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조정 능력 부재 비판에 상향식 공천 원칙만… 분열 막기 위한 고육책 분석도
  • 새누리당 위기, 총선 빨간불, 전략 부재, 대표 리더십 부족…

    총선을 앞두고 여당 내 터져 나오는 잡음이 심상치 않다. 정의화 의장의 직권상정 거부로 갈등이 시작되더니 김무성 대표의 20대 국회 180석 목표 발언부터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또 험지출마론을 던진 김무성 대표가 오세훈-안대희의 '마이웨이' 출마선언에 직면하면서 '리더십 부족' 비판까지 들이 닥쳤다.

    야권의 분열로 유례없는 '총선 대승'을 내심 꿈꿨던 여권은 갑자기 터져나온 갈등 국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공천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당 지도부가 조정하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분열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들이다.

    17일 안대희 전 대법관이 서울 마포갑 당협위원장인 강승규 전 의원과 벌인 갈등이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진 전 의원(종로)이 서로 직격탄을 날린 장면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8일 오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8일 오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불만을 가진 이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는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대표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나서 공천경쟁에서 생기는 갈등을 조정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전략공천도 과감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태 의원과 홍문종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스스로 제시한 험지차출론의 명분을 얻기 위해 대표도 직접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무성 대표가 부산 영도에서 벗어나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는 압박이지만, 김 대표 측은 "제 지역구 주민들에게 심판 받겠다"며 비판을 그대로 받아 내고 있다.

    권유는 해도 강요는 안해! 상향식 공천룰만이 유일한 선거전략

    김무성 대표는 18일 오전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100% 상향식 공천을 확립했다는 것은 가히 정치혁명이라 할 수 있다"며 "과거처럼 일방적 공천으로 내리꽂는 방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공정한 경선관리로 후보가 정해지면 나머지는 승복하는 길 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오세훈-안대희 출마에 대해서도 "어디까지나 당에서 험지 출마를 권유한거지 과거 방식처럼 강요한 것이 아니다"며 "안대희 전 대법관의 경우 해운대가 고향이긴 하지만, 수도권 야당 의원 지역에 나와 당에 도움이 돼 달라는 부탁을 흔쾌히 응해줬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이 '고육지책'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공천권을 쥔 여당 대표가 지나친 개입을 했다가 오히려 '분열'을 더욱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180석 확보'라는 목표를 세우고 '험지 출마론'이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도, 경선룰만으로 공천 불만세력을 승복시키는 방법이 유일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김무성 대표는 총선 승리 전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선거 전략은 따로 없다"고 단언했다. 인재영입에 소홀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물 영입한다는 미명 하에 당에서 오래 고생했던 동지들을 쳐내고 자기사람 심는데 악용돼 왔다"고 반박했다.

    야권이 분열한 상황에서 여권마저 분열한다면 탄핵 역풍이 불었던 17대 총선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김무성 대표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김무성 대표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친박계 의원들의 견제가 본격화 되는 시점에 당 지도부가 분열의 씨앗을 아예 심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도 자주 언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는 "김무성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100% 상향식 공천' 하나의 기준만 제시한 뒤 한발을 뺀 것은 나름대로 현명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나는 진실한 사람'이라며 친박 행세를 하는 세력과 여기에 끼지 못하는 비박계로 분류되는 세력이 계파 대결로 구도가 몰리는 것은 당 지도부가 극히 경계해야 하는 일이라는 의미다.

    이 인사는 "원칙을 제시한 뒤 위기론을 자초한 뒤 지지세력을 집결시키는 리더십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쓰는 방법"이라며 "김무성 대표가 이를 답습한게 아닌가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공정한 경선 과연 가능할까? 여론조사 100% 적용이 관건!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 첫 시험대는 파열음이 터져나온 첫 공천갈등에서 얼마나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느냐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정한 경선 규칙은 당원 30대 여론조사 70을 원칙으로 하되, 영입인재에 대해서는 100% 여론조사로 실시할 수 있다.

    마포갑 출마를 선언한 안대희 전 대법관은 "당에서 정해준 방식대로 하겠다"면서도 "상향식 공천의 취지는 좋지만 지금의 시스템이 새로운 인재 수혈에 좋은 것인지는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스스로를 '영입인재'로 분류하는 안 전 대법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어서 김무성 대표가 어떤 조정능력을 발휘할지 관심이 쏠린다.

    만약 안대희 전 대법관에게 '100% 여론조사'라는 특혜 아닌 특혜를 줄 경우 대구경북에서 일고 있는 친박계의 단수추천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는 "적당한 분열은 보수세력 집결에 도움을 주지만, 지나친 개입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게 기본적 인식"이라며 "대표의 리더십은 자초한 위기를 얼마나 잘 수습하느냐에서 평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