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主敵을 잊은 새누리당의 침몰

    정치 니힐리즘 속의 새로운 술렁임

    金成昱   /한국자유연합 대표, 리버티헤럴드 대표
     


  • 1.
    새누리당이 죽을 맛이다.
    여의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4·13 의석 전망치 135석 안팎.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적극 투표층 조사는 130석 미만으로 나왔다고 주장한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당 지지율이 3월 3주 차 41%, 4주 차 39%, 5주 차 37%로 3주째 떨어졌다.

    정치 혐오와 불신이 극에 달한 탓도 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지층(支持層)이 결집하고 부동층이 줄어들지만, 이번은 다르다.
    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부동층이 25%로 나왔다. 지난달 31일(공식선거 시작일)부터 나흘간 전국의 유세 소음 관련 신고는 2,143건, 하루 평균 535건이다. 2014년 6·4지방선거 때 하루 211건의 2.5배나 된다. 총선 벽보와 현수막을 훼손하는 ‘묻지 마 훼손’도 적지 않다.
    국민에게 작금의 정치는 그저 소음과 오물, 짜버릴 고름 정도로 인식된다.

    대표(代表)의 실패(失敗), 대의정치의 실종, 새누리는 더욱 더 위기다.
    <5일 국민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조사에서 43.0%를 기록한 새누리당 지지율은 34.1%로 8.9% 포인트가 빠졌다. 특히 TK에서 68.9%에서 46.1%로 22.8% 포인트 급락했다.
    19대 총선에서 67석 중 63석을 싹쓸이 했지만, 최근 조사에선 최대 8석이 빠지는 것으로 나온다. 서울(38.1%→31.9%), 경기·인천(40.9%→30.7%), 부산·경남·울산(56.8%→42.3%) 등에서도 지지율이 내려앉았다. 텃밭에서 고전하면서 대구와 부산에 출마한 더민주의 김부겸, 전재수 후보가 새누리당 김문수, 박민식 후보를 앞서고 있다.>

    2.
    새누리당 공천파동은 최소의 대의(大義)도 미학(美學)도 없는 조폭 같은 ‘패싸움 정치’로 갔었다. 보수층을 집토끼도 아닌 쓸개 먹는 철창 속 반달곰 정도로 여겼다. 안에서 총질만 해대는 집권당 모습에 질린 이들은 마음을 돌렸다. 50대 이상 부동층이 늘어나는 <세대(世代)의 위기>, 영남 텃밭에서 지지율이 폭락하는 <지역(地域)의 위기>가 겹쳤다.
     “새누리 135석”을 예측한 여의도연구원 조사는 일반전화에 이어 휴대전화까지 조사방법을 추가시켜 정확도를 높였다. 민심의 이반이 심각한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 원 대로 된 것인지 모른다.
    김무성 대표는 2월17일 이한구의 20대 총선 공천룰 관련, “선거를 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지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3월19일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은 “총선 결과도 중요하지만 아군에게만 총질하는 국회의원이 잔뜩 있으면 무슨 소용 있느냐”며 진박 공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친박이건 비박이건 공통분모가 있다. 주적(主敵)을 잊은 점이다.

    主敵은 명확히 나온다.
    소형화 완성을 눈앞에 둔 북한의 핵폭탄.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 1,284조8,000억 원, 국민 1인당 2,538만 원꼴의 국가부채. 여기에 나라 곳간 문이 활짝 열린 저질 포퓰리즘, 세계 최고 속도로 치닫는 저출산(低出産)·고령화(高齡化).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 새누리는 이 절박한 시기에 북핵(北核)과 불황(不況)과 싸우질 않았다. 미래의 권력을 위해 내분과 분열에 빠졌다.
    국민과 국가는 잊었다.

    급기야 金대표는 3일 대선 출마를 시사했고 崔 前부총리도 그제 당 대표 출마를 언급했다.
    ‘염불보다 잿밥’이다.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와 무관한 싸움만 벌여온 지도부 모습이 궁색하다.
    오직 권력, 오직 권세요, 기득권(旣得權) 연합체 DNA 같은 냄새만 풍긴다.

    3.
    새누리당 동정표 호소도 거기서 거기다.
    “과반 의석에 미달하면 박근혜 정부는 식물(植物) 정부로 전락할 것(김무성)” “대구 경북의 대통령, 우리가 만들고 植物대통령으로 만들어서야 되겠느냐(조원진)”고 호소했다. ‘박근혜’를 찍었던 이에게 새누리를 안 찍으면 레임덕이 올 것이란 공갈이다. 시민(市民) 없는 민주주의, 지지층인 보수층은 발톱의 때처럼 여기다가 철 지난 레코드를 다시 틀어댄다. 植物정부가 나온다면 무능(無能)·무기력·무책임, 탐욕과 오만에 빠졌던 귀하들 탓 아닌가?

    새누리당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인 ‘안보’와 ‘이념’도 녹이 슬었다.
    “운동권 야당의 승리를 방기하면 우리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것(김무성)”이라며 야당심판론을 반복한다. 그러나 그제 발표된 내일신문·디오피니언 여론조사 결과 정권심판론(55.3%)이 야당심판론(22.6%)을 압도했다. 의원은 연간 7억 원 넘는 국고를 받으며 200여 특전을 누리는 가진 자다. 이런 권한을 누리며 사사건건 발목 잡는 야당도 어이가 없지만 안면몰수한 채 밥그릇 싸움만 벌이는 여당을 보고도 맥이 풀린다. 많은 국민은 의원만 좋은 투표를 왜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새누리가 선거철엔 안보 어쩌고 하지만 정작 20대 총선 새누리당 5대 공약엔 안보가 빠졌다.
    지난 보수정권 8년 간 새누리가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핵무장’ 주장을 뒷받침할 어떠한 현실적 담론도 없었다. 북한과 종북(從北)을 입술로 약간만 때리면 권력을 누리는 탓에, 악랄한 자보다 ‘조금만’ 더 악해도 금배지를 다는 탓에 갱신도 혁신도 하지 않았다. 대중의 마음을 읽지도 못하고, 위로도 하지 않으며, 대안을 찾지도 않는다.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선거 철 약간의 불안감만 부추기면 권력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4.
    20대 총선은 야권분열과 인구 노령화 등으로 새누리당이 질 수 없는 판이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60대 이상이 가장 큰 유권자 집단이 되었다. 작금의 엄살과 읍소(泣訴)도 전략적 연출로 보는 이가 많다. 2012년 19대 총선과 2014년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때도 그랬다. 결국은 새누리당 과반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어찌될 것인가? 새누리당 과반 선이 무너지면 곧장 레임덕이다. 공무원도 대통령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그 경우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권력의 누수(漏水)를 막겠다’는 무리한 공천이 오히려 자충수로 판명될지 모른다. 가장 ‘절박한’ ‘최우선’ 과제를 무시한 채 이기(利己)와 탐욕, 감정과 기분에 치우친 집권당의 독선과 오만이 부른 자업자득이다.

    5.
    지도자는 국정(國政)의 목표(目標)와 순서(順序)를 정하는 사람이다. 가장 중요한 국가적 비전을 이루기 위해 나머지 과제는 뒤로 돌리는 사람이다. 그를 위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감동을 주면서 앞장 서 희생과 헌신을 하는 사람이다.

    국가의 팽창(膨脹). 세계(世界)와 미래(未來)로 향하는 통로를 여는 것.
    이것이야말로 천박한 휴전선 이남의 갈등을 풀어낼 원초적 힘이다. 자유통일을 통한 더 넓은 영토, 더 많은 자원, 더 많은 인구의 확보는 시장(市場)의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뜻한다.
    한국이 장기적 불황과 침체와 실업을 초월해 ‘사람이 사람대접 받는 세상’이 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그래서 자유통일이다. 자유통일은 북한의 핵무기 완성을 눈앞에 둔 한국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혈로(血路)이기도 하다. 북한 동족 2,400만 명을 살리는 길이 5,000만 남한 국민이 사는 길이요 7,000만 민족이 살 절박한 최우선 과제이다.

    2016년 과거의 작은 희망이 사라진 한국은 더 큰 희망의 문 앞에 서 있다. 북한의 해방(解放)과 구원(救援)이라는 도덕적 가치의 실현이 이 땅의 온갖 갈등과 분열과 침체와 쇠락을 돌파할 현실적 대안이 되었다. 세계의 평화를 전하기 위해 건국된 대한민국은 세계의 평화를 전달할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 어떠한 도덕적 정당성도, 민주적 정당성도 갖지 못한 평양의 주체사상 시스템을 고립(孤立)하고 압박(壓迫)하고 궤멸(潰滅)시켜 8천 만 민족공동체를 환원할 그 날이 남한의 국민과 북한의 주민이 모두 사는 신원(伸寃)의 날이다.

    수구(守舊) 진보와 가사(假死) 보수를 넘어 자유통일을 이 시대 가장 ‘절박(切迫)한’ ‘최우선(最優先)’ 과제로 여기는 세력이 나와야 북한의 주민을 살린다. 남한의 국민을 살린다.
    정치가 몇 명이 나와서 해결될 진통이 아니다. 기업인, 언론인, 법조인, 교육자, 기술자, 예술가, 종교인 등 한반도 통일의 비전을 1순위 숙명으로 삼는 새로운 세력이 나와야 이 나라, 민족이 살겠다. 새로운 지도자 집단(New Leaders)의 출현이 없다면 요행히 북한이 무너져도 휴전선 이북은 새로운 맘몬의 땅으로 변한다. 북한 주민은 남한 국민의 머슴이 될 것이다.

    한반도 통일을 통한 강대국 달성, 7천만 민족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리며 세계를 누비고 열방을 섬기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씨앗을 뿌려야 할 때가 지금이. 이때라.
    나팔을 불어야 할 때가. 절대다수 평범하고 소박하며 약삭빠르지 않은 국민의 피눈물을 닦아줄 지도자(指導者) 집단. 특권과 반칙을 일삼는 자들이 아니라 무지(無知)한 대중과 무식(無識)한 군중을 위해 생명(生命)을 내어 놓는 희생의 리더. 자신을 죽여 사랑을 이뤄낼 철인이 모여 정치세력을 만들 밤과 새벽의 분계선(分界線)이.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