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참여위원회' 발대식…교육자 "학생들 교육과정 따라가기도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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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뉴데일리 DB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뉴데일리 DB


    중고교 학생들에게 '억 단위'의 교육청 예산 편성권을 주는 게 과연 '참여'이고 '자치'일까. 서울 교육청이 청소년들에게 교육청 예산 가운데 5억 원을 마음대로 편성할 수 있도록 조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 교육청은 9일, '서울학생참여위원회'와 '학생참여예산제도'에 따라 서울 소재 중고교 학생 대표들에게 5억 원 가량의 교육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2016년 중고교 지원 예산 관리를 맡을 '서울학생참여위원회' 대표단 55명(중 22, 고 33 명)은 이날 발대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예산 관리 활동에 들어간다. 서울시내 700여 개 중·고교 대표 가운데 선출됐다고 한다.

    '서울학생참여위원회'는 2011년 4월부터 서울 소재 중·고교 학생 대표로 구성한 조직이다. 각 학교 학생회 가운데 선출한, 광역 지자체 학생회 대표 성격이라고 한다.

    서울 교육청은 2015년부터 '서울학생참여위원회'가 예산 기획부터 심사·운용까지 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한 바 있다.

    서울 교육청은 2015년 '서울학생참여위원회'에 참여한 중·고교 학생 회장들이 선거 공약과 학생 자치 아이디어를 제안서로 만들어 제출하면, 교육청이 심사해 학교 별로 250만 원 이내에서 예산을 지급했었다.

    예산 결산 심사는 매년 12월 학교 별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교육청이 최종 심사했다고.

    서울 교육청 측은 "2015년 예산 지원을 받은 학교 가운데 문제가 있는 곳이 하나도 없어 올해는 지원 학교를 더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5년 82개 학교가 이를 통해 자금지원을 받았는데, 2016년에는 121개 학교가 지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 교육청 측은 이 사업이 조희연 교육감이 내건 '교복입은 시민 사업'의 일환으로, 청소년기본법 제 5조 2항에 명시된 '의사 결정 참여 권리', '청소년 관련 정책 자문·심의 참여', '정책 수립 절차 청소년 참여 및 의견 수렴' 등의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학생의회'기능을 가지며, 이를 통해 학생 자치 역량을 증진시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교육청 측은 각 학교마다 지원하는 예산이 250만 원 이내이며, 예산 기획과 집행을 지도할 교사가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교육청은 학생들의 의견도 수렴한다고 밝혔지만, 교육감이 직접 학생들과 만나는 현장 간담회는 연 2회에 불과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서울 교육청이 '서울학생참여위원회'를 교육감 직할 기구로 설치·운영할 것이라는 점. 학생 자치역량을 키운다고 만든 조직을 교육감 직할로 두고, 법적 권한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행정·입법의 역할을 배우게 한다는 것이다.

    서울 교육청에 따르면, 중고교 학생의 손에 연 5억 원을 맡겨, 각급 학교에 지원하는 이 사업은 서울시와의 협업 사업이라고 한다.

    2015년에는 서울시와 서울 교육청이 각 1억원 씩 총 2억 원의 예산 만들었고, 2016년에는 서울시 2억 원, 서울 교육청 1억 원, 산하 교육 지원청에서 2억을 모아 총 5억 원을 확보했다고 한다.

    서울 소재 모 고등학교 관계자는 "지금 공부하기도 바쁜 중고교 학생들에게 굳이 이런 일들을 맡겨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학교 단위의 학생 자치 활동을 왜 광역 지자체 단위로 묶으려는지 의도를 모르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