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언론·정계 ‘마르코 루비오’ 일반 지지자들 ‘테드 크루즈’…유색인종 ‘벤 카슨’
  • ▲ 지난 28일 경제매체 CNBC가 주최한 美공화당 대선경선후보들 간의 3차 TV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마르코 루비오, 도널드 트럼프, 벤 카슨이다. ⓒ美공영라디오 NPR 홈페이지.
    ▲ 지난 28일 경제매체 CNBC가 주최한 美공화당 대선경선후보들 간의 3차 TV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마르코 루비오, 도널드 트럼프, 벤 카슨이다. ⓒ美공영라디오 NPR 홈페이지.


    지난 28일(현지시간) 경제방송 CNBC가 주최한 美공화당 대선경선 후보들의 TV토론회는 현재의 혼전 양상을 그대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美민주당의 경우 벵가지 특별위원회 등으로 압박을 받는 가운데서도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공화당은 ‘막말 대가’ 도널드 트럼프의 1위 자리가 계속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8일 TV토론회는 공화당의 세 번째 토론회였다. 미디어 분석업체 닐슨에 따르면 시청자 수는 약 1,40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 수치는 지난 8월과 9월에 열린 공화당 후보 토론회 시청자 2,400만 명, 2,300만 명에 비해서는 크게 줄었지만, 주최 측인 경제전문매체 CNBC의 입장에서는 이전 최고 시청자 기록인 2002년 동계 올림픽 때의 390만 명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TV토론회가 끝난 뒤의 평가는 제각각이다. 인터넷 매체 ‘드러지 리포트’는 TV 토론회를 본 시청자 24만 63명을 대상으로 “누가 토론을 가장 잘 했냐”고 묻는 여론조사를 했고, 그 결과 도널드 트럼프를 꼽은 사람이 54%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은 사람들은 이전과 달랐다. 2차 TV 토론회 이후 두각을 드러내던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은 하위권으로 밀려난 반면, 쿠바계 이민자 출신인 테드 크루즈 텍사스州 상원의원이 22%의 지지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州 상원의원이 11%를, 랜드 폴 켄터키州 상원의원과 벤 카슨은 각각 4%를 얻어 공동 4위였다.

    부시 가문의 대선주자인 젭 부시 前플로리다 주지사는 아예 순위권에도 끼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를 보고 일반 시민들은 벤 카슨을 이긴 테드 크루즈에 주목한다. 하지만 美언론과 워싱턴 정가에서는 마르코 루비오를 더욱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야후와 구글 등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인물로 떠올라서다.

  • ▲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州 상원의원의 공식 캐치프레이즈. ⓒ마르코 루비오 공식 홈페이지.
    ▲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州 상원의원의 공식 캐치프레이즈. ⓒ마르코 루비오 공식 홈페이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모두 쿠바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이들의 성향은 뚜렷한 공화당 색채를 띠고 있다. 이 가운데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보다 ‘강성’으로 분류된다.

    美언론과 워싱턴 정가에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가 젭 부시 前주지사와 함께 ‘전통적인 정계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와 벤 카슨은 정치 경력이 전무한 ‘아웃사이더’로 평가받는다. 때문에 美정계는 “클리블랜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최종 경선이 열리면, 결국 모든 표가 정통 정치인에게 몰릴 것”이라며 정계 기반이 튼튼한 마르코 루비오를 주목하는 것이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28일 TV 토론회에서 젭 부시의 네거티브성 공격에 “날 공격한다고 도움을 받을 것으로 알 텐데 나는 대통령에 출마했지 당신하고 싸우려고 나온 게 아니다”라고 점잖게 맞받아쳐 청중들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프로필도 눈길을 끈다. 1971년생으로 올해 44살이다. 2000년 30살의 젊은 나이에 플로리다州 하원의원으로 선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州하원의장을 지냈다. 2008년에는 상원의원 출마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이때 경쟁자인 찰리 크리스트 주지사를 맹공격하면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본인이 쿠바 이민자 2세임에도 쿠바, 멕시코 등에서 오는 불법 이민에 대한 강경한 반대, 적극적인 감세정책 추진, 강한 법치의 추구 등은 공화당 스폰서 가운데 하나인 ‘티파티’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는 덕분에 2011년 상원의원이 됐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이후 15년 동안 일관성 있게 신념을 내비쳤고, 40대라는 젊은 나이의 이점을 갖고 있어, 그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면 힐러리에게 가장 골치 아픈 상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 테드 크루즈 텍사스州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의원을 바짝 추격 중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테드 크루즈 텍사스州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의원을 바짝 추격 중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그를 바짝 추적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테드 크루즈 텍사스州 상원의원도 같은 나이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쿠바 혁명에 동조했던 부모가 처음 피난 갔던 캐나다에서 낳은 이민자 2세다. 이후 미국 국적도 함께 갖게 됐다.

    플로리다에서 자라고 대학교와 로스쿨까지 마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달리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텍사스 휴스턴에서 자란 뒤 프린스턴大,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공공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다 2012년 상원의원에 출마, 당선됐다.

    테드 크루즈는 2013년 연방정부 셧다운 당시 23시간 동안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주도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정책마다 격렬히 반대해 美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아왔다. 그는 특히 불법 이민 및 불법체류자 문제, 규제 철폐, 감세 정책 등에 적극적이어서 공화당 ‘티파티’ 진영의 주목을 끌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또한 상원 우주과학기술경쟁 소위원장을 맡아 NASA(美항공우주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덕에 언론에도 자주 나와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이 두 사람의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 상원의원들은 美공화당의 전통적 지지자인 백인 블루칼라 계층과 흑인 가운데 보수 성향인 사람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한다.

  • ▲ 유명 신경외과 의사인 美공화당 대선 경선 출마자 벤 카슨. ⓒ벤 카슨 공식 홍보영상 캡쳐
    ▲ 유명 신경외과 의사인 美공화당 대선 경선 출마자 벤 카슨. ⓒ벤 카슨 공식 홍보영상 캡쳐


    국내에서도 한 때 주목받은 벤 카슨은 미국의 유색인종 사회 전반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은 인물이다. 그는 공개 석상에서 “내가 15살 때 칼로 학교 친구를 찔렀는데 다행히 친구의 허리띠 장식이 막아 다치지 않았다. 만약 그때 친구가 죽었거나 다쳤다면 나는 지금쯤 연방감옥에서 탈옥이나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자란 벤 카슨은 15살 때까지는 불량 청소년이었지만, 이후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으로 예일대 심리학과, 미시건대 의대를 졸업한다. 의대 졸업 후에는 33살에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가 된다. 이어 흑인 최초의 대학병원 신경외과 과장, 세계 최초의 샴 쌍둥이 분리 수술 성공 등으로 유명해 진다. 그의 인생은 이후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흑인들은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 최고의 신경외과 의사로 성장, 미국 주류사회에 편입했다는 점 때문에 그를 ‘블랙 트럼프’라 부르기도 한다고.

    벤 카슨은 1차 TV 토론회에서 트럼프의 반복되는 ‘콘텐츠’에 식상한 공화당 지지자들의 시선을 끌어 한 때 공화당 경선후보 가운데 2위를 유지했고, 최근에는 트럼프를 이기기도 했다.

    반면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이어 가문의 세 번째 대통령이 될 것으로 주목을 받았던 젭 부시 前플로리다 주지사는 일반 국민들은 물론 언론, 정가에서도 혹평을 받고 있다. 대선 경선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처럼 美공화당 대선 경선 레이스는 현재 혼전 양상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경향은 있다. 바로 ‘유색 인종-이민자 사회의 주류화’다. 마르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는 이민자 2세, 벤 카슨은 흑인 사회의 바닥에서 출발했고, 이들 모두 자신의 노력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냈다는 점이 공화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마르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는 1971년생으로 전 세계 40대 지도자들과 어깨를 마주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 美민주당 대선 후보로는 일찌감치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네이션오브체인지 닷오알지 캡쳐
    ▲ 美민주당 대선 후보로는 일찌감치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네이션오브체인지 닷오알지 캡쳐


    美공화당이 누구를 대선 후보로 내세울지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 사수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듯한 모습이다.

    당초 민주당 지지자들은 물론 워싱턴 정가에서도 조 바이든 現부통령이 출마한다면 힐러리 클린턴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바이든 부통령이 최근 불출마를 선언했고, 지난 2차 TV 토론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정통 좌파’ 바니 샌더스 버몬트州 상원의원의 인기는 더 이상 상승하지 않고 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힐러리 구하기’ 덕분으로 보인다. 바이든 부통령의 불출마 선언,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주도하는 ‘벵가지 특별위원회’ 등으로부터 힐러리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민주당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힐러리 참모들은 더욱 극성이다. 2016년 1월 개봉할 예정인 영화 ‘13시간: 벵가지의 비밀전사들’의 개봉을 늦추기 위해 영화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펼쳤던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영화 ‘13시간: 벵가지의 비밀전사들’은 2011년 9월 11일 리비아 무장 폭도들이 벵가지에 있는 美영사관을 습격,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駐리비아 대사와 국무부가 고용한 전직 특수부대원, 외교관 등 4명을 살해했던 사건을 담고 있다. 이 영화에서 美국무부는 현지의 외교관을 버리는 존재로 묘사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의 마음은 매우 견고해 보인다. 벵가지 특별위원회나 영화 ‘13시간’의 개봉 소식에도 지지율은 흔들림이 없다.

  • ▲ 2016년 1월 개봉예정인 영화 '13시간: 벵가지의 비밀전사들' 가운데 한 장면. 이 영화가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율에 얼마나 영향을 줄 지도 지켜봐야 한다. ⓒ영화 공식 트레일러 캡쳐
    ▲ 2016년 1월 개봉예정인 영화 '13시간: 벵가지의 비밀전사들' 가운데 한 장면. 이 영화가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율에 얼마나 영향을 줄 지도 지켜봐야 한다. ⓒ영화 공식 트레일러 캡쳐


    ‘정통 좌파’라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TV 토론을 통해 자신의 좌파적 신념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미국 내 ‘패션좌파들’의 엄청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그가 무소속이라는 점, 민주당으로 출마한다고 해도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점은 지지자들을 다시 현실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이 같은 지금까지의 형국을 보면 2016년 美대선은 힐러리 클린턴을 내세운 민주당과 오바마 행정부 대 ‘이민자 출신 공화주의자’ 간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이들이 대결을 벌이면서 내세우는 주요 전략은 ‘여성 및 진보’ 대 ‘아메리칸 드림’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 ▲ 2016년 대선을 노리고 출마선언을 한 후보들의 모습. 누가 대통령이 될 지는 두고봐야 한다. ⓒ유튜브 '타임 OK' 채널 영상캡쳐
    ▲ 2016년 대선을 노리고 출마선언을 한 후보들의 모습. 누가 대통령이 될 지는 두고봐야 한다. ⓒ유튜브 '타임 OK' 채널 영상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