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지 발언 이후 지지율 주춤하자 발걸음 끊긴 非文과 물밑 교류
  • ▲ 안희정 충남도지사. ⓒ정상윤 기자
    ▲ 안희정 충남도지사. ⓒ정상윤 기자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 문재인 후보를 추격 중인 안희정 후보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안 후보의 동력은 지난달 김종인 전 대표의 독일행 전후로 달라졌다는 게 정치권의 전반적 평가다. 김 전 대표의 독일행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여의도에선 비문계의 안 후보 지원설이 흘러나왔다. 다만 김 전 대표를 둘러싼 '탈당' 및 '직접 대선출마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현 상황을 비춰볼 때, 문 후보를 향한 안 후보의 추격 발판이 끊어졌다는 후문이다. 김 전 대표는 비문계의 좌장 격으로 정평이 났다. 

     
    ◇ 김종인의 독일행 전, 화기애애했던 안 후보와 비문

    김 전 대표가 독일을 방문한 지난 16일 이전, 안 후보 측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김 전 대표를 필두로 한 비문계의 안 후보 지원설이 여의도에 팽배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4일 김 전 대표와 20여명의 비문계 의원들은 여의도 인근의 한 식당에서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표는 "안 후보에게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기 정치인 시절 모습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만찬 자리엔 안 후보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재호 의원도 함께 했다. 이같은 정황상 비문계의 안 후보 지원설 무게감은 남달랐다.

    일각에선 안 후보의 '매직넘버(지지율 20%)'가 지속될 경우, 비문계의 안 후보 지원사격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점쳤다.

    당시 안 후보는 우클릭 행보로 매직넘버를 달성, '대세론'을 형성한 문재인 후보를 위협할 적임자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 김종인의 독일행 후, 눈치싸움 들어간 안희정과 非文

    김 전 대표가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2월 16일) 참석 후 귀국한 지난달 19일. 이때부터 안 후보 측과 비문계의 만남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안 후보 측과 비문계의 물밑 스킨십이 느려진 데는 '선한 의지' 발언이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의 '선한 의지' 발언은 지난 2월 19일 부산대학교 특강에서 나왔다. 보수정권의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 안 후보는 이 논란을 매끄럽게 해소시키지 못했고, 정치적 좌우 세력 모두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그 결과, 현재 20% 이하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안 후보 측과 비문은 선한 의지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 활발한 물밑 접촉을 해왔다는 게 야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즉 안 후보가 선한 의지 발언에 발목을 잡히자 비문계의 발걸음이 멈춘 셈이다. 이를 의식한 안 후보는 비문계가 촉구하는 개헌에 긍정적인 발언을 언급하는 등 '비문 구애'에 팔을 걷어붙였다.

     

  •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정상윤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정상윤 기자

     

    ◇ 수포로 돌아간 안희정의 비문 구애

    안 후보는 비문계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3년 대통령제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한 온라인 팟캐스트에 출연해 "대통령이 되면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개헌안을 국회에서 합의할 경우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되면 국회 개헌특위 논의를 촉진시킬 것이고, 그 결과가 임기 단축을 포함한다면 따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임기 3년을 포함한 개헌은 김 전 대표와 비문계가 그동안 강조했던 부분이다. 때문에 비문계와 안 후보가 '개헌'을 매개체로 공동전선을 구축할 경우, 경선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 후보는 비문계와 거리감이 있는 문 후보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지난 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묶어서 당 외연을 확대시키고, 당 동질감을 높이는 것은 (지도자의) 리더십 문제다. (그런 점에서) 문 후보는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문 후보는 지난 2015년 당대표 당시 비문세력을 포옹하지 못했다. 그 결과, 안철수 의원을 필두로 탈당사태가 발생했고 지금의 국민의당이 만들어졌다.

     

    ◇ 안희정의 경선 결과 예측한 김종인의 '여론 떠보기'?

    안 후보의 적극적인 비문 구애에도 불구하고, 최근 김 전 대표를 둘러싼 '탈당' 및 '직접 대선출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안 후보의 비문 구애가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일각에선 김 전 대표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은 경선에서 안 후보의 역전이 어렵기 때문 아니냐는 후문도 존재한다. 이러한 정치적 시선은 경선 레이스 중인 안 후보 입장에선 치명타다.

    김 전 대표의 측근들은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의 탈당) 시기가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가 탈당 후 대선 출사표를 던진다면, 야권의 대선지형에는 변동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반적인 견해다.

    그래선지 안 후보는 김 전 대표의 여론 떠보기와 실패한 비문 구애 전략을 최대한 수습하려는 모양새다. 5일 안 후보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안희정 멘토단' 출범을 알렸다. 멘토단엔 당내 초선 기동민-어기구-이철희 의원이 합류했다. 또 단장은 4선 중진 박영선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비문계 인사로 분류된다.

    안 후보는 "세 의원의 합류는 제 전력보강이자 경선승리를 향한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저 안희정의 도전이 정권교체의 미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