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대표연설 나흘만에 부연… 靑과 교감 하에 입장 바꿨다는 분석도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한 달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있은지 나흘 만에 개헌론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부연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한 달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있은지 나흘 만에 개헌론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부연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정치권에서의 개헌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분명히 했다.

    지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헌 관련 언급을 해 개헌론의 물꼬를 트는 것인지 주목을 받았으나, 이 언급의 해석을 놓고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오가자 추가적인 부연 설명을 통해 확실히 부정적인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정현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한 달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개헌론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정치인이나 정당이 개헌에 대해 나서거나 구체적인 개헌안을 (제시)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장차 마련될 개헌안은 특정 정파나 정치인의 소신에 따른 개헌안이 아니라, 그 정치인이 정계를 떠나고 없더라도 온 국민이 따를 수 있는 개헌안이 돼야 한다"며 "개헌이 정국의 혼란이나 갈등의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이는 사실상 현 시점 국회나 정당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것에 대한 완곡한 반대의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와 조금 있으면 국민의 시선이 각 유력 대권 주자들에게로 쏠릴 것이 분명한데, 국회나 정당이 나서지 않으면 개헌론을 견인할 추동력이 발생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개헌이 정국의 혼란이나 갈등의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못박은 것도 그간 정치권에서의 개헌 논의를 '블랙홀'이라며 경계해온 청와대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앞서 이정현 대표는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제는 국민이 주도하는 반영구적 국민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정치권의 합의에 의해 추진 방법과 일정을 투명하게 제시하자"고 했었다. 입장을 분명히 한 것에 불과한지, 아니면 입장이 바뀐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당시 이정현 대표발(發) 개헌론과 관련해서는 △완곡한 반대의 입장 표현이라는 해석 △대통령의 외유 중에 청와대와 교감 없이 던져진 발언이라는 해석 △친박계 당대표인 만큼 청와대와 사전 교감 하에서 제기된 개헌론이라는 해석 등이 제기됐었다.

    불과 나흘 만에 개헌에 관한 입장이 '강한 부정' 쪽으로 정리됨에 따라, 최소한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던 것은 아니라는 게 분명해졌다. 결국 애초부터 완곡하게 반대의 입장을 표현한 것이었는데 정치권의 해석이 그른 것이었든지, 아니면 개헌론을 던졌다가 청와대의 불쾌감 표명에 입장을 바꾼 것이든지 둘 중 하나의 가능성으로 압축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 관계로 중국 항저우를 방문 중인 와중에 여당 대표가 개헌론의 화두를 던진 것에 대해 청와대에서 불쾌감을 피력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아셈 정상회담을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에 나가 있는 중에 새누리당 김무성 당시 대표최고위원이 '오스트리아식 개헌론'을 제기해 정치권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는데, 마치 '데자뷰' 현상처럼 이를 떠올린다는 것이다.

    이날 이정현 대표는 청와대와의 소통에 관해 "겉으로 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지만, 보이지 않게 하는 것도 좋다"며 "나는 내 나름대로의 문제해결방식이 있다"고 언급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곡식이 여무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일전 최고위원·중진위원 연석간담회 때의 '바람론'을 재차 강조한 셈인데, 역으로 생각하면 '바람'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청와대의 불쾌감이 전달됐고, 이에 이정현 대표가 개헌에 관한 입장을 수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정현 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에서의 개헌 논의에 관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새누리당 내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의원들과는 당분간 불편한 관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 개헌추진모임의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이정현 대표의 (개헌론에 대한)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안 돼서 통화를 못했다"면서도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서 움직이기 때문에 꼭 대표의 뜻을 좇아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정현 대표의 뜻과는 관계없이 계속해서 개헌을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나아가 이정현 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논의를 한다면) 그라운드 제로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도 개헌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성동 의원은 이와 관련해 "개헌 논의가 시작된지 10년이 지났다"며 "논의는 다 됐고, 이제 결단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이정현 대표와는 상반된 인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