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합참작전본부장도 포함…717OP 인근 지역 관목 숲속으로 귀순문제의 CCTV는 철책 방향 아니라 ‘부대 안전’ 위한 내부 촬영용
  • 지난 2일 동해 22사단 지역에서 발생한 ‘노크 귀순’의 후폭풍이 거세다. 15일 국방장관의 대국민사과에 이어 장성 5명을 포함, 14명의 장교가 ‘문책’을 당하게 됐다. 해당 부대 대대장, 연대장, 사단장은 보직해임됐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15일 오후 2시 북한군의 ‘노크 귀순’ 사건에 대해 “명백한 경계작전 실패임과 상황보고 부실”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15일 국방부는 김관진 국방장관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당시 상황, 문책 범위, 당시 상황을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제대로 알고 있었는가 하는 점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북한군 ‘노크 귀순’ 대체 왜 몰랐나?

    이영주 합참 전비태세검열단장(해병 소장)은 귀순 병사의 이동 경로와 동해안경비대 해당 소초에 대해 설명했다.

    해당 귀순병사는 지난 9월 28일 오전 4시, 강원도 고성군 운지리의 1군단 예하 부대에서 경계근무를 하다 이탈했다. 그는 이튿날 고성항에 도착한 뒤 구선봉과 영랑호 사이를 넘어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해 뚫은 철길과 옆에 설치된 철책을 표식삼아 50km를 남하했다.

    이후 ○○7GP와 ○○8GP 사이의 경로를 통과해 우리 군 22사단 ○○연대의 717OP 인근 동해선경비대로 접근했다. 이영주 단장은 해당 지역의 사진 자료를 보여줬다. 귀순자가 넘은 철책은 동해선경비대 막사와 1소초 막사를 끼고 있는 도로 바로 옆이었다.

    해당 지역 부대는 전방을 향해 TOP(열영상감시장비)와 장거리 감시용 슈미트 망원경을 사용하고 있으며 경계초소는 2개였다.

    “귀순자는 동해안의 도로와 철로 등을 표식으로 남하했다. 이후 동해안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관목 지대 아래로 따라 내려왔다. 귀순자가 철책을 넘은 곳은 보시다시피 전봇대가 있는 곳으로 야간 경계등을 켜면 어두운 사각지역도 곳곳에 보인다.”

    “경계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작전지역 대부분이 울창한 수풀이라는 점, 주요 감시 장비가 모두 고지에 배치돼 전방만 바라보도록 설치돼 있어 저지대 감시에는 취약했다. 해당 부대에서는 3중 철책에 대해 과신했고, 철책 주변의 불모지 관리가 미흡했다.  

    또한 이번 귀순 지점은 과거 북한군이 귀순한 곳과 인접한 곳이었음에도 대대장, 연대장, 사단장 등이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았다.”

    한편 국정감사 이후 계속 논란이 됐던 막사의 CCTV는 부대 전방이나 철책 감시용이 아니라 과거 ‘부대 안전용’으로 설치한 싸구려 민간제품이었다고 한다.

    “소초에는 현관, 탄약고 등에 4개의 CCTV가 설치돼 있다. 모두 민간제품으로 5만3천 원 짜리다. 이들은 언론이나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소초 입구에서 무기 안전검사를 하는지 확인하고, 탄약고 무기 불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채증 장비’에 불과하다.”

    북한군 귀순 보고, 왜 지연됐나…합참의장도 ‘노크 귀순’ 알았다?

    북한군의 ‘노크 귀순’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기 전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일선 부대에서 합참 지휘통제실까지 이어지는 보고체계 상의 혼란과 담당자의 안이한 태도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노크 귀순’과 관련한 진상조사를 위해 지난 13일부터 이틀 동안 37명의 합동조사단이 현장을 방문했다.

    10월 2일 오후 11시 19분 해당 소초에서는 귀순자의 신병을 확보한 지 2분 만에 사단까지 동시에 보고를 마쳤다. 사단과 군단도 즉시 1군 사령부와 합참에 보고했다. 오후 11시 45분에는 유선으로 합참까지 보고했다.

    이때 문제가 생겼다. 처음 소초에서는 ‘귀순자 신병을 확보했다’고 보고했지만 해당 대대장은 지레 짐작으로 ‘소초에서 CCTV를 통해 귀순자를 확인한 뒤 신병을 확보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이것이 해당 중대장의 보고와 다르다는 점을 이상하다고 생각한 사단장이 재확인을 지시하자 최초 보고 15분 뒤에야 ‘노크 소리를 듣고 신병을 확보했다’고 정정보고했다고 한다. 이 정정보고는 군단까지 신속하게 전달됐다.

    하지만 이 ‘정정보고’는 군단과 군사령부, 합참 등에서는 작전부서 참모와 상황실 근무자들 간의 ‘소통 오류’로 제대로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즉 ‘잘못된 보고’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그대로 전달된 것이었다.

    1군 사령부는 10월 3일 오전 2시 10분 KJCCS를 통해 ‘CCTV로 귀순자 확보’라고 보고한 뒤 이날 오후 5시 6분까지 ‘정정보고’를 하지 않았고, 합참 상황실은 이 ‘정정보고’를 10월 10일까지 열람조차 하지 않았다.

    한편 합참의장은 합참 정보본부장으로부터 ‘CCTV로 신병을 확보한 게 아니라 직접 문을 두드리며 귀순했다’는 ‘첩보’를 구두로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는 귀순자 신병을 확보한 뒤 따르는 절차에 따라 수집된 ‘첩보’였다.

    보통 귀순자가 생기면 신병을 인도한 부대에서 먼저 보고서를 올린다. 이어 해당 지역(주로 사단급 부대) 기무부대 등이 ‘지역합동심문조’를 통해 귀순자의 진술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해 올린다. 합참 정보본부장이 합참의장에게 구두보고한 게 이 ‘지역 합심조 보고서’의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후 해당 부대와 지역합심조의 심문을 받은 귀순자는 국정원, 기무사, 경찰 등으로 구성된 ‘중앙합심조’로 신병이 인계된다. 이때 해당 부대의 작전계통은 ‘상황종료’로 본다고 했다.

    한편 이 보고를 받은 합참의장은 이미 귀순자 발생으로 1군 사령부에서 검열단을 내려보낸 상태에서 다시 합참 검열단까지 내려 보내는 건 예하 부대에 중압감을 준다고 판단, ‘중앙 합심조’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당초 중앙합심조 보고서가 나오는 날은 10일 경이었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이 ‘노크 귀순’이 논란이 되었음에도 합참이 이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일이 커졌다는 설명이었다.

    ‘노크 귀순’ 후폭풍, 중장 포함 장성 5명, 영관급 9명 ‘문책’

    이 같은 설명에 언론들은 ‘정승조 합참의장도 책임이 있는 게 아니냐’며 논란을 제기하고 있지만 국방부와 합참은 ‘그 정도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이번 ‘노크 귀순’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현돈 합참 작전본부장을 포함해 장성 5명, 영관장교 9명을 문책하기로 했다.

    장성은 중장 1명, 22사단장을 포함해 소장 2명, 합참 작전처장을 포함한 준장 2명이며, 영관급 장교는 합참 지휘통제팀장, 1군 사령부 작전과장, 8군단 작전과장, 해당 연대장 등 대령 3명과 해당부대 대대장 등 중령 2명, 합참 상황 실무자인 소령 2명이라고 한다.

    또한 최초 ‘CCTV로 확인 후 신병을 확보했다’고 보고한 해당 부대 대대장, 합참 지휘통제실 실무 담당자 2명은 이번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사단장, 연대장, 대대장은 오늘(15일) 부로 보직해임해 즉각 교체하기로 했다.

    1군 사령관과 8군단장은 장관이 직접 ‘엄중경고’ 했다고 한다. 이들 부대 실무자 중 추가로 과실이 드러난 경우에는 1군 사령관과 8군단장 책임 하에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가 밝힌 ‘향후 대책’

    국방부는 문책과 함께 전방 철책지역 전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 전방 모든 전선의 취약지역을 일제히 재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먼저 가용할 수 있는 전력을 전방에 집중 투입하는 한편 GOP 경계체제를 보완하기 위해 경계근무 방법 개선, 초소위치 조정, 윤형 철조망을 포함한 철책과 인근 장애물 보강, 추가 병력과 감시장비 배치 등 제반조치를 최단 시간 내에 완료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