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일화'가 아니라 '담합'이다

    경제에선 안 되는데 정치꾼은 그래도 되나?


    이강호    
     
    안철수와 문재인이 ‘단일화를 위한 회동’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간 언론들이 습관적으로 단일화라고 일컬어 왔지만 용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단일화’가 아니라 ‘담합’이다.

    경제에서는 어떤 사업자가 협약·협정·의결 또는 어떠한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담합이라고 한다. 이 담합행위는 공정거래법 상 불법행위로 규정돼 있다. 명시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에도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경제에서 이러한 담합 행위를 불법으로 처벌하는 이유는 그것이 무엇보다도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담합 없이 치열하게 경쟁이 이루어질 때는 가격 결정권은 시장 즉 소비자의 손에 달려 있게 된다. 그 결과 소비자는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이점을 누린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공급자에게도 궁극적으로는 이득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을 혁신하고 생산성을 강화하고 품질을 높이는 등 노력을 하게 된다. 이것은 결국 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진다.

    낮은 품질과 비싼 가격을 강요하는 담합, 정치는 별 다른가?

    그런데 담합을 하게 되면 가격 결정권은 결국 소비자 손, 즉 시장을 떠나 상품 공급자들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낮은 품질과 비싼 가격을 강요당할 위험에 항상적으로 노출되게 된다. 공급자 또한 그런 안이함에 물들다 보면 자기혁신을 게을리 하여 마침내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정치는 별다른가? 지금 안철수와 문재인이 벌이는 소동은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우롱하는 정치적 담합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경제에서는 담합을 처벌해야 한다고 누구보다도 목소리를 높이는 자들이 자신들은 아무렇지 않게 정치적 담합행위를 하고 있다. 경제에서는 안 되는데 정치꾼은 그래도 된다는 것인가?

    안철수와 문재인이 지금 벌이는 짓거리는 쉽게 말해 ‘생쇼’다. 장난 그만하고 뭐든 하려거든 빨리 하길 바란다. 검증할 시간은 제대로 줘야 할 것 아닌가? 자꾸 질질 끌면서 장난치면 무던한 관객도 ‘뚜껑’이 열리는 수가 있다. 아니 이미 슬슬 열 받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정치희롱도 성희롱 못지않게 나쁜 짓이다. 이쯤에서 그만하고 예의를 갖추길 바란다.

     보수주의자 이강호의 세상읽기(http://blog.naver.com/21gang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