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절대 다수 親文, 대표 권한 강할 필요 없어… '4개월 시한부' 김종인 역습 가능성은 변수
  • ▲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전당대회 준비위원장. 그는 전준위 첫 회의 전날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최고위원제와 사무총장제의 부활을 전준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뉴데일리 DB
    ▲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전당대회 준비위원장. 그는 전준위 첫 회의 전날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최고위원제와 사무총장제의 부활을 전준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뉴데일리 DB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이끄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 회의가 27일 오전, 더민주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렸다.

    전날 오제세 전준위원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안에 따라 지도체제를 개편하면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다수"라며 "당헌·당규 분과에서 최고위원제·사무총장제를 다시 살리는 방안을 공론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혁신위가 강화해놓은 대표권한을 1년 만에 원점으로 되돌릴 것을 시사한 셈이다.

    앞서 더민주는 김상곤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원회를 통해 당대표의 체제를 강화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시계를 1년 앞으로 돌려보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4.29 재보궐 선거를 완패의 책임을 놓고 문재인 전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비노계와 문 전 대표에 우호적인 친노계 간 갈등에 휩싸였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문 전 대표가 4.29 재보궐 선거에도 책임지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당내 친노패권주의가 만연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7월 8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를 없애버리고 사무총장의 권한과 기능을 쪼개버리는 취지의 방안을 제시했다.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직이 계파 갈등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구체적으로 전국의 시도를 5개 권역으로 묶어 해당 시도당 위원장들이 대표위원을 선출하고 청년, 노동, 노인 등 직능 별로 다섯 명의 위원을 선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작 계파 갈등의 핵심인 당대표의 권한은 그대로 남으면서 되레 상대적으로 당 대표 권한이 강화된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박주선 의원 등은 혁신안에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박 의원은 "본부장 체제로 분리된 자리 중 핵심적인 자리에 전부 친노를 앉혀버리면 사무총장 권한을 분리한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최고위를 지역과 세대, 계층 등으로 나눠서 하면) 상호 간의 이해 충돌 시에도 조정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렇게 파열음까지 각오한 채 대표권한을 강화했던 더민주가 오는 8말 9초로 확정된 전당대회 일정을 준비하면서는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의 권한을 강화를 시사한 것이다, 다시 대표 권한 약화에 나선 행보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더민주는 이에 대해 "사무총장 역할을 분열시켜놓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을 안정적으로 넘겼기 때문에 대표 권한을 계속 강화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록 최근 전당준비위원회와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당내 비주류가 다소 포진했다고 하지만, 이미 당내 다수가 친문인데다 문 전 대표가 물러난 상황이어서 대표 권한이 굳이 강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우선 총선을 앞두고는 비노계가 국민의당으로 따로 나가면서 당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비주류의 상당수가 사라졌다. 또 20대 공천에서 박원순계 등이 원내로 진입하지 못하면서 소위 '친문'이 다수가 됐다. 때문에 친문 세력으로 구성된 '최고위+사무총장' 체제가 최근 대권 행보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박원순 시장을 견제하는 스크럼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날 전준위에 참석한 의원들은 대표 권한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첫 회의임에도 전체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등 보안에도 극도로 신경을 쓴 분위기가 묻어났다.

    전준위 회의에 참석한 유은혜 의원 역시 "오늘은 구체적인 세부사항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며 "사무총장 권한 강화 등도 앞으로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에는 나머지 전당준비위원들을 정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다만, '8말 9초' 시한부 대표가 된 김종인 대표의 행보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와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다. 더군다나 언론에 "킹메이커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여서 현직 대표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