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형’인 세계 최고 공항 ‘인천국제공항’ 2017년 되면 ‘동북아 허브’로
  • ▲ 인천국제공항의 모습. ⓒ국토교통부 블로그 캡쳐
    ▲ 인천국제공항의 모습. ⓒ국토교통부 블로그 캡쳐

    2015년 12월 31일. 2016년 1월 1일부터 3일까지 연휴가 겹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떠나는 중이다. 일본 등 가까운 나라에 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지금은 한국 사회에서 ‘당연히’ 한국의 관문으로 여기는 인천국제공항이 ‘자칭 진보’ 진영의 말만 들었더라면 생기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어 보인다.

    반대 여론에 사라질 뻔 했던 인천국제공항


    1980년대 중반 전두환 정부는 우리나라에 단 2개 밖에 없던 국제공항이 10년 뒤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때부터 새 국제공항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1987년 ‘6.29 선언’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국민들의 권리는 날마다 신장됐고,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1월 1일부터는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를 시행했다. 이제는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정부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후 김포국제공항과 김해국제공항은 점점 한계에 다다랐다.

    정부는 ‘김포공항 확장안’과 ‘신공항 건설안’을 놓고 수 년 동안의 검토 끝에 ‘신공항 건설안’을 채택한다. 김포공항은 계양산이 인근에 있어 안전상의 문제로 확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1990년 6월 14일에 정부가 인천 앞바다에 있는 영종도 일대를 매립해 공항을 건설하겠다며 ‘신공항 입지’를 확정하면서 ‘인천국제공항’의 역사가 시작된다.

    사실 정부가 인천 영종도에 신공항을 건설하기로 한 이유는 주변에 민가나 높은 산이 없어 소음 피해가 적고, 안전상의 문제도 없다는 게 큰 이유였다. 당초 ‘서울 도심과 차로 1시간 내 도달해야 한다’는 당초 조건은 고속도로를 새로 지으면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런 점들 덕분에 시화지구 등을 제치고 영종도에 신공항을 짓게 된 것이다.

    그런데 1992년 6월 16일 정부가 ‘수도권 신공항 건설 예정지역 지정 및 기본계획’을 고시하면서부터 이 사업에 반대하는 여론이 들불처럼 일어난다.

    그 선봉에는 ‘자칭 환경단체’와 대학 교수들이 섰다. 녹색연합, 환경연합, 가톨릭환경연구소, 인천녹색연합 등과 일부 교수는 ‘영종도 신공항 문제 공동대책협의회’를 결성해 신공항 건설에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이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인물이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였다.

    ‘영종도 신공항 문제 공동대책협의회’ 의장을 맡았던 김정욱 교수는 당시 “전체 공항부지 5,619만 8,347㎡ 가운데 4,628만 991㎡의 갯벌을 매립, 건축해 공항을 만들기 때문에 공사 완료 후 지반이 오랫동안 침하되는 데다, 갯벌 퇴적층의 다양한 특성 때문에 침하양상마저 예측하기 어려워 활주로 사용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고, “연간 18만 마리 이상의 철새가 날아드는 이 일대 갯벌의 매축으로 서해안의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며 공항 건설계획 백지화를 요구했다.

    당시 권오혁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봄, 가을에 영종도 일대를 이동하는 철새가 30만 마리나 돼 항공 참사의 위험이 높다”면서 “세계 공항 가운데 해일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공항은 영종도가 유일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당시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은 “교통부에서 발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공항건설 예정지 갯벌에는 많은 중금속이 쌓여 있고 이 중 납이 다른 중금속에 비해 10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준설 과정에서 납이 떠올라 물결을 타고 확산될 경우 엄청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런 주장이 잘 안 먹히자 나중에 일각에서는 “영종도 국제공항은 북한과의 거리가 짧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거나 “한국의 공항이 동아시아 허브 공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예산 낭비”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언론들 또한 반대 주장을 전하는 데 한 몫을 했다. 일부 언론사는 사설을 통해 “영종도 신공항의 입지 선정은 잘못된 것”이라거나 “영종도 신공항 사업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반대 주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모두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 드러났다.

    ‘자칭 진보’의 주장과 ‘팩트’의 차이


    정부가 신공항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하고 2001년 3월 29일 ‘인천국제공항’의 문을 연 이후 14년 동안 확인된 결과로는 환경파괴도, 지반침하도, 새와의 충돌 사고도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 인천국제공항 1단계 사업 초기의 모습. ⓒ인천국제공항 사업 홈페이지 캡쳐
    ▲ 인천국제공항 1단계 사업 초기의 모습. ⓒ인천국제공항 사업 홈페이지 캡쳐

    지반침하의 경우, 인천국제공항이 언론에 밝힌 데 따르면 향후 20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지반 침하가 2.5cm 이내가 될 정도로 매우 안정적인 지반을 확보하게 됐다고 한다. 2001년 3월 개항 이후 활주로, 유도로, 계류장 등 주요 시설물 33개소에 지반침하계측기를 설치해 측정하고 있으며, 2009년 12월까지 지반 침하 수준은 연 8.6mm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2000년부터 2009년 사이 환경부가 조사한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에 따르면, 공항 개항 직후 철새 숫자가 크게 줄어들기는 했으나, 2009년에는 공항 건설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천연기념물인 수달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이 조사에서 “공항 건설로 생긴 담수호가 10년 넘는 시간 동안 바닷물과 섞이면서 다양한 먹잇감을 제공한 결과로 보인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수십만 마리의 철새가 이동하는 구간에 있다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새와 비행기 간의 충돌사고도 거의 없었다. 인천국제공항이 밝힌 데 따르면, 2010년 총 21만여 회의 비행기 운항 중 새와 충돌한 사례가 7건이었다고 한다. 이를 1만 회 비행 당 조류 충돌사고 건수로 따지면 0.333회로 미국의 2.47회, 일본의 11.7회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활주로가 아닌 공항 구역에서 일어난 게 40% 이상이었다고 한다. 

    일부 환경단체에서 주장한 ‘안개 가득한 공항’이라는 것도 사실과 달랐다. 1990년 10월부터 1992년 10월까지 영종도와 김포공항 기상관측소에서 조사한 데 따르면, 김포공항에 안개가 끼는 날은 연중 65.5일인 반면 영종도는 30.5일로 절반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강동석 前사장 “뭐, 공항 백지화? ‘팩트’로 보여주마!”


    한편 ‘자칭 진보’ 진영이 정부의 신공항 사업을 반대하자 정부 관계자들은 아예 이런 주장을 뛰어넘기로 결심했다.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맡은 정부 관계자들은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2,300개 지역에 대한 시추조사와 3만 2,212회의 현장 시험, 2만 7,276회의 실내 실험을 통해 갯벌과 바다를 매립해 만들 공항의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데 주력했다. 이런 연구 결과 모래말뚝 공법, 페이퍼 드레인 공법, 팩드레인 공법 등을 병행해 인천국제공항을 건설해냈다.

    2001년 개항 직전 독일계 컨설팅 업체 DLiA가 “인천국제공항에 23개의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보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계속됐다. 이대로 개항하면 공항 수하물 처리와 승객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개항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개선한 것은 반대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공항 수요가 증가해 활주로를 하나 더 보강했다는 점뿐이었다.

  • ▲ 인천국제공항 1단계 사업 마무리 직전의 모습. ⓒ인천국제공항 사업 홈페이지 캡쳐
    ▲ 인천국제공항 1단계 사업 마무리 직전의 모습. ⓒ인천국제공항 사업 홈페이지 캡쳐

    ‘자칭 진보’ 진영의 시민단체, 학자들이 구구한 억측을 내놓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일 때 인천국제공항 건설 책임자들은 ‘사실(Fact)’로 이를 압도했던 것이다.

    어렵게 개항한 이후 이용객들의 호평을 얻은 인천국제공항은 2005년부터 줄곧 ‘세계공항서비스 평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역대 최고점수인 5점 만점에 4.99점을 받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공항이 된 인천국제공항은 아직 완성된 게 아니다. 2008년 6월 20일, 2단계 사업을 마무리했고, 2009년 6월 30일 3단계 사업 변경 고시를 한 뒤 지금까지도 ‘최종 완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다. 2017년 인천국제공항이 ‘최종 완성’되면 여객 터미널 이용 인원은 최대 6,200만 명, 화물터미널은 580만 톤을 처리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동북아 허브 공항이 된다. 국제선 환승 또한 매우 편리해질 것이라고 한다.

    인천국제공항이 이처럼 ‘자칭 진보’의 다양한 주장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데는 정부 관계자들의 노력, 특히 강동석 前국토교통부 장관과 주변 관계자들의 뚝심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공항 건설 준비가 한창이던 1994년 수도권 신공항 건설공단 이사장을 맡은 강동석 前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건설 사업에 처음으로 PM(건설사업관리) 개념을 도입한 인물이다.

    1938년 8월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강동석 前국토교통부 장관은 1992년부터 1993년까지 해운항만청장을 맡았을 정도로 해양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관료였다. 그런 그가 신공항 건설공단을 맡게 된 것이었다.

  • ▲ 인천국제공항을 반석 위에 올린 강동석 前국토교통부 장관. 2005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 대학 교수로 지내다 2012년 여수엑스포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사진은 여수 엑스포 조직위원장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천국제공항을 반석 위에 올린 강동석 前국토교통부 장관. 2005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 대학 교수로 지내다 2012년 여수엑스포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사진은 여수 엑스포 조직위원장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동석 前국토교통부 장관은 인천국제공항 건설 책임자가 된 뒤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체면치레는 걷어치우고 현장 한 켠에 컨테이너 숙소를 마련, 2년 동안 부인과 함께 숙식을 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만큼이나 눈에 띠는 혁신적인 시도도 있었다. 바로 PM 개념 도입이다.

    강동석 前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도 잘 모르던 분야를 처음 맡은 뒤 인수인계 서류를 검토하면서 미국 ‘벡텔(Bechtel)’ 측의 PM 도입 제안을 눈여겨보게 됐다고 한다. 이후 “배우면서 건설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관계자는 물론 본인도 PM에 대해 하나씩 배우면서 건설을 진두지휘했다고 한다.

    당시 한국 정부의 국책사업은 정부-시공사-하청업체의 상명하복 구조로 이뤄졌다. 전형적인 갑-을-병 구조였다. 반면 사업이 설계대로 제대로 진행되는지를 확인하고 지시하는 PM은 이런 ‘갑-을-병’ 구조에서는 최상층에 있는 ‘슈퍼 을’이어서 이상하게 여겨진 것이다. 때문에 관료 사회와 시공사 등에서 PM 책임자들을 따돌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강동석 前국토교통부 장관은 PM 책임자들을 시설공단 부장, 상무, 전무로 발령함과 동시에 ‘실질적인 권한’까지 내주면서 혁신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사업 관계자들이 PM 개념을 받아들이게 만드는데 2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2년 동안의 갈등과 고통 이후 나온 결과물은 ‘세계 최고의 공항’이었다.

    강동석 당시 이사장은 이후 1999년부터 2002년 3월까지 인천국제공항 공사 사장을 맡아 공항 운영을 궤도에 올려놨고, 그 결과 2002년 3월부터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제12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게 됐다. ‘장관’을 맡을 만한 일을 제대로 해낸 결과였다.

    25년 전보다 심한 국책사업 반대, 뛰어넘을 사람은?


    2016년을 맞이하는 지금, 정부는 여러 가지 대형 국책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북 지역 원전 건설에서부터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 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사업 진행은 과거에 비해 너무도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 2000년 박태준 당시 총리가 인천국제공항 현장을 찾은 모습. 현 정부에는 박태준 총리와 같은 인물은 커녕 강동석 前장관 수준의 인물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e영상기록관 화면캡쳐
    ▲ 2000년 박태준 당시 총리가 인천국제공항 현장을 찾은 모습. 현 정부에는 박태준 총리와 같은 인물은 커녕 강동석 前장관 수준의 인물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e영상기록관 화면캡쳐

    일각에서는 “시민단체와 학자 등 ‘자칭 진보’ 진영의 반대 여론, 언론의 ‘모두까기 기사’는 과거와 크게 다를 게 없다”며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2016년 정부 예산은 약 386조 7,000억 원. 이 가운데 국책사업에 쓰일 돈은 수십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현 정부에는 정치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한 故박정희 前대통령과 비교할 사람은 커녕 강동석 前장관이나 그 주변 사람들처럼 ‘뚝심’을 갖고 국책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조차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은 총선에 앞서 장관감을 찾으면서, 연간 수십조 원의 혈세를 사용하기 전에 먼저 ‘뼈를 묻을 각오’로 책임지고 일을 처리할 사람을 찾아보는 게 맞는 순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