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A 정보수집관으로 시작해 CIA 분석관, DNI 부국장, NSC 보좌관 거친 ‘북한정보 전문가’
  • ▲ 지난 2월 19일(현지시간) 美워싱턴의 씽크탱크 CSIS가 개최한 '북한인권과 이후 안보' 컨퍼런스에 나온 빅터 차 교수와 시드니 사일러 前국무부 6자 회담 특사(오른쪽). 지난 5월부터 주한미군에서 대북정보 총괄분석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美CSIS 관련 컨퍼런스 자료 캡쳐
    ▲ 지난 2월 19일(현지시간) 美워싱턴의 씽크탱크 CSIS가 개최한 '북한인권과 이후 안보' 컨퍼런스에 나온 빅터 차 교수와 시드니 사일러 前국무부 6자 회담 특사(오른쪽). 지난 5월부터 주한미군에서 대북정보 총괄분석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美CSIS 관련 컨퍼런스 자료 캡쳐

    NSA 정보수집관, CIA 분석관, 美국가정보장실(DNI) 북한 담당 부국장, 美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반도·일본 담당 보좌관, 美국무부 6자 회담 특사 등.

    화려한 전력을 가진 정보 전문가가 직급을 낮춰 주한미군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소식에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다.

    ‘주간동아’는 지난 6일 “백악관 출신 거물, 주한미군 부임 속사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시드니 사일러’ 前국무부 6자 회담 대표가 지난 5월부터 주한미군에서 ‘중령급’ 자리를 맡아 근무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다른 국내 언론들 또한 ‘시드니 사일러’가 주한미군 정보참모부(J2) 한반도 합동정보운용센터(JIOC-K)에서 대북정보 총괄분석 책임자로 근무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언론들은 ‘시드니 사일러’가 주한미군 정보참모부에서 북한 정세 분석을 관리하게 되면, 미군의 북한정보 분석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간동아’는 “JIOC-K는 군사위성, 고고도 정찰기 등을 활용해 북한을 24시간 감시하는 美501정보여단을 거느리고 있으며, 다양한 경로로 수집한 북한 정보를 취합해 정보판단서를 만든다”면서 “평소 중령급 군무원이 맡았던 자리에 ‘시드니 사일러’가 온 이유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주간동아’는 “시드니 사일러는 美국가안보국(NSA) 정보 수집관을 시작으로 중앙정보국(CIA) 총괄 분석 조정관, 국가정보장실(DNI) 북한 담당 부국장 등 30여 년 동안 관련 부서에서 일해 온 북한 전문가”라며 “엄중한 시기에 그가 주한미군으로 온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주간동아’는 美정부가 현재 북한 상황을 매우 불안정하다고 보고,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드니 사일러’를 직급까지 낮춰 주한미군에 보냈거나, 아니면 그에게 개인적인 사정도 있고 현장 근무도 다시 하고 싶어 한국에 온 게 아닌가 추측했다.

    다른 매체들도 ‘시드니 사일러’의 주한미군 근무, 그것도 직전에 일했던 美국무부의 국장급(6자 회담 특사)보다 몇 단계 낮은 직책을 맡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지나치게 한국적인 게 아닌가 싶다.

    ‘시드니 사일러’가 美국무부 6자 회담 특사에서 물러난 것은 2015년 8월 말이었다. 이후 그는 美워싱턴에 있는 CSIS 등 주요 씽크탱크 등의 초청으로 토론회, 세미나 등에 참석하며, 북한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풀었다. 2016년 들어서도 이 같은 행보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월 19일(현지시간) CSIS는 ‘북한 인권과 이후 안보’라는 주제의 컨퍼런스를 열었다. 당시 기조연설 직후 열린 토론에서 ‘시드니 사일러’는 ‘로버트 킹’ 前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함께 ‘패널’을 맡아 북한 인권문제와 체제 현황 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런 ‘소일거리’를 즐기던 ‘시드니 사일러’는 30년 동안의 ‘정보계 생활’을 다시 하고 싶었고, 한국계 미국인 아내와 아들이 현재 지내고 있으며 자신 또한 10년 넘게 살았던 서울에서의 근무를 자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시드니 사일러’가 보기에는, 지금 당장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중심 전략’을 펼치면서 한반도를 ‘린치 핀’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에 더 없이 좋아보였을 것이다.

  • ▲ 한국 언론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중심정책(Pivot to Asia)'이 한국과 일본을 위한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 그림처럼 'Pivot to Asia' 전략은 동맹을 달래고 中공산당을 막아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서 한국은 '린치 핀' 또는 '지렛대' 역할이다. ⓒ링크드인 관련 내용 캡쳐
    ▲ 한국 언론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중심정책(Pivot to Asia)'이 한국과 일본을 위한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 그림처럼 'Pivot to Asia' 전략은 동맹을 달래고 中공산당을 막아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서 한국은 '린치 핀' 또는 '지렛대' 역할이다. ⓒ링크드인 관련 내용 캡쳐


    참고로 서방 강대국의 고위층은 한국이나 중국 ‘고위층’과 달리 어떤 일이 생길 때 ‘현장 책임자’에게 가장 큰 권한과 책임을 준다. 그리고 상황을 성공적으로 수습해내면 최고의 영예를 안겨준다.

    특히 주한미군 정보참모부의 ‘한반도 합동정보운용센터’는 10년 이상 떠나 있었던 ‘현장감각’을 일깨우기에 더없이 좋았을 것이다. 현장과 정보분석가로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시드니 사일러’에게 한미 연합군과 美정보자산 등을 통해 들어오는 생생한 정보는 美백악관 NSC나 국가정보장실(DNI) 부국장실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점도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주간동아’ 보도 가운데, 지난 6월 22일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 연합사령부에서 주한미군의 정보분석 결과를 공유하는 회의 때 ‘시드니 사일러’가 브리핑을 진행했다는 것 또한 ‘현장’과 ‘데스크’ 간의 괴리감을 없애기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언론들은 ‘시드니 사일러’의 서울 근무에 대한 의미를 ‘한반도’로 국한시키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측면에서 보는 거 더 합리적이어 보인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처음으로 ‘북한문제 담당 보좌관(명칭은 한반도·일본 담당 보좌관)’ 자리를 만들었고, 여기에 DNI 부국장이던 ‘시드니 사일러’를 불러 앉혔다. 그는 3년 동안 이 자리에서 대북전략을 짰다. 6자 회담 특사가 된 것은 그 이후였다.

    美민주당이 ‘대중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한반도’를 ‘지렛대’로 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 20년 가까이 된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시드니 사일러’의 주한미군 근무는 중장기적 포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