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영화를 찾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한 해였다. 2015년 극장가는 여느 때보다 화제도 많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연초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이 천만 관객을 맞이하더니 이내 메르스가 찾아와 잠시 소강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 ▲ 검은 사제들, 베테랑ⓒCJ 엔터테인먼트
    ▲ 검은 사제들, 베테랑ⓒCJ 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여름부터는 비축된 힘이 터져나오듯 연이어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이후로도 한 달에 한편씩은 흥행작이 등장해 한국영화의 위상이 돋보였다.

     

    ◆ 관객들의 사랑 속에 시장점유율 갱신

    상반기 주춤했던 한국 영화계가 다행히 하반기에 폭발적인 관객몰이로 다시 기록 연장에 성공했다. 바로 한국 영화 1억 관객 동원과 외화 포함 2억 관객 동원이 그것. 전자는 4년 째, 후자는 3년 째 계속된 기록이라 의미가 깊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흥행 5위 중 네 편이 한국 영화다. 4위 ‘국제시장’을 작년 개봉작으로 본다고 해도 6위 ‘사도(감독 이준익)’가 자리를 메꿔 여전히 네 편이다.

     

    특히 5위권에서 유일하게 버틴 외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감독 조스 웨던)’이 시리즈물에다 최고 1,843관에서 상영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발걸음이 무척 분주했다고 볼 수 있다.

     

    20일 기준 관객 총합수로 볼 때 약 2억 1천5백만 명을 동원한 2014년에 비해 약 70만 명 줄어든 2억 7십만 명를 기록하고 있다. 다소 작년에 비해 소비자가 준 것이나 한국 영화 기준으론 오히려 늘은 셈이다.

     

    2014년 외화와 한국 영화 관객은 비율을 5 대 5로 떨어질 정도로 유사했다. 고작 35만명 정도의 차이였다. 그러나 2015년에는 한국 영화가 외화를 7백만 명이나 앞지르며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 ▲ 연평해전, 암살ⓒNEW, 쇼박스
    ▲ 연평해전, 암살ⓒNEW, 쇼박스

    이러한 영광의 뒷면에는 관객층의 변화라는 요소가 숨어있다. ‘국제시장’ ‘암살(감독 최동훈)’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의 흥행에는 40·50대 중장년층의 관객 수 증가라는 분석은 해당 영화들의 개봉 직후 끊임없이 제시됐다.

     

    실제 올 상반기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CGV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40·50대는 2013년 대비 2014년 45~49세 30.1%, 50~59세가 35.4% 증가했다고 나왔다. 즉 중장년층이 역사의식이 담긴 작품을 선택해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은 게 흥행작들의 비결이다.

     

    이 영화들과 정반대의 이유로 성공한 ‘베테랑(감독 류승완)’은 중장년층을 겨냥한 영화들 사이에서 젊은 혈기가 돋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성세대가 물려준 유산으로 ‘갑질’하는 사업가를 법적 처벌을 받는 과정이 통쾌하게 표현돼 갑을관계에서 ‘을’로 상징되는 20·30대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 ‘독점’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와는 달리 영화계는 극심한 고민에 빠져있다. 천만 한국 영화가 세 편이나 나왔지만 그에 반해 ‘중간’을 해낸 영화는 더 적어졌기 때문이다.

     

    천만 영화를 ‘대박’이면 300~500만 영화를 ‘중박’이다. 중박이라고 해도 이 영화가 많을수록 영화계는 좋은 감독과 배우를 발굴해낼 기회와 다양한 영화들이 나올 환경을 만들게 된다.

     

    그러나 2015년은 지금까지 240 편의 한국영화 중 22편의 영화만 1백만을 넘는 ‘양극화’를 보였다. 중박 영화로는 5백만의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 3백만의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감독 김석윤)’-‘스물(감독 이병헌)’이 전부다. 박스오피스를 봐도 5위까지는 한국영화가 4편이지만 10위까지 보면 6편에 그친다. 20위까지 보면 비율은 더 적어진다. 한국 영화는 지나친 쏠림 현상에 앓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천만 영화가 생긴 이래로 항상 문제시돼왔다. 그러나 올해 유독 ‘빈익빈 부익부’가 극심한 건 스크린 독점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 ▲ 국제시장, 개를 훔치는 방법ⓒCJ 엔터테인먼트,리틀빅픽처스
    ▲ 국제시장, 개를 훔치는 방법ⓒCJ 엔터테인먼트,리틀빅픽처스

    2015년 흥행 10위권 영화들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제외하고 전부 1,000개 이상 스크린에서 상영했다. ‘어벤져스’는 1,800 개, ‘암살’은 1,500 개를 육박했다. 스크린을 과다하게 ‘점령’하는 것은 타 영화의 상영기회를 빼앗고 관객의 선택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상영관 독점은 연초부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 이하 개훔방)’의 사례로 지속돼왔다. ‘국제시장’의 대규모 스크린 폭격에 ‘개훔방’은 전국 200개의 스크린으로 개봉했다. 이어 점차 교차상영을 하는 것으로 숨통이 죈 ‘개훔방’은 결국 당시 배급사 대표의 사퇴까지 이르렀다.

     

    이런 다사다난함 속에서도 한국 영화는 꾸준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연말까지도 한국영화가 관객을 모으며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이런 문제점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언젠가 영화계에 '빨간 불'이 들어올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를 위해 관객들도, 관계자들도 다양한 영화에 귀를 기울이는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