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5월 28일 WSJ와 인터뷰하는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5월 28일 WSJ와 인터뷰하는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주변국들에게 독자적 핵무장의 명분을 제공,
    동아시아에서 핵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발언을 놓고 美워싱턴 외교가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북한 핵실험 이전부터
    한국과 일본, 대만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핵 개발 도미노’ 발언을 예의주시하는 것이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5월 30일 ‘넬슨 리포트’에 기고한 글에서
    “동북아 핵개발 도미노가 일어나면
    국제 비확산 체제가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일 동북아의 핵도미노가 시작된다면
    미국이 60년 넘게 구축해온 동아시아 동맹체제가 끝나고
    국제비확산 체제도 종언을 고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박근혜 대통령의 예고가 현실화되지는 않으리라 본다.”


    조너선 폴락 연구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도미노 발언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국을 겨냥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핵 도미노 현상을
    자국의 핵심이익을 해치는 것으로 보는 만큼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
    중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겠느냐.”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의 자카리 켁 부편집장도
    “북한이 아니라 중국 때문에 핵도미노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처럼 국제경제에 깊숙이 통합된 국가들은
    외부세계와 단절돼 살 수 없다.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응해
    재래식 군사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핵도미노 현상을 촉발할 것 같지 않지만
    중국의 군사능력 확대와 패권주의적 외교행태 때문에
    충분히 핵무장 도미노가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현재 중국의 재래식 군비확장 추세를 감안해볼 때
    일본에게는 핵무장이 갈수록 매력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


    반면 한국이 핵무장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보수 싱크탱크 외교정책구상(FPI)의 로버트 자라테 정책국장은
    2013년 4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주장한 ‘핵무장’ 발언과
    간 나오토 前일본총리가
    지난 3월 “일본 내에는 공개 언급은 않지만
    핵무장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던 발언을 거론하며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 욕구는 양국 간의 감정악화로 더 심화될 것이다.
    사실 많은 관측통들은
    한국과 일본이 핵탄두와 운반체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 경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면
    이것은 미국의 군사적 능력과 역내 영향력의 쇠퇴를 의미한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박 대통령의 ‘핵개발 도미노’ 발언만 놓고 여러 가지 주장을 하고 있지만,
    국내 일각에서는 이 발언이 일본과 북한 간의 합의에 대한
    견제 성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허문도 前통일부 장관은
    지난 5월 31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중요한 점은 일본과 북한 간의 합의로
    박근혜 대통령의 ‘핵 도미노’ 발언이
    의미를 잃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 허문도 前통일부 장관 [자료사진]
    ▲ 허문도 前통일부 장관 [자료사진]

    허문도 前장관은
    중국이 ‘말 안 듣는 북한’ 대신
    한국을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이려 노력 중이고,
    이에 일본이 북한을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일 경우
    기존의 외교질서가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허문도 前장관은
    일본이 북한에게 수백억 달러라는 ‘당근’을 제시,
    북한 핵을 연성화(軟性化) 시킬 경우
    ‘동아시아 핵개발 도미노’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고,
    우리나라만 국제적으로 고립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문도 前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또는 북한을 겨냥해
    ‘핵 도미노’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일본 정권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과 한국의 국제관계 전문가 대부분은
    동아시아 핵개발 도미노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한미일 동맹과 일본-북한 간의 관계,
    한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한국에게 심각한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허문도 前장관의 주장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