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친박 對 친홍 대결서 친홍 對 반홍 움직임으로… '단합' 이끌 인물 나와야
  • ▲ 차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후보자로 거론되는 유기준 의원(왼쪽부터), 이주영 의원, 김성태 의원, 홍문종 의원. ⓒ뉴데일리 DB
    ▲ 차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후보자로 거론되는 유기준 의원(왼쪽부터), 이주영 의원, 김성태 의원, 홍문종 의원. ⓒ뉴데일리 DB

    자유한국당의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바짝 다가왔다. 늦어도 정우택 원내대표에 임기가 끝나는 내달 15일쯤엔 차기 원내지도부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원내대표 경선은 3파전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대표주자인 4선의 유기준·홍문종 의원이 단일화를 논의하고 있고, 친홍(친홍준표)계는 3선의 김성태 의원, 중도 성향으로 꼽히는 5선의 이주영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애초 친박(親朴)과 친홍(親洪)의 계파 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경선을 둘러싼 당내 계파 싸움의 출구가 보이지 않자 중도 성향 인물들이 선택지로 떠오르며 경선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 계파대결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면서다. 

    한국당 초선 14인은 지난 21일 “우리 당은 그간에 계파정치와 패거리 정치로 정당정치와 민주정치를 왜곡시키고 급기야 정권까지 빼앗겼다"며 원내대표 계파대결을 지양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의원들은 당 결속을 위해 대부분 ‘계파’의 ‘계’라는 단어조차 꺼리는 분위기지만, 누구나 원내대표 경선이 세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27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원내대표 경선을 둘러싼 갈등이 터져 나왔다. 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은 "주말 이틀 동안 홍준표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서 대표가 원내대표 경선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어 보였다"며 "계파를 없앤다면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말씀을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전날 홍준표 대표가 친박계를 겨냥 페이스북에 "최근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사당화 운운 떠들면서 또다시 계파부활을 시도하는 못된 사람들이 있어 한마디 한다"며 "박근혜 사당 밑에서 고위 공직하고 당요직 다 차지하면서 전횡하던 사람들과 아무런 소신 없이 바람 앞에 수양버들처럼 흔들리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홍준표 사당화 운운하다니 가소롭기 그지없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원내대표 자리를 둘러싼 친박과 친홍의 물밑 경쟁이 수면위로 드러나며, 계파와 무관한 제3지대 인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수순을 밟고 있다. 

    당내에서는 일찍부터 원내대표 경선이 친홍(親洪)대 반홍(反洪)의 대결로 맥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친박은 지금 지도부가 되는 것은 어렵다. 지역구 의견도 그렇다"며, 사실상 친홍과 반홍 진영의 경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복수의 한국당 관계자들도 당내 입지가 좁아진 친박 대신 제3지대 인물이 경선에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이처럼 친홍과 반홍의 대결 구도가 될 경우 종국에는 누가 더 '화합'에 적합 한 인물이 될 것인가가 경선의 판세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집안싸움 하나 처리하지 못하면서 바깥 투쟁을 전개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화합 없이 제1야당의 역할에 충실하기란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 재선 의원은 "보수가 궤멸상황에서 남은 건 단합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당권 싸움을 하면서 계속 갈등하면 국민들이 용서하겠느냐"냐고 강조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일치단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계파 갈등으로 궤멸 직전까지 갔던 한국당에게 더이상 '화합'은 선택지가 아닌 필수사항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