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위한 봉사의 생각은 있지만… '친박의 유승민 찍어내기'로 비치는게 부담
  •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출국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2일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해 소견을 밝히고 있는 이주영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출국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2일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해 소견을 밝히고 있는 이주영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전 해수부장관)이 8일 동유럽으로 출국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같은 날 사퇴할 것이 거의 확실해진 시점에서 출국이 이뤄졌다. 차기 원내대표 선출 논의가 시작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이주영 전 장관이 정의화 국회의장과 함께 출국한 것이다. 흡사 원내대표에 관심이 없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상황이다. 

    이주영 전 장관은 내각에서 국회로 복귀한 직후인 지난 2월 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했으나, 65표를 얻는데 그쳐 84표를 얻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19표 차로 패했다. 

    당시 이주영 전 장관은 "당청 간의 대립각을 세우고 파열음을 내면 총선에서 패할 수 밖에 없다"며 "원내대표 경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선거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마치 현재 새누리당의 상황을 미리 내다보기라도 한 듯한 발언이다. 이후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실제로 당청 갈등으로 인해 사퇴 수순을 밟자, 일찍이 이같은 주장을 했던 이주영 전 장관이 후임 원내대표로 다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주영 전 장관의 행보다. 

    만일 차기 원내대표에 마음이 있다면 추대를 받거나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국내에 있으면서 의원들과의 접촉의 폭을 넓히는 등 기민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돌연 출국을 택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주영 전 장관이 '이때다' 하고 원내대표를 하겠다 나선다면 친박이 비박을 몰아낸 구도가 더 선명하게 부각될 것"이라며 "당청 갈등만 해도 부담스러운데, 국회법이 여당 내 정쟁의 도구였다는 프레임으로 읽힌다면 과연 국민들에게 좋게 비쳐지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주영 전 장관이 원내대표를 하고 싶은지 여부와 상관없이 지금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주영 의원실 관계자도 "추대를 하면 당과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원내대표를 맡을 생각은 있지만, 경선을 한다면 나설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같은 지적을 뒷받침했다.

    반면 다른 해석도 있다. 동유럽을 순방하며 사태를 지켜보다가, 원내대표 경선 참가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어차피 이주영 의원 본인으로 추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경선을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친박과 비박 이야기는 어차피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경선이 확정될 때 조기 귀국한다 해도 늦지 않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주영 전 장관은 해수부장관을 지내던 시절 세월호 사건이 터지자 100여 일간 수염을 깎지 않는 등 상징적인 행보를 보이는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청 갈등과 계파 갈등으로 새누리당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당청 관계를 구원할 특급 소방수'의 자격으로 출장지에서 급거 귀국한다면 극적인 모습을 더욱 극대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동유럽 순방은 16일까지로 예정된 데 반해 차기 원내대표는 늦어도 15일까지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영 전 장관이 과연 조기 귀국을 선택할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