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만 보는 對中 외교...답답한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그의 역할이 궁금하다
  • ▲ 한글날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노는 아이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한글날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노는 아이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대한민국은 명(明)-청(淸)에 조공을 바치던 과거의 조선이 아니다.

    2014년 기준, 1인당 국민 총소득(GDP) 2만8,739달러를 기록하며 세계은행에서 고소득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독립국가다.
    지난해 세계에서 무역 1조달러 이상을 거두면서 흑자를 기록한 나라는 3개국 뿐이었다.
    독일과 중국, 그리고 대한민국.
    잇단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경제영토 세계 3위에 올라선 대한민국이다.

    지난해 2월 한반도선진화재단은 G20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국력(國力)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종합순위를 9위로 발표했다.
    국방력, 정보력, 경제력, 과학기술력 등 13개 지표와 120여가지의 세부지표로 측정한 결과다.
    북한의 침공으로 인해 발발한 6.25 전쟁 직후 국민소득이 100달러에도 못 미치던 최빈국이 수십 년 만에 당당히 세계 9강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은 중국에게 내정간섭을 받는 약소국이 아니다.
    대중(對中) 정책을 통해 제반적 협력를 당당하게 논의하는 국가 간 파트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을 대하고 있는 청와대를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중국의 눈치 살피기에 여념 없는 모습이다.
    "친중(親中)을 넘어 중국의 속국을 자처한 게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미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우려를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공식 전달했다.
    북한의 핵(核)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적 방어수단인 사드에 대해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 ▲ 한민구(오른쪽) 국방장관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이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의장대 사열 행사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 한민구(오른쪽) 국방장관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이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의장대 사열 행사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사드는 고도 150㎞까지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상층(上層) 방어 요격 미사일이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배치하기를 원하는 사드는 1개 포대.
    사드 1개 포대는 최대 72발의 요격미사일을 장착하고 있어 한번에 72개의 타깃을 요격할 수 있다.
    사드가 구비하고 있는 레이더의 경우에도 탐지거리는 1,000~2,000km.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기권 내외를 모두 커버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격 무기가 아니라 북한이 위협적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초기단계에서 요격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일 뿐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5~10년 후 수십기를 북한 전역에 배치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결국 사드 배치는 나라와 국민의 생존을 좌지우지는 전략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사드의 사정거리를 핑계로 대한민국을 길들이려 하고 있다.
    대북(對北) 문제, 한-미 동맹, 중-미 관계 등 복잡한 정치적 문제를 계산한 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사실상 대한민국에 내정간섭을 하려는 셈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꿀먹은 벙어리다.
    하루 빨리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우리 안보를 지키는 길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중국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그러니 중국 관광객들을 가이드하는 중화권 출신 여행 관계자들까지 대한민국을 깔보며 시덥잖은 소리를 늘어놓는 것이 아닌가.

    "중국 사신이 지나갈 때 조선 신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명성황후의 사촌 여동생이 청나라 고문관 위안스카이(원세개)의 부인이다."

    "조선은 중국의 부속국가로 청나라 때 미녀들을 조공했기 때문에 미녀가 없으며, 현재 미녀는 모두 성형했다."


  • ▲ 지난해 제주시 연동 신라면세점 앞. 쇼핑하러 들어가는 중국인 관광객과 쇼핑을 마친 후 관광버스를 기다리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혼잡하다. ⓒ조선일보 DB
    ▲ 지난해 제주시 연동 신라면세점 앞. 쇼핑하러 들어가는 중국인 관광객과 쇼핑을 마친 후 관광버스를 기다리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혼잡하다. ⓒ조선일보 DB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오는 9월 '천안문(天安門) 대열병'이 열리는 중국 승전기념 70주년 행사와 관련해 대통령의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참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의 대대적인 행사는 일본의 중국 침략 만행을 규탄하는 '반일(反日) 이벤트'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한-일 간의 냉기류는 차치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굳이 중국과 일본의 외교 문제에 끼어들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승전기념 행사에 참석 입장을 밝힌다면, 5월 열리는 러시아의 전승 70주년 기념식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 김정은이 러시아의 행사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어줍잖은 남북정상회담이라도 준비할 셈인지 의문이 앞선다.

    이쯤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의 역할이 궁금하다.

    주철기 수석이 대체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떤 보고를 하는 지는 자세히 알 방도가 없다.
    하지만 '4대 열강'에 대한 청와대의 외교 방향이 산으로 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중국이 자국의 실리(實利)에 따라 우리와 북한을 저울질할 것은 자명하다.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처럼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어르고 달래며 국제적 외교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미적지근하고 어영부영하다가는 아무 것도 얻을 수가 없다.

    당장 북핵(北核)을 눈 앞에 두고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해야 할 시점인데도, 쓸데 없이 중국에 추파를 던지고 제 코가 석자인 러시아 눈치를 왜 봐야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주철기 수석은 명실공히 청와대 내에서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을 보좌하는 책임자다.
    대한민국이란 배가 안전하게 항해하도록 항로를 바로잡아야 하는 이 중의 한 명이 바로 주철기 수석이다.
    청와대가 대체 어떤 외교 방향으로 나아가기에 "친중(親中)을 넘어 중국의 속국을 자처한 게 아니냐"는 말도 안 되는 소리까지 나오게 된 것인가.

    이 지경이 되도록 주철기 수석은 무슨 역할을 해왔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 ▲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연합뉴스 DB
    ▲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연합뉴스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