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법 논란에 이어 방북행까지..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먼 행보
  • ▲ 2011년 12월 김정일이 죽은 뒤 북한을 찾아 조문하는 이희호 씨와 이를 맞이하는 김정은.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2011년 12월 김정일이 죽은 뒤 북한을 찾아 조문하는 이희호 씨와 이를 맞이하는 김정은.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두고 대부분의 언론들이 북한 김정은과 만남 가능성에 주목하며 관련 기사를 대대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경색된 남북관계가 완화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 등에서는 이 여사의 방북이 국민을 위한 순수한 의도 차원의 행보가 아니라, 북한정권을 돕기 위한 차원의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이 적잖이 나온다. 

    수도권 출신의 한 여당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 여사의 이번 방북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방북이라기 보다는 향수에 젖은 방북"이라고 비판했고, 한 재선 의원은 "이 여사가 김정은을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겠다는 것인가. 방북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홍익대 정군기 교수는 이 여사의 방북에 대해 "정부와의 교감 하에서 진행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결국 개인적인 방북인데, 수행원이 18명이나 따라갔다. 그 많은 인원들이, 또 이희호 여사가 북한에 가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여사의 방북에 대한 국민적 시선도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90세를 흘쩍 넘긴 이 여사가 30대 독재자를 만난다는 것 자체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여사의 방북과 관련한 기사에는"이번엔 얼마를 퍼주려고 북한을 방문하는가", "차라리 북한에서 돌아오지 마라"는 등의 내용이 부정적인 내용의 댓글이 대부분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 북한정권에 무차별적으로 퍼준 행태가 새삼 회자되며 북한 주민들과 대한민국국민을 위한 방북이 아니라는 비판도 터져나오고 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날 당시 5억불 지불 논란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혹시'라는 의구심을 거두어 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국민적 여론이 이런 상황에서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의원들이 상당함에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의원은 없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탄압하면 안 된다는 이상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DJ는 민주화 과정에서 탄압받은 측면이 있고, 게다가 호남 지역 출신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대로 된 비판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칭찬할 것은 칭찬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공(功) 보다는 과(過)를 끄집어내기에 집중하고 있고 있는 반면, 김대중 대통령을 비판하면 수구 보수로 낙인된다는 이상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 ▲ 2011년 12월 김정일이 죽은 뒤 북한을 찾아 조문하는 이희호 씨와 이를 맞이하는 김정은.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자신의 편의를 위해 이른바 '이희호 경호법'으로 불리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놓고도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이 여사는 "지난 10년 동안 같이 지낸 경호실 사람들과 헤어지기 어렵다"며 대통령 경호실 경호를연장해 달라고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에게 부탁한 바 있다. 이에 박 의원은 이희호 여사를 위해 관련법을 두 차례나 개정을 시도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24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이른바 이희호법을 절대 통과시키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신동우 이노근 김진태 의원 등은 자유발언을 통해 "국민을 위한 법안이 아니다. 1인 입법 논란의 이런 법안을 절대 통과시킬 수 없다"며 강력하게 법안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는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법안 통과 반대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는 전언이다. 여당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 이 법안에 대해 공론화가 됐기 때문에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여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논란의 이희호법을 저지하고 있지만, 이희호 여사가 이해할 수없는 방북길에 오르기 이전에 스스로 과분한 경호 요구를 거두어 들이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군기 교수는 "국민들을 위해서 훌륭한 일을 많이 한 전직 대통령이라면, 또 그런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라면 좀 더낮고 겸손하게 본인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데, 이 여사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