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재료 없는 건강한 음식, 계속 진화하고 있어”
  • 2000년 초연된 이후 올해로 12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시카고’가 더 화려하고 섹시하게 돌아왔다.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 농염한 재즈 선율과 갱 문화가 발달했던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관능적 유혹과 살인이라는 테마로 완성된 작품이다. ‘1전 신문(penny paper)’이라 불릴 만큼 극도로 선정적이고 싸구려 저널리즘에 대한 시니컬한 묘사와 풍자, O.J.심슨 사건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미 형법 제도의 모순이 신랄하게 담겨있다. 

    지난 17일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 열린 뮤지컬 ‘시카고’ 프레스콜에는 ‘벨마 켈리’ 역에 최정원, ‘록시 하트’ 역에 아이비, ‘빌리 플린’ 역에 이종혁과 성기윤, ‘마마 모튼’ 역에 전수경과 김경선이 참석했다. 이날 배우들은 ‘All that jazz’, ‘Roxie’, ‘When you are good to mama’, ‘All i care about’, ‘Class’, ‘We both reached for the gun’ 등 모두 여섯 곡을 시연했다.

    특히, 이들은 2014년 평균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며 뮤지컬 ‘시카고’ 한국 공연 역사상 최고 흥행 성적을 거뒀다. 두 여주인공 ‘벨마’와 ‘록시’ 역의 최정원과 아이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단일 캐스팅으로 98회 공연을 책임진다. 

    초연부터 무려 16년째 ‘시카고’와 함께 한 최정원은 “주인공이 원 캐스트로 공연하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훨씬 크다. 앙상블과의 합도 좋다”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카고’를 통해 성숙한 여자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이다”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 이제 뮤지컬배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아이비는 “감기에 걸리지 않게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시카고’를 하면 몸매가 최상이기 때문에 1년 내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삶 자체이다”며 즐거워했다.
    겨우 두 번째 시즌을 하게 됐다는 이종혁은 현재 tvN 월화드라마 ‘풍선껌’ 촬영 등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는 “작년 ‘시카고’를 하면서 뿌듯했다. 공연의 퀄리티가 높아서 깜짝 놀랄 때도 많다. 앙상블이나 배우들이 놀라울 정도의 호흡을 보여준다고 자부한다. 올해 역시 예상대로 어마어마하고,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합류 소감을 밝혔다.
    갑상선암 수술 이후 다시 무대로 돌아온 전수경은 “어릴 때는 흥행에 대한 부담을 못 느꼈다. 나이와 인지도가 늘어날수록 작품이 잘 안되면 내 탓 같더라”면서 “수술을 받고 무대에 오르기까지 동료 배우들의 힘이 컸다. ‘시카고’는 시켜주면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올해 6월, 12년 만에 한국을 찾은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팀 내한 공연은 메르스 공포에도 불구하고 평균 객석점유율 85%를 기록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후반에는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사석까지 모두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최정원은 이에 대해 “미국과 영국에서 오리지널을 본 것보다 내한공연이 더 좋았다. 빨리 무대에 서고 싶다는 설렘을 줬다. 그들이 잘하는 것도 있지만 한국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정말 좋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뮤지컬 ‘시카고’는 서울에서만 500여회, 55만 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1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2007년부터 빌리 플린 역을 맡고 있는 성기윤은 자신 있게 말한다. 
    “공연이 계속된다는 건 정체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시즌이 거듭될 때마다 진화해 나간다는 것이 ‘시카고’의 힘이다. 또, 어떤 메인 캐스트가 들어와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몫을 충실히 하고 있는 앙상블이 있기에 좋은 공연이 될 수 있었다. ‘시카고’는 화학 재료가 없는, 정말 잘 만들어진 건강한 음식이다.”
    [사진=신시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