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9명 중 2명 임기 임박, '황교안이 임명하라' 요구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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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가운데). ⓒ뉴데일리 DB
    ▲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가운데). ⓒ뉴데일리 DB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신속한 종결'을 예고했다. 이에 대통령(피청구인) 변호인단은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헌재는 9명으로 구성된 전원 재판부에서 재판관 2명의 임기가 임박한 만큼 심리를 서두르겠다는 방침이지만, 변호인단으로선 증인 신문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헌재가 사실상 종결 일자를 정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만큼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선 것이다.

    박한철 소장은 25일 헌재에서 진행된 9차 변론에서 "나의 임기는 31일 만료되지만 후임자 임명 절차는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이정미 재판관 임기만료도 3월 13일로 목전에 뒀다"며 "소장의 부재 상태로 중대한 재판을 하게 된 상황에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 소장은 그러면서 "한 사람의 공백은 사건의 심리와 판단에 막대한 지장을 줄 가능성이 매우 크고 심판 결과를 왜곡시킬 수도 있는 만큼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헌재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이정미 재판관 임기 만료 전인) 3월 13일까지는 사건의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박 소장은 나아가 "앞서 4대 소장 상황을 포함해서 소장 공백 상태가 벌써 3번째 발생했는데, 10년 이상 아무런 후속 입법조치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국회와 정치권은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즉시 박 소장의 발언이 소추위원단 권성동 의원의 언론사 '인터뷰' 내용과 유사함을 지적하면서 "헌재와 소추위는 의사소통이 없었다고 말하지만, 만에 하나 (재판 조기 종결을 이유로)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이 대부분 불채택 된다면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그럴 경우 변호인단은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소장은 "피청구인 얘기는 타당하지 않고 무례한 얘기"라며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도 않고 있을 수 없는 근거없는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변호인단은 마치 재판절차가 공정성을 벗어난 것 처럼 발언하는데, 그 말은 이 자리에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재판을 시작하면서 공정성을 누차 강조해왔고 신속성을 말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소장이 임기를 마치면서 양측에 협조의 당부를 하는 말일 뿐 그 이상 다른 의미가 아닙니다.


  • ▲ 이중환 대통령측 변호인(왼쪽). ⓒ뉴시스
    ▲ 이중환 대통령측 변호인(왼쪽). ⓒ뉴시스


    ◆ "황교안 대행이 헌재 소장 임명해야"


    이중환 변호사는 변론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소장 공석을 황교안 대통령 직무 권한대행이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국회가 3명, 행정부가 3명, 사법부가 3명을 임명해서 각 3부가 적절한 인원을 배정하고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게 기본 정신"이라며 "우리로선 황교안 직무대행이 임명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이정미 재판관의 공석도 대법원에서 후임을 임명해서 9인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조기 종결할 경우 중대한 결심을 하겠다는 건 무슨 말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답했다. '변호사 전원 사퇴인가'라고 재차 질문하자 "그렇게 말하긴 어렵지만,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중대한 결심이 뻔하지 않나"라며 즉답을 피했다.

    '과도한 증인 신청으로 재판을 늦추고 있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고영태 등은 핵심 인물"이라며 "검찰 조사는 검사가 묻고 싶은 걸 묻는 거고 우리가 묻고 싶은 건 조서에 나오지 않지 않나, 증인들을 법정에 불러서 우리가 묻고싶은 걸 묻게 해달리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소추위원도 신경전을 벌였다.

    권성동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변호인단이 마치 나와 헌재가 내통한 것처럼 허위 주장을 하면서 중대 결심을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헌재의 공정성을 훼손하려고 한 것이고 국민을 압박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변호인단이 증인을 재차 신청하는 부분과 관련해선 "피청구인 측이 지나치게 많은 증인을 느닷없이 신청하면서 노골적으로 소송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국가의 대내외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하루빨리 대통령 부재 상태를 종식할 필요가 있다"며 "탄핵심판은 공정성 못지 않게 재판의 양대 이념인 신속성 측면도 살려야 할 것이고, 이 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 ▲ 박근혜대통령 탄핵심판. ⓒ뉴데일리 DB
    ▲ 박근혜대통령 탄핵심판. ⓒ뉴데일리 DB

    한편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정부 비판적 증언을 늘어놨다.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자신을 반대하는 문화 예술계 사람들을 안고 가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지키지 않았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청와대가 블랙리스트를 내려보냈다"고 진술했다. 그는 특히 "김기춘 전 실장이 온 후부터 불이익을 요구하는 게 끊임없이 왔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예정됐지만 출석요구서가 전달되지 않았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류상영 더블루K 부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