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무얼 하고 있고, 미디어들은 또 무얼 하고 있는가?
  • 우선 2개의 기사를 소개 한다.

    1. “문재인 정권이 향후 5년간 국가교육 정책의 중장기 방향을 결정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의장에 親전교조 성향 인물로 분류되는 신인령 前 이대 총장을 임명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설치근거가 없는 기구로 복합적인 교육현안에 대한 대안제시, 교육정책 방향을 제안 등의 미명하에
    교육개혁을 뒷받침할 목적으로 설치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 지적).” -김필재 기자(조갑제 닷컴).

    2. “지금 문재인 촛불혁명 정부에서는 국회보다 더 중요한 결정을 하는 '혁명위원회'가 많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시민참여단'입니다. 그리고, 경찰청 민간자문기구인 '경찰개혁위원회'와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입니다.”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조갑제 닷컴)

    이상의 두 기사 내용과 취지를 종합하면, 지금 이 나라에는 공식적인 권력과 위원회 권력이
    2중적으로 병립해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이라면 이는 중대한 상황이다.
    정상적으로는 한 국가에는 헌법이 정하는 1개의 공식적인 권력만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변동-변혁이 공식적인 국가와는 따로 돌아가는
    어떤 다른 곳에서 기획되고 입안되고 추진된다면 이는 일종의 준(準) 2중 권력 상태로서,
    예사로이 지나칠 일이 아니다.

    2중 권력 상태란 가까이는 2006년 집권했던 베네줼라의 차베스 정권 때 있었던 현상이다.
    공식적인 정부나 의회와는 별도로 ‘주민 직접참여’의 전국적 지역 콤뮨(local commune)들이
    국사(國事)와 관련해 차(車) 치고 표(包) 치고 하는 상태다. 이것은 헌법적 정부와 의회가 수행해야 할 결정권을 특정 세력이 ‘변혁’과 ‘민중’의 이름으로 거머쥐는 상황이다. 주요 변혁을 거기서 만들어 공식 정부에 입력시키는 것이다. 의회는 물론 관료제까지 뛰어넘고 바지저고리 만드는 상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오늘의 한국 현실에 대입해 볼 경우, 김문수 전(前) 경기 지사와 김필재 기자는 그것을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설치근거가 없는 국가교육위원회’ 또는 ‘촛불혁명 정부에서 국회보다 더 중요한 결정을 하는 각종 위원회들’이라고 예시(例示)한 셈이다.

    김문수 지사와 김필재 기자의 그런 비유가 과연 적실(適實)한지의 여부는 물론 더 검토해 봐야 한다. 다만, 그렇게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정될 경우엔 이 상황을 마냥 묵과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유지하기로 하는 한에는 혁명기(革命期)에나 있을 법한
    2중 권력 상태란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역대정부는 ‘위원회’라는 걸 물론 만들어 썼었다. 그러나 그 위원회들은 아무 실권도 없는 들러리에 불과했었다. 실권은 관료들이 쥐고 있었다. 그러나 만약 김문수 지사나 김필재 기자가 예시한 위원회들이 그처럼 ‘국회보다도 더 중요한 결정을 하는’ 기구이고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설치근거가 없는’ 기구임이 사실일 경우에는 "그런 초월적 권력'을 과연 용인하고 방치해도 좋은가?"를 전(全) 국가적인, 전(全)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시켜 논란해야 할 일이다.

    야당은 무얼 하고 있고, 미디어들은 또 무얼 하고 있는가?
    이런 게 정작 큰 이슈 아니고 뭔가?
    입 달린 사람들 모두가 나서서 외쳐야 한다.
    “당신들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건가? 당신들 꿍꿍이속이 뭔가?
    당신들 지금 자기들끼리 문 닫고 들어 앉아 숙덕숙덕 ‘변혁’ 만들고 있냐?”고.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 2017/10/16
    류근일의 캄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