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난 ‘유스페이스’ 측은 전혀 몰랐던 축제…주최 측은 발뺌
  • ▲ 17일 오후 5시 50분 무렵 일어난 판교 테크노밸리 공연장 환기구 붕괴사고 현장. ⓒ뉴데일리 DB
    ▲ 17일 오후 5시 50분 무렵 일어난 판교 테크노밸리 공연장 환기구 붕괴사고 현장. ⓒ뉴데일리 DB

    지난 17일 오후 5시 53분, 경기 성남시에 있는 판교 테크노 밸리 내 ‘유스페이스 2’ 앞 광장에서는 걸그룹들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이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20여 명의 사람들이 지하로 추락했다. 건물 지상에 있는 환풍구가 무너져 20m 아래 지하 주차장 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 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8명은 생명이 위독한 중상으로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 ▲ 판교 테크노 밸리 축제 중 무너진 환기구 높이는 20m나 된다.  ⓒ뉴데일리 DB
    ▲ 판교 테크노 밸리 축제 중 무너진 환기구 높이는 20m나 된다. ⓒ뉴데일리 DB

    경찰은 사고 원인을 걸그룹의 공연을 보려던 사람들이 목 좋은 곳을 찾는 과정에서 환기구에 올라갔고, 환기구 철망이 30여 명의 성인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진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현장을 찾았을 때 이상한 점들을 볼 수 있었다. 안전 관리의 문제일수도, 행사를 진행하던 주최 측의 문제일수도 있어 보였다. 


    보는 각도 따라 높이 다른 지상 환기구


    무너진 환기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도로에서 볼 수 있는 지하철 환기구와는 다르다.

    대형 건물에 있는 지상 환기구는 인도에서 1.5m 가량 떨어진 곳의 ‘녹지’ 등에 설치하도록 돼 있다. 건물 지상환기구에 대한 규정은 주로 환풍이 잘 되도록 한 기준만 있을 뿐 별도의 안전관리 규정은 찾기 어려웠다.

  • ▲ 무너진 환기구를 정면에서 보면 이렇게 높다.  ⓒ뉴데일리 DB
    ▲ 무너진 환기구를 정면에서 보면 이렇게 높다. ⓒ뉴데일리 DB

    사고가 난 환기구를 광장에서 건물을 바라봤을 때의 높이는 성인 여성의 키와 맞먹는 1.6m 가량으로 보였다. 하지만 우측으로 돌아가서 확인해보자 그 높이는 1.3m 가량으로 낮아졌다. 다시 공연장에서 좌측으로 돌아가서 보면 환기구 높이가 1m 남짓으로 크게 낮아졌다.

    사고 당시 인기 걸그룹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던 1,000여 명(당시 인근 상인들 추정)이 앞자리에 앉지 못한 뒤 잘 보이는 자리를 찾기 위해 뒤로 갔다면, 성인 남성일 경우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높이다.

  • ▲ 하지만 옆으로 돌아가서 보면 이렇게 높이가 확 낮아진다.  ⓒ뉴데일리 DB
    ▲ 하지만 옆으로 돌아가서 보면 이렇게 높이가 확 낮아진다. ⓒ뉴데일리 DB

    하지만 해당 환기구에는 “올라가지 마시오” 라는 경고 문구도 없었고, 바로 옆 건물과 같이 대형 유리판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만든 안전장치도 없었다. 

    특이한 점은 같은 건물임에도 주차장 진출입로가 있는 건물 후면의 환기구는 일반적인 ‘규정’ 대로 만들어져 관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 ▲ 같은 '유스페이스 2'의 지상환기구 모습. 광장이 있는 면의 관리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뉴데일리 DB
    ▲ 같은 '유스페이스 2'의 지상환기구 모습. 광장이 있는 면의 관리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뉴데일리 DB

    공연 안전관리, 제대로 지켜졌나?


    사고가 난 공연은 ‘제1회 판교 테크노벨리 축제’였다. 이 축제에서는 기본으로 조각 피자와 맥주를 제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 이후 현장에서 둘러본 결과 곳곳에서 술병 등을 볼 수 있었다.

    외국계 주류업체인 ‘디아지오 코리아’의 박스에는 맥켈란, 조니워커, 발렌타인 등의 양주병이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저축은행에서부터 한의원 등 주변 소규모 업체들의 홍보전단까지 어지러이 뿌려져 있었다.

  • ▲ 사고 당시 공연은 판교 테크노밸리 축제의 일환이다. 이 공연 당시에는 많은 업체들이 와서 관람객들에게 술, 피자 등을 제공했다고 한다.   ⓒ뉴데일리 DB
    ▲ 사고 당시 공연은 판교 테크노밸리 축제의 일환이다. 이 공연 당시에는 많은 업체들이 와서 관람객들에게 술, 피자 등을 제공했다고 한다. ⓒ뉴데일리 DB

    본지 기자들이 인근 상인들과 목격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사고 당시 관람객들은 걸그룹의 공연에 맞춰 흥겹게 몸을 흔들거나 펄쩍펄쩍 뛰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결과 밝혀지겠지만, 일부 증언에서는 “환기구에 올라간 사람 가운데 일부가 펄쩍펄쩍 뛰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을 말리는 안전요원들이 있었다는 증언이나 목격담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본지 취재에서는 유스페이스 입주민들은 “주최 측이 큰 사고가 아니므로 축제를 계속할지 중단할지는 추후에 결정할 것”이라는 방송을 들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주최 측은 1,000여 명의 사람들이 몰려든 축제에서 몇 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했던 걸까. 한 상인의 증언은 매우 흥미로웠다. 


    사고 유발 공연장은 성남시 땅, 상인들에 안전공문 없어


    판교 테크노 밸리는 경기도, 성남시와 관련이 깊은 지역이다. 주로 IT업체들이 많이 입주해 있다. 넥슨, NHN, 웹젠 등도 이곳에 대형 사무실을 갖고 있다. 각각의 건물에는 주인이 있지만, 공연장이 벌어진 곳은 성남시의 ‘시유지(市有地)’로 돼 있다.

    즉 ‘판교 공연장 사고’가 난 곳으로 알려진 건물은 ‘유스페이스 2’지만 실제 사고의 원인이 된 공연장은 성남시 관할이라는 것이다. 때문인지 공연 전 ‘유스페이스 2’의 입주민들에게 전달된 공문은 “10만 원 내고 축제에 부스 마련하시라”는 내용 외에는 없었다고 한다. 해당 상인의 증언이다.

    “어제 공연 당시 있었는데, 공연장 주변에는 ‘진행요원’이나 ‘안전요원’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와는 관련이 없는 축제여서 그런가 보다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자 오히려 우리 건물(유스페이스 2)의 안전요원들이 분주히 뛰어다녔다.”


    사고가 난 ‘유스페이스 2’ 건물의 안전요원들이야 건물의 위험한 곳 등을 잘 알기에 긴장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평소 4~5명에 불과했던 안전요원들이 1,000여 명이나 되는 공연 관람객들을 통제하는 것은 무리였을 것으로 보인다.

    ‘붕괴된 환기구’에 대한 ‘유스페이스 2’ 입주민들의 설명도 설득력이 있었다. |

    “평소에는 저것이 환기구인지 뭔지도 몰랐다.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다들 성인들인데 누가 저기에 올라가 뛰거나 할 생각이라도 하겠는가.”



    수사 결과 따라 불똥은 경기도, 성남시, 실제 주최 측으로


    이 같은 ‘유스페이스 2’ 입주민들의 설명에다 현장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경찰 수사결과에 따라 ‘책임져야 할 사람’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실제 주최 측’과 성남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8일 새벽, 성남시 분당구청 1층에 설치된 ‘사고대책본부’를 찾아 “성남시는 이런 축제를 승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유스페이스 2’ 입주민들의 설명과는 맞지 않는다.

    경기도 측도 난감해질 수 있다. 이번 공연이 ‘판교 테크노 밸리 축제’였는데, 판교 테크노 밸리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곳이 경기도 산하의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어서다.

    실제 주최 측이 누구인지도 중요하다. 성남시와 경기도 측은 “우리 이름을 도용당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축제를 실제 주최한 곳이 책임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경찰 수사가 계속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그 결과가 나오면 ‘황당한 사고’의 책임을 지게 되는 사람(또는 조직)은 상당한 출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