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 앞다퉈 관람…비정규직 이슈 선점·정치쇼 비판도
  • ▲ -영화 '카트' 홍보 포스터
    ▲ -영화 '카트' 홍보 포스터


    최근 정치권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환을 다룬 영화 '카트'를 놓고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이 앞다퉈 단체관람에 나서면서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제스쳐를 취하고 나선 것인데, 이를 두고 '진정성이 없는 정치쇼'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이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이슈선점을 위해 영화를 관람하며 감성 정치에 호소하는 모습은 "또 다른 후한무치의 일면을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우윤근 원내대표(오른쪽), 문재인 비대위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우윤근 원내대표(오른쪽), 문재인 비대위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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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영화관에서 '카트'를 떼관람했다.
     
    이 자리에는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비상대책위원, 우원식 을지로위원장, 박병석·김현미·박홍근·송호창·홍익표·홍종학·이미경·김기식·은수미 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입만 열면 [을(乙) 위한 정당]을 자처하는 야당답게 비정규직 문제에 상당한 관심이 있다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판교 환풍구 사고에 대한 책임 회피 논란에 휩싸인 새정치연합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한술 더 떠 공무직 200여 명을 이끌고 오는 20일 이 영화를 단체 관람키로 했다고 한다.
     
    여당도 이례적으로 카트 홍보전에 가세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대표를 맡은 국회 비정규직차별개선포럼은 지난 14일 오후 7시 한국노총과 함께 국회 대회의실에서 '카트' 상영회를 열었다.

    김성태 의원은 "카트 영화 상영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국회에서 팔 걷어붙이고 나서겠다"며 국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국회 환경미화원노동조합' 소속 청소노동자들을 시사회에 초청했다.
     
    이처럼 여야 정치권이 앞다퉈 '카트' 홍보전에 나선 것은 비정규직 이슈 선점은 물론 '민생 우선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이 상영회까지 열면서 카트 홍보전에 나선 것은 비정규직 이슈를 야당이 선점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김성태 의원은 "비정규직 문제는 당연히 야당 몫으로 인식하고 소홀히 하는 부분을 이번 영화 상영을 계기로 달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이 영화는 비정규직 문제이기 때문에 당 을지로위원회로서는 당연히 관심 가질 사안이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홍보전에 나선 것이 의외"라며 영화 선점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우윤근 원내대표(오른쪽), 문재인 비대위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여야 모두 영화를 관람한 뒤 "600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아픈 절규를 담아내고 있는 '카트'는 참여정부 시절 이랜드 파업 사태를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야당이 떼관람하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야당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비정규직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시행된 후 실제 정규직 전환 비율은 9.9%로 10명 중 1명도 안 된다는 사실이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드러났고, 심지어 이 법으로 인해 오히려 비정규직 문제가 더 악화됐는 비판이 쇄도했다. 

    이런 사실을 의식한 듯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비대위원은 영화 '카트'를 보는 내내 무거운 표정을 연출했다. 그는 영화가 끝난 후엔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억울한 을의 입장에 공감한 것일까. 문희상 위원장도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소속 의원이 연루된 '대리기사 폭행사건' 당시 당 차원의 사과나 적절한 조치는 커녕 '갑(甲) 중의 갑'인 제식구를 감싸기에 급급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의 '영화 정치'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면서도 "문재인 의원 등의 눈물에 진정성이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공감의 눈물인지 아니면 죄책감의 눈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여주기식 눈물을 흘릴 시간에 실질적인 대책을 만드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오늘날 비정규직 문제를 더 악화시킨 참여정부 인사들이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어 '을'의 눈물을 닦아준다는 명분으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현재 '을(乙)'을 위한 제대로 된 법안 하나 발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개탄했다. 
     
    이 실장은 이어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카트' 영화가 개봉도 되기 전에 시사회를 통해 영화관람을 했다"며 "비정규직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들이 이에 대한 대안제시는커녕 영화를 관람하며 이미지 정치를 벌이는 모습은 또 다른 후한무치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영화나 관람하며 이슈 선점 등 경쟁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기업현장에서 고용주와 고용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