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세월호에만 맴도느냐 항의도 받는다" 타협점 시사하기도
  •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11일 국회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부터 옷깃에 세월호 배지를 다시 부착하기 시작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11일 국회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부터 옷깃에 세월호 배지를 다시 부착하기 시작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13일 청와대에서 열릴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 간의 회동을 앞두고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을 지렛대 삼아 압박에 나섰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11일부터 노란 리본 모양의 세월호 배지를 옷깃에 다시 부착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역구인 전남 목포에서조차 "이제 세월호 배제는 그만 떼라"는 여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왜 새삼 세월호 배지를 다시 달기 시작했을까. 청와대 회동에서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의 19대 국회내 처리를 요구하려는 사전정지작업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청와대 회동의 의제와 관련해 "내일(13일) 대통령께 올릴 말씀을 오늘 해버리면 내일 갈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일관해왔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등이 의제의 일부를 밝히면서 자신도 어떤 형태로든 미리 시사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인지 12일 취재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계류된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다수당일 때 소수 야당과 합의해서 이뤄진 법안"이라며 "이게 19대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20대에서 새로운 법안이 발의될 수밖에 없고, 발의되면 양당이 공조해서 더 엄격하게 강한 법안이 통과된다는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러면서 "그럴 때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겠는가"라며 "정부를 위해서도 이것(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의 19대 국회에서의 처리)을 해달라 요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원내 의석은 여소야대로 바뀐다. 친노·친문·운동권 정당이자, 초선 당선자들이 우루루 진도 팽목항으로 몰려갔던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으로 국회를 주도하게 된다. 특히 '세월호 변호사'로 악명높은 박주민 변호사가 더민주 당선자로 등원한다.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폐기되면, 20대 국회에서 더 강경한 내용으로 발의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은 이러한 상황에 기인한다.

    대통령이 직접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도 사안의 특수성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된다. 자칫하면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등 대규모 정쟁으로 번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정국 상황을 고려하면 외견상 청와대를 향해 정무적 판단을 잘하라는 조언이지만, 실제로는 압박의 성격도 있다. 더민주가 제1당이 된다지만 단독 과반 정당은 아니다. 국민의당이 도와줘야 통과시킬 수가 있는데 '지금 계류 중인 법안을 19대에서 통과시키지 않으면, 20대에서 더민주가 더 강경한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때 공조할 수밖에 없다'고 미리 경고한 셈이다.

    반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왜 자꾸 세월호에만 맴돌고 있느냐, 이런 항의도 받는다"는 점도 토로했다. 우리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세월호 피로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읽고 있는 것이다.

    이는 19대 국회에서 지금 계류 중인 법안만 통과되면, 이에 만족하지 못한 더민주 친노·친문·운동권 강경파가 20대 국회에 새로운 법안을 발의하더라도 공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내일(13일) 청와대 회동을 앞두고 복잡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19대 국회에서 처리할 법안을 놓고 여야 3당 원내수석 간의 협상이 시작될텐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