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제, 안정적이지도 의사결정 신속하지도 않아… 독일식 내각제 개헌해야"
  •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사진)은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국회 개헌특위 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해볼 용의가 있다며, 개헌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뉴데일리 사진DB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사진)은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국회 개헌특위 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해볼 용의가 있다며, 개헌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뉴데일리 사진DB

    새누리당 5선의 중진 정병국 의원이 '여권발 개헌론'의 대열에 합류했다. 정병국 의원은 "개헌특위 위원장을 맡고 싶다"며 적극적인 의사를 나타내는 등 단순한 '합류'를 넘어, 국회에서의 개헌론을 선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병국 의원은 10일 오전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가을 말벌떼가 덤빈들 무슨 힘이 있겠느냐"는 촌평에 대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자극적인 발언은 정쟁만 야기한다"고 비판하면서도 "대통령 임기가 3~4년 도래하면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그런 (권력누수·레임덕) 현상은 있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할 수 없는 권력누수 현상은) 대통령중심제의 한계"라며 "그래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라고 '개헌론'을 피력했다.

    여권발(發) 개헌론에 5선 중진의 정병국 의원이 무게를 실은 것이다. 지난 7일 정진석 원내대표가 '대통령중심제'를 비판하며 "정기국회 일정을 잘 마무리한 뒤 얼마든지 개헌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시사한 이래로 불붙기 시작한 '여권발 개헌론'에 기름을 붓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도 "(국정감사 이후 개헌특위가 구성되면) 개헌특위 위원장을 맡을 용의도 있다"며 "맡겨준다고만 한다면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개헌론'의 구체적 방향과 관련해서는 의회에서 대통령을 간선(間選)하는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제시했다. 이 또한 지난 7일 "독일식 내각제가 지구상에 마련된 권력구조 중 최고의 제도"라고 평가한 정진석 원내대표와 입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정병국 의원은 "독일식 내각제를 하는 게 맞다"며 "극단적 대립의 정치 문화를 완화할 수 있는, 연정과 협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게 옳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행 대통령중심제를 향해서는 "대통령제가 안정적이고 의사결정이 신속하다고들 하는데, 지금 두 가지 다 안 되지 않느냐"고 비판하면서 "오히려 의원내각제를 하는 영국이나 독일은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하고 있고 의사결정도 신속하다"고 강조했다.

    개헌의 로드맵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복안을 내놓았다. 정병국 의원은 "올해 안에 개헌특위를 구성하면, (개헌안에 대해서는) 논의할만큼 논의했기 때문에 올해 안에 (개헌)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 국민투표로 개헌하자"고 제안했다.

    개헌 절차에 관해 규정한 현행 헌법 제128~130조에 따르면, 국회의원 과반수가 발의한 개헌안은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며,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돼야 한다. 국회 의결이 이뤄지면 그로부터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사진)은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독일식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을 제안하며, 그 구체적인 로드맵에 대해서도 몇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뉴데일리 사진DB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사진)은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독일식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을 제안하며, 그 구체적인 로드맵에 대해서도 몇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뉴데일리 사진DB

    소요 기간을 감안하면 이론상으로는 내년 1월 중순까지 국회에서 개헌안이 발의되면 4월 재·보궐선거 시점에 맞춰 개헌안을 함께 국민투표할 수 있는 셈이다.

    정병국 의원은 "내년에 개헌이 된다면 총선을 다시 치를 수도 있고, 그게 안 된다면 대통령 임기를 절반으로 단축해 다음 (2020년) 총선 때부터 (신헌법을) 시행할 수도 있다"며 "여러 대권 주자들을 만나고 있는데, 이들도 공약으로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고 개헌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더라"고 전했다.

    개헌에 관해 두 가지 로드맵을 제안한 것이다. △내년 개헌 후 즉시 총선 방안은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의결되면, 적절한 시점(6개월 이내)에 총선을 다시 치르게 된다. 이후 새롭게 구성된 국회에서 신헌법에 따라 독일식으로 대통령을 간선(間選)하면 된다.

    국회의원의 임기가 단축되는 게 문제라고 하지만, 1987년 개헌을 할 때에도 이미 개헌에 따라 의원의 임기를 단축했던 선례가 있다. 1985년 2·12 총선을 통해 선출된 12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1989년까지였지만, 1987년의 개헌에 따라 이듬해 4·26 총선까지로 단축됐다.

    또, 의원내각제로 개헌되면 향후 국회의원이 임기 4년을 다 채울 일은 사실상 없어지고 정국 상황에 따라 수시로 의회 해산과 총선거가 치러지게 되므로, 단 한 번의 임기 4년에 연연한다는 것은 딱히 실익이 없다.

    오히려 이 로드맵의 문제점은 국회의원 임기 단축보다도 내년 12월로 예정된 대선이 갑자기 치러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특히 사실상 더민주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문재인 전 대표가 이 방안에 동의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두 번째 로드맵이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개헌하되 그 시행은 2020년 4·15로 예정된 21대 총선부터로 미루고, 내년 12월 대선에서 당선될 대통령의 임기를 그 때까지 약 2년여 정도로 단축한다는 것이다.

    이는 1997년 대선 때 이른바 'DJP 연합'에 의해 제시됐던 개헌 방안과 흡사하다. 당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97년 대선에는 DJ를 후보로 하되 △DJ는 2년여만 대통령 임기를 수행하고, 2000년 총선 전까지 내각제 개헌안을 발의할 것 △2000년 총선을 치른 뒤, 신헌법에서의 첫 총리는 자민련에서 맡는다는 내용의 합의를 한 적이 있다.

    이 방안의 약점은 개헌 여부가 오롯이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사적 선례에서도 DJ가 2000년 총선을 앞두고 내각제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약속을 뒤엎는 바람에 개헌이 무산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병국 의원은 "몇몇 분들과 만나서 의논도 하고 고민도 하고 있는데, 상당수 대권주자들도 개헌해야 한다고 대부분 이야기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개헌이 안 되면 개헌을 전제로 하는 공동전선을 펼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대권 주자들이 많이 있다"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