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내 '문재인 대세론' 뒤집을 시간 필요한데… 조기 경선 하면 재보궐 선거 부담까지
  •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내년 상반기 내에 대선 후보 경선을 확정짓는 조기 대선 경선론을 펴고 있어 당 내 다른 대선 후보군과 진통이 예상된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내년 상반기 내에 대선 후보 경선을 확정짓는 조기 대선 경선론을 펴고 있어 당 내 다른 대선 후보군과 진통이 예상된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잠룡'들이 속속 대선 경선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선 시기를 놓고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지난달 30일 SNS에서 "지난 8.27 전당대회로 대선 경선 결과까지 이미 정해진 듯이 말하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라며 "우리 당이 대세론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세론은 무난한 패배의 다른 이름"이라며 "이대로 평이하게 가면 호남을 설득하지도, 중간층을 끌어오지도 못한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당권 불출마 선언 이후 사실상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해왔다"면서 "저는 멈추지 않는다. 소위 제3지대론은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대선 행보로 비칠 수 있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 시장은 인터넷 방송인 '원순 씨 X파일 시즌 2'를 통해 새누리당에 각을 세웠다. 대선 경선을 앞두고 일찍 세 결집을 시도 한 셈이다.

    그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에 새누리당이 국회 일정 중단을 선언하자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새누리당의 행동이야말로 국기 문란으로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31일 SNS에 "동교동도 친노도, 친문도 비문도, 고향도 지역도 뛰어넘겠다"면서 "김대중·노무현의 못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대권 행보를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이 대선 행보를 속속 예고한 것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8.27 전당대회에서 '조기 경선'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은 추 대표의 조기 경선론을 은근히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내년 4월 이전에 대선 경선이 시작되면 시·도지사들은 재보궐 선거를 각오하고 직을 그만둘 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현재의 구도만 놓고 본다면, 조기 경선론은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을 굳히는 도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야권 후보들이 끼어들 틈이 없이 일정이 진행돼서다. 야권 후보들로서는 조기 대선 경선이 달가울 리 없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전 대표가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려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새누리당 상황과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미애 대표는 "내년 상반기 내 대선후보 확정 짓겠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추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선 시기는 당헌·당규에 못 박혀 있는 것"이라며 "당헌·당규라는 정해진 절차가 있는 건데, 경선 시기 문제로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늦어도 내년 6월 말 이전까지 대선후보를 확정 지을 수 있도록 경선 일정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한편 히말라야를 다녀온 이후 줄곧 국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조기 경선론에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1일과 2일, 양일간 강원도 홍천, 화천·양구·철원 등 접경지역을 방문하는 안보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달 28일에는 SNS를 통해 위안부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고작 10억 엔에 역사를 지우려는 행태 또한 개탄스러울 따름"이라며 "최근 심각한 민주주의 후퇴를 생각하면 순국선열들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강변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공정성, 편파성 논란이 불거질만한 말을 피하면서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