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이겨내달라… 통일 시대 오면 여러분이 주역 역할하게 될 것"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3일 비례대표 김성태 의원, 윤영석 대표비서실장과 함께 서울 남산에 소재한 탈북 학생 교육기관 여명학교를 찾은 자리에서, 학생들과 함께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3일 비례대표 김성태 의원, 윤영석 대표비서실장과 함께 서울 남산에 소재한 탈북 학생 교육기관 여명학교를 찾은 자리에서, 학생들과 함께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사람들은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고, 나는 지금 홀로 남아서, 밀림 속을 헤메다……'

    가왕(歌王) 조용필이 〈꿈〉에서 노래한 것처럼, 사람들이 저마다 고향을 찾아 일가 친척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추석 와중에 홀로 남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 있다. 추석이 돌아와도 고향을 찾아갈 수 없는 사람, 일가친척 그 누구도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쓸쓸이 홀로 남아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라는 생소한 '밀림' 속에서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학생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연휴를 앞둔 13일, 추석 명절에 가장 외로워지는 탈북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남산에 소재한 여명학교를 찾았다.

    ◆'희망 전도사' 이정현 "탈북 학생들, 통일 시대 주역될 것"

    취재진을 대동한 갑작스런 방문 행렬에 여명학교 학생들은 처음엔 다소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웅성거리는 학생들 사이에서 "누구야?" "국회의원?"이라는 말이 오가는 것이 들렸다.

    '높으신 분'의 방문에 다소 굳어 있던 학생들 사이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스스럼 없이 파고들었다. 단상이 준비돼 있었지만 처음부터 외면한 이정현 대표는, 단상을 바라보고 열을 맞춰 앉아 있던 학생들의 대열을 헤쳐 둥글게 다시 모여앉자고 제안했다. 빙 둘러앉기 위해 흩어지는 학생들의 표정이 상기되면서 굳어 있는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졌다.

    이날 여명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이정현 대표는 열변을 토했다. 일반적인 축사를 생각했는데, 훨씬 길어졌다. 새누리당 관계자조차도 "이렇게 길게 말씀하실 줄 몰랐다"고 할 정도였다.

    이정현 대표는 전하려고 한 메시지는 위로보다도 희망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는 "부모와 친구가 있는 곳을 떠나 새로운 희망을 찾아 이렇게 (대한민국으로) 온다는 것이 여러분의 나이에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우리 민족이 한데 모여서 정을 나누는 추석에 가족과 떨어져 있으니 슬프고 외롭겠지만 극복해달라"고 위로했다.

    "무지막지한 위험을 무릅쓰고 자유민주주의를 찾아서 온 그 힘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고 위로한 이정현 대표는 "위로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에게 희망도 드리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공부도 하고 직장도 갖고 가정도 꾸리며 간성(干城)으로 자라난다면, 반드시 100% 올 수밖에 없는 통일 시대에 두 체제를 다 경험해본 여러분은 주역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부 입장에서 봤을 때 여러분은 통일 시대의 주역이 돼야 할 사람이니, 잘 키우고 이 체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현 대표는 통일 시대의 주역이 돼달라고 당부하는 의미에서, 학생들과 함께 '나는 할 수 있다'를 세 번 외치면서 기념 촬영을 갖기도 했다.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3일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두고 서울 남산에 소재한 탈북 학생 교육기관 여명학교를 찾은 자리에서, 학생들과 함께 윷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3일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두고 서울 남산에 소재한 탈북 학생 교육기관 여명학교를 찾은 자리에서, 학생들과 함께 윷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추석 앞둔 학생들과 윷놀이하며 즐거운 시간 보내

    이후 이정현 대표는 동행한 새누리당 비례대표 김성태 의원, 윤영석 대표비서실장과 함께 늦더위를 가시게 할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내기를 걸고, 학생들과 4인 1조로 편을 나눠 추석 맞이 윷놀이를 했다.

    먼저 던지는 편이 불리하다는 게 중론이었는데, 이정현 대표가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채 당대표의 '관성'으로 먼저 윷을 놀았다. 나중에 후끈 달아오른 윷놀이의 열기와 이정현 대표의 '승부욕'을 감안해보면, 던지는 순서에 따른 유불리를 알았더라면 아마 이를 두고서도 치열한 다툼이 있었을 것이다.

    가장 마지막에 던진 윤영석 실장팀이 김성태 의원팀과 이정현 대표팀이 깔아놓은 말을 차례로 잡으며 추가 윷 기회를 얻어 앞서나갔다. 그러나 도중에 김성태 의원팀에서 '윷'이 나오면서 앞서나가던 윤영석 실장팀의 말을 잡은 뒤 자신들의 말을 업어 함께 나아가면서 전황이 반전됐다.

    이후로는 업어서 일거에 들어오려는 김성태 의원팀의 말을 이정현 대표팀이 추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야, 진짜 제대로 한 번 해보자"며 팔을 걷어부친 이정현 대표의 모습을 보며 "대표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윤영석 실장팀의 말을 잡으며 이정현 대표팀의 말이 앞밭에 들어가 지름길을 타게 되자, 이정현 대표는 외곽을 돌고 있는 김성태 의원팀의 말을 잡기 위한 거리를 계산하느라고 앞으로 무릎걸음을 하며 나오는 등 승부에 대한 열의를 드러냈다.

    무서운 승부욕에도 불구하고 김성태 의원팀의 말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서 '모'가 될 듯 했던 윷이 마지막에 기우뚱하면서 하나가 엎어지는 바람에 '도'로 전락하자,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있던 이정현 대표는 그대로 판 위로 털썩 엎어지면서 실망감을 나타냈다. 결국 김성태 의원팀의 승리의 하이파이브로 승부는 마무리됐다.

    ◆부지 확보 위한 입법 지원 호소에 진지한 검토 약속

    즐겁게 학생들과의 윷놀이를 마친 이정현 대표 일행은 컴퓨터실로 이동해 이흥훈 교장·조명숙 교감·신흥윤 사무국장 등 여명학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분위기는 곧 진지해져, 윷놀이로 후끈했던 열기에 정장 상의를 벗어뒀던 관계자들이 이를 다시 찾아 챙겨입는 모습이 보였을 정도였다.

    지금의 여명학교가 들어서 있는 곳은 당초 인근에서 열리던 목회에서 교육관으로 사용하던 장소였는데, 예배가 주말에만 열리니 주중에는 탈북 학생들을 교육해도 좋다는 허락을 득해 더부살이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목회의 교육관 기능을 끝내게 되자,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2000만 원으로 셋방살이가 시작됐다. 성금·모금만으로는 감당하기 벅찬 상황이다.

    건물 규모도 학생 100명이면 꽉 차는 정도인데 이미 초과했다. 초과 정원으로 인해 교육 기능은 물론 화장실·정화조 등 단순 기능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학생도 추가 모집해야 하고, 질 높은 교육을 위한 운동장도 필요한데 월세 모금도 힘겨운 상황에서 서울시내에 독자 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언감생심이 아닐 수 없다.

    학교 관계자들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언급하며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지난 2일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북한이탈주민을 교육하기 위한 목적에 한해 국·공유지에 학교를 건축해 기부채납 후 임대하는 방식으로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정현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통일을 대비하는 것인데, 뚜렷한 목표와 계획만 제대로 갖춰졌다면 부지나 예산의 확보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문제"라며 "(법안에 대한) 정부의 검토 의견이 있을텐데 보내달라"고 배석한 통일부 관계자에게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