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민군이 신는 신발을 모아보니…

    신준식 /뉴포커스

    북한 정권은 고난의 행군과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군인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 그 중 하나가 '군 제일주의'였다. 북한 정권은 군인들이 군 밖에서 벌이는 범죄에 대해서도 "군을 100% 신임한다"며 눈 감아주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군인들은 민간 가옥에서 물건이나 먹거리를 마구 훔쳐댔다. 주민들이 반항할 경우 "장군님께서 제일 신임하신다는 군대도 몰라보냐"며 오히려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 당시 북한군이 민가에서 가장 많이 훔쳤던 물건 중 하나가 '신발'이다.

     식량난, 경제난에 군까지 생활환경이 열악해지면서 군화를 보급받지 못하는 군인들이 늘어났다. 한 밤 자고 일어나면 같은 부대 안에서도 군화가 없어진다. 배고품을 못 이겨 군보급품을 시장에 파는 군인들이 많아서이다. 지휘관마저 '신발은 자력갱생으로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북한군은 어쩔 수 없이 민가의 신발을 약탈 할 수 밖에 없었다. 훔쳐온 신발도 다양해서 검은 구두약을 칠한 중국제 색깔 구두부터, 심지어 운동화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 ▲ 군식량을 운송하는 군인들, 머리만 군대식이지 신발이며 솜 옷, 심지어 모자와 귀마개도 제각각이다.
    ▲ 군식량을 운송하는 군인들, 머리만 군대식이지 신발이며 솜 옷, 심지어 모자와 귀마개도 제각각이다.


     2010년 탈북한 인민군 출신 최지용씨는 "북한 군대내에서 집합하라고 하면 여간 웃긴게 아닙니다. 많은 인민군들이 민가에서 훔쳐온 신발을 신고 있기 때문에, 서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우스워 죽습니다. 제가 본 광경 중에는 장화가 가장 웃겼어요."라며, "신발이 부족하다보니 대외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인원에게 군화를 빌려주기도 합니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겨울철이 되면 인민군들의 신발이 더 다양해진다고 강조했다.
    "한겨울에 실내화를 신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초겨울이 되면, 민가에서 신발을 훔치는 군인들이 더 많아집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서죠."라고 덧붙였다.

     주민들 또한 계속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신발을 집안으로 들여놓는다고 한다. 탈북자 윤형로씨는 "신발을 아무리 잘 숨겨놔도 인민군들의 수색작전에는 못 당해냅니다. 결국엔 어떤 방식으로든 훔쳐가더란 말입니다."라고 증언했다.

     북한에 때 아닌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신발을 두고 숨기려는 자와 훔치려는 자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인민군의 발이 따듯해질수록, 주민의 겨울은 더욱 더 추워지고 있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