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날 기념식은 지난 2002년 당시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작전 임수 수행 중 고귀한 생명을 조국에 바친 분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북한의 기습 도발을 단호하게 응징해서 퇴각시킨 해군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실시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북한의 도발은 의도적이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북한은 겉으로는 평화를 위장하고 뒤에서는 의도적인 도발을 자행한 과거를 통찰하고, 국가 안보를 위해 어떠한 희생도 마다않는 단호한 결의만이 북한의 오판을 막고 도발을 억지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포함해 그 어떤 도발도 우발적 실수가 아닌 계획된 도발이었다"면서 "국군 통수권자로서 어떤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고 어떤 침공에도 과감히 맞서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특히 "2002년 연평해전은 우리가 북한에 많은 지원을 제공하고 남북대화와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에 일어났다"면서 "그때 우리는 잠시나마 더 이상 전쟁은 없고 곧 평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 있었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당시 우리는 북한의 만행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한일 월드컵 3,4위전이 열리던 2002년 6월29일 오전 10시께 북한의 경비정 2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 우리 해군 참수리357호 고속정에 선제 기습공격을 가했다.

    사상최초로 아시아에서 치러진 한일 월드컵!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승승장구하며 강호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차례로 격파하고 4강에 올라 성공적으로 월드컵을 치루고 있는 것을 시샘한 북한이 갑자기 서해상에서 우리 경비정을 향해 공격, 무력 도발을 자행했다.

    우리 해군 윤영하 소령과 조천형·황도현·서후원·한상국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했으며, 북한도 3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경비정은 화염에 휩싸인 채 도주했다.

    터키와의 4강전에서 경기 전 고인들의 무훈을 기리고 평안을 기원하는 묵념을 하고 경기를 시작했다. 주장 홍명보 선수를 비롯한 우리 선수들의 가슴에서 고인들의 영혼을 달래는 검은 리본이 달렸다.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었고 달리는 선수들도 너무 큰 비보를 접해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전반 시작과 동시에 실점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우리 국가대표는 터키와의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전 국민들이 눈물을 흘렸고 선수들은 쓰린 가슴을 안고 경기에 임했다.

    이런 과거를 기억한 듯 이명박 대통령은 제2차 연평해전에서 산화한 윤영하 소령을 비롯한 6명의 순국전사들을 일일이 호명한 뒤 "조국이 그들을 불렀을 때 그들은 거기에 있었고 온몸을 던져 조국을 지켰다"면서 "조국은 그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또 "연평해전 순국장병들의 아까운 희생을 아프게 떠올리고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게 못내 미안할 따름"이라며 "아직도 고통 받고 있는 부함장 이희완 소령을 위시한 생존 장병들, 유가족, 전우 여러분의 아픔을 같이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순국한 젊은 영혼들과 그 유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한 것이다. 이런 이명박 대통령과는 달리 고 김대중 대통령은 국가적인 위난의 상황에서도 일본으로 결승전을 관람하러 출국해 비난을 한 몸에 받은 바가 있다.

    일국의 국가 원수가 국난에 버금가는 위기 시에 나라를 비우고 외국에 한가하게 축구를 관람하러 간 것을 두고 국내는 물론 외신들도 비난했다. 훗날 한 미국 관리는 연평해전에서 순국한 우리 젊은이들의 이름을 알지 못하고 그들의 무훈을 기리지 못하는 김대중 정부를 향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기념식을 끝낸 이명박 대통령은 제2연평해전 전적비에 헌화하고, 윤영하 소령의 이름을 붙인 전함에 직접 올라타 서해경비 상황을 보고받고 장병을 격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