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격 ‘트라우마’로 심리 치료 받기도..‘.해병대 형’들이 과외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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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평도 포격피해를 딛고 서울대에 합격한 이승렬 군(연평고 제공).ⓒ 사진 연합뉴스
    ▲ 연평도 포격피해를 딛고 서울대에 합격한 이승렬 군(연평고 제공).ⓒ 사진 연합뉴스

    고등학교 3학년생 단 9명, 1979년 학교가 문을 연 이래 서울대 합격생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0년 북한의 폭격으로 그가 살던 섬은 포연에 휩싸였다. 경기 김포의 임시숙소에서 인천의 임시학교까지 등교시간만 2시간, 그렇게 6개월간 경기 김포와 인천을 전전하며 공부를 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중3이던 학생은 섬에 주둔한 ‘해병대 형’들의 도움을 받으며 공부를 했다. 주말에는 부두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도왔고, 여름이면 할머니를 도와 밭일을 했다.

    2014년 12월 5일, 소년은 그가 살던 섬 최초의 서울대 합격생이 됐고, 섬에는 오랜만에 웃음꽃이 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폭격을 몸소 겪은 섬 소년이 201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에 합격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5일 결과가 나온 2015학년도 서울대 수시에서, 연평고 3학년 이승렬(18, 사진) 군은 기회균형선발전형으로 서울대 공대 에너지자원공학부에 합격했다.

    이승렬군이 재학 중인 연평고는 물론 연평도에서 서울대 입학생이 니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군은 중학교 3학년 때인 2010년 북한 연평도 포격 사건을 겪으며 큰 시련을 경험했다.

    포격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학교에서 반년 가까이 공부했다. 경기 김포의 임시숙소에서 인천의 임시학교까지 등교시간만 2시간이 걸렸다.

    북한의 포격으로 큰 충격을 받은 이 군은 심리치료를 받으며 임시숙소와 학교를 전전해야만 했다.

    이 군의 가정도 힘겨운 시간을 보낸 건 마찬가지였다.
    포격 이후 이 군의 집에는 한동안 전기가 끊겼다. 연평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이 군의 부모님은 정전으로 수산물 식재료를 모두 버려야만 했고, 수 개월 이상 영업을 못하면서 경제적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 ▲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 기습도발 직후 대응사격을 준비하는 연평부대 K-9 자주포. [사진: 당시 연평부대 제공]
    ▲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 기습도발 직후 대응사격을 준비하는 연평부대 K-9 자주포. [사진: 당시 연평부대 제공]

    입시준비도 쉽지 않았다. 사교육은커녕 섬 이라는 특성상 육지 학생들에 비해 입시정보도 어두웠다.

    다행히 섬에 주둔한 해병대 형들이 그의 훌륭한 과외교사가 돼 줬다.
    담임 윤순희 교사를 비롯한 선생님들과 해병대 형들의 도움을 받아 꿈을 이룬 이 군은, 자기를 키워 준 섬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나타냈다.

    “연평도처럼 분쟁지역 아이들에게 에너지 신기술을 이용해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 연평고 3학년 이승렬 학생.


    한편, 이날 서울대가 발표한 기회균형 선발 전형에서는, 중학교 1학년 때, 홀어머니마저 여의고 선생님 집에 머물며 공부한 경남 함안군 명덕고 3학년 이수경(18) 학생이 간호학과에, 가난과 화재의 아픔을 극복하고 지적장애인 누나의 등교를 도우면서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전남 여수고 이두선(18) 학생이 공대 바이오시스템공학부에 각각 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