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상시 청문회법’ 제정은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따라야 한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상임대표 김 태 훈

  • 최근 19대 국회가 통과시킨 ‘상시 청문회법(개정 국회법)’에 대해 졸속입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이 법이 5월 29일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되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 점은 헌법 해석상 명확하다. 정부로 이송된 ‘상시 청문회법’이 19대 국회의 임기 만료만으로 자동 폐기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자동 폐기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헌법 제51조는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기타 의안은 회기중에 의결되지 못한 이유로 폐기되지 아니한다. 다만,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국회의원의 임기 중에는 회기계속의 원칙을 취하고 있지만, 임기가 만료된 경우에는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근거하여 회기불계속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기존 국회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에는 새로운 국회는 재의 권한이 없으므로 법률안은 자동 폐기된다.

    문제는 국회가 이미 정기 국정감사와 특정 현안에 대한 국정조사에서 청문회 제도를 활용하고 있고, 행정부·사법부의 고위 공무원 임명 때 인사 청문회도 실시하고 있는데, 나아가 국회 모든 상임위원회가 언제,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연 3권 분립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확실한 우위를 가져오고 그로 인해 우리 헌법상 통치구조를 실질적으로 변경시킬 우려가 있는 법률이 여야의 합의 과정 없이 19대 국회의 임기만료를 며칠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으로 처리된 점은 매우 유감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위헌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효과 측면에서 헌정사에 또다시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사안이므로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신중히 결정되었어야 했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자 의무이다. 절차나 내용에 문제가 있는 입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여 새로이 구성된 입법부인 20대 국회가 처음부터 문제점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오히려 헌법이 추구하는 3권 분립의 정신과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대통령과 국회가 국가의 의사결정을 어떻게 효율화 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진지한 고민과 연구를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16년  5월  25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상임대표 김 태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