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
    ▲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

    "청와대는 '창살없는 감옥’ 같고, `밤에는 너무 외롭다"고 했던 어느 전직 대통령의 말이 생각난다. 실제로 청와대는 온통 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나마 뒤는 산으로 막혀있다. 또 앞 면에는 골목마다 정장 차림의 경호원들로 온통 무시무시한 분위기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했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이 청와대를 관람하려면 몇 주에 걸친 철두철미한 뒷조사를 거쳐야 하거나 고작 겉만 둘러볼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비서실도 별도 건물에 있고, 비서실장도 일단 차를 몰고 청와대에 들어와야 하며, 경호원들의 검사를 거쳐야 한다고 들었다. 완전히 대통령을 구중궁궐에 격리시켜 놓은 것이다.
     
    대통령은 낮에는 소수의 비서관들과 측근들의 인의 장막에 싸여 바깥을 볼 수 없고 국무회의 때도 그저 “잘 되고 있다”거나 “자당한 말씀”만 되풀이 해 듣는 게 고작이라고 한다. 누구도 제대로 된 직언을 하지 않고 결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시만 하는 형식으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는 얘기다. 측근들은 대통령을 더욱 격리시키고 일정도 측근들에 의해 만들어지며, 웬만한 보고는 아예 자기들 선에서 결정을 해서 이들의 사전 심사와 승인 없이는 대통령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측근들의 권력은 더욱 막강해지고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 집권 말기에 어느 덧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면서 호가호위하던 측근들이 결국 엄청난  뇌물을 먹고 철창신세를 지는 구태가 되풀이 된다. 이들은 중형을 선고 받아도 3.1절이나 8.15사면으로 슬그머니 나와서 한동한 조용히 있다가 다시 국회의원이 되고 도지사까지 되는 것을 우리는 여러 번 보아왔다. 이게 다 대통령을 산속 깊이 격리시켜놓고 측근들이 그 권력을 대행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우선 청와대를 시내로 옮겨야 한다. 대통령이 수시로 시민들과 접할 수 있고 창 밖으로 서민들의 사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시내 복판으로 말이다.

    미국의 백악관은 시내 한복판에 있다. 바로 옆에는 호텔과 쇼핑몰이 있고, 주변에는 쇼핑 나온 시민들로 북적거린다. 백악관 안을 관람하려면 한 차례 검문만 거치면 내부까지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집무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잠깐 엿볼 수도 있다. 그러니 전세계에서 하루에도 수 천 명이 백악관을 방문한다고 한다.

    국민의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을 신비의 대상 같이 산속에 격리시켜놓고. 대신 측근들이 둘러싸 대통령 권력을 행사하는 제도는 미국에서는 볼 수 없다.
     
    둘째로, 부통령제를 신설해야 한다. 부통령은 대통령과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임기를 같이 해야 한다. 1년이 멀다하고 바뀌는 국무총리 제도를 없애고 대신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부통령제를 두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는 일회용 얼굴마담이라고 조롱한다. 언제 교체될지 모르는 국무총리를 측근들도 우습게 본다는 말을 들었다.

    부통령의 꿈은 당연히 차기 대통령이 되는거다. 그러니 현 정부가 성공해야 하고, 이를 위해 부통령은 행정부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에게 서슴없이 진실을 말할 수 있다. 국무회의 때도 장관들을 나무랄 것이고,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도 있다. 누구도 이를 막을 수가 없다. 부통령이 감시하고 있는 한 대통령 측근의 비리는 있을 수가 없다.

    부통령제를 둔다고 예산이 더 드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국무총리 예산이면 충분하다. 국무총리 관저를 쓰고 사무실도 이름만 바꾸면 된다. 요새 같이 복잡한 때에 대통령 혼자 보다는 둘이 머리를 맞대고 주요 국정현안을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측근들의 부정부패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부통령은 국민과 더 가까이 있으면서 국민의 의견을 더 효과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고, 또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