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권 주자 없어 교통정리 어려운 새누리, 키는 원내대표에게
  • ▲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같은 당 권성동 사무총장(오른쪽)의 대립이 극에 달한 가운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왼쪽)가 22일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같은 당 권성동 사무총장(오른쪽)의 대립이 극에 달한 가운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왼쪽)가 22일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사무총장 간 힘겨루기가 3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중재자로 거론되지만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지난 19일 당무 복귀의 조건으로 권성동 사무총장의 경질을 내걸었다. 지난 17일 '일괄복당' 관련 비대위 회의에서 나온 발언에 모멸감을 느껴 칩거에 들어갔었던 그다.

    반면 새누리당 권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이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다. 2주 만에 사무총장을 경질한 전례가 없으며, 해임에는 비대위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 사무총장은 "새누리당 당헌 제26조 3항은 대표최고위원이 당직자 임명에 관한 권한은 '추천권'임을 명시하고 있고, 33조를 보면 최고위원회의가 의결을 통해 당직자를 임명하게 돼 있다"며 "당헌과 당규에 별도의 해임 규정이 없는 한, 임명권을 가진 비대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해임하는 것이 확고한 법리"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힘겨루기는 계파전 양상으로 번졌다. 비박(非朴)계는 "권성동 사무총장이 물러설 명분이 없다"고 옹호하면서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의 사퇴를 거론하며 압박했고, 이에 맞서 친박(親朴)계는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권 사무총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당 내홍 사태가 거듭되자, 비대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라도 중재자가 나타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중간 위치에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문제를 처리하기에 가장 적절한 위치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원내대표가 거론되는 것은 당을 내홍에 빠뜨리는데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원내대표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담겨있다.

    당초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거취 문제를 거론한 부분은 정진석 원내대표의 '범죄'발언 때문이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희옥 위원장을 찾아가 90도로 사과한 것도 같은 이유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때문인지 실제로 22일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있다. 내가 잠자코 있을 수는 없다"며 중재에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 ▲ 새누리당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권성동 사무총장 (왼쪽에서 두번째)이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옆에 앉아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권성동 사무총장 (왼쪽에서 두번째)이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옆에 앉아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하지만 정진석 원내대표가 효과적인 중재자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의원워크숍에서 상임위원장을 정하는 과정에서 "같은 상임위를 하고 싶어 하는 의원들끼리 자체적인 합의를 기다리겠다"면서도 "합의되지 않으면 경선을 통해 선출하겠다"고만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로서는 나서서 교통정리를 하기 쉽지 않은 입장이었을 수 있다. 기준을 제시하는 순간 새로운 계파 갈등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당시 현장에서 "원내대표가 기준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교통정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원성이 새어 나왔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아가 정진석 원내대표가 실제로 중재를 원하는지도 미지수다. 정 원내대표는 첫 번째 비대위를 꾸리면서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직에 앉히고 본인이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겸직하려 했었다. 또 이번 투표사건 역시 정 원내대표의 입장은 친박보다는 비박계의 손을 들어준 결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정 원내대표는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에 사과를 건넨 당사자다. 현재 논란이 불거진 사태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같은 사건의 책임이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권성동 사무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는 그림은 상상하기 어렵다.

    때문에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희옥 위원장과 권성동 사무총장 간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나서긴 했지만 실제로는 이번에도 사태를 관망하는 모양새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만일 정진석 원내대표가 중재에 나선다면, 어쨌든 권성동 사무총장이 고개를 숙이고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통 크게 양보하는 모양새로 전개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그런 그림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당 외 인사로 원내에 세(勢)가 크지 않은 데다, 현재 비대위를 구성하고 있는 김영우·이학재 의원 등 비박계 비대위원들이 권성동 의원을 감싸고 있어서다.

    결국 두 사람의 중간에서 누구도 효과적 중재를 하지 못한다면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직접 사퇴하는 등 파국을 맞이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여권관계자는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유력한 대권 주자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 권성동 사무총장 등의 중진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앞둔 기 싸움으로 본다면, 당분간 문제가 해결되리라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비관 섞인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