각각 GDP 대비 1.7%, 1.6%, 7.3%, 18.3%의 비용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

    英‘유라이존 SLJ 캐피탈’은 그러나 북한 비핵화가 끝나고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국은 증시 상승 등의 이익을 보겠지만 일본은 국채 가격이나 엔화 표시 채권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뉘앙스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英‘유라이존 SLJ 캐피탈’의 조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비용을 포함해 김정은 체제가 무너진 뒤 국제사회가 북한 재건에 나서는 것을 전제로 했다.

    김정은이 국제사회에 ‘비핵화 대가’로 얼마를 요구했는가 하는 소식은 2017년 5월 홍콩 ‘쟁명’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홍콩 ‘쟁명’에 따르면 2016년 8월부터 중국과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비밀 협상을 벌였다고 한다. 이때 북한은 10년 동안 매년 600억 달러(한화 약 64조 4,500억 원), 총 6,000억 달러를 주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철회, 美北평화협정(불가침조약) 체결을 요구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각각 정권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협약에 서명할 것도 요구했다고 한다.

    북한은 자신들의 요구가 모두 받아들여지면 3년 동안 단계적으로 핵무기를 폐기하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홍콩 ‘쟁명’은 “이것도 중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요구 조건이 8개에서 4개로 줄어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비핵화 대가는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알아서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 ▲ 지난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정은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비밀리에 김정은을 만났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정은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비밀리에 김정은을 만났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콩 ‘쟁명’이 보도한 북한의 비핵화 대가 6,000억 달러는 김정은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기술도 그대로 보존된 상태로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요구하는 돈을 줘야할 경우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참고해 “한국이 70%, 일본이 20%, 미국이 20% 가량을 부담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KEDO의 대북지원은 북한 비핵화를 조건으로 한 게 아니라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경수로 2기를 지어주고, 원전이 완공될 때까지 매년 석유 50만 톤을 제공한다는 것으로 전체 비용 또한 46억 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비용 부담도 한국은 전체 사업비의 70%를 원화로 지급하기로 했고, 일본은 정액으로 10억 달러, EU는 10%인 8,000만 달러를 맡았다. 미국은 KEDO에 직접 비용을 지원하지는 않는 대신 석유 50만 톤과 KEDO 사업 추진 및 유지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했다.

    여기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美北정상회담 및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해도 미국인의 세금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김정은이 2017년 5월 홍콩 ‘쟁명’의 보도처럼 비핵화 대가를 요구할 경우 한국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를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미 대북지원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新북방정책’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대북제재 해제 이전에 북한과의 철도·도로·전력망·항만 재건 사업 등에 14조 3,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일이다. 이외에도 몇몇 위원회는 북한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필요한 비용이 151조 원이라며 조달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때문에 국내 일각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얼마를 요구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최근 분위기라면 어떻게든 부담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