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빌면 되지만, 통진당 먹칠은 안된다"는 논리12일 중앙위 전 '사퇴'여론 방어 명분 쌓기 위해
  •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8일 지도부가 모두 불참한 가운데 '단독' 공청회를 강행했다.

    당 진상조사위의 결과가 부풀려졌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이 대표는 공청회에서 일부 부정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실수'라고 표현하고, '부정선거'는 빌면 되지만 통진당원들이 욕을 먹는 상황은 참을 수 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또 부정사례로 거론된 사람들의 반박 논리도 미약해 결국은 '투표관리부실'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나 끝까지 사퇴와 관련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결국 이날 공청회는 12일 당 중앙위원회를 앞두고 전방위적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구하기 위한 '여론환기용'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실수, 부정으로 몰아 부정 오물 뒤집어 썼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일부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시인하면서도 통합진보당 전체가 비난을 받는데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통진당 투표는 모두 믿을 수 없고 부정이 만연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어떤 제대로된 조사도 되지 않은 발표였음을 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상보고서에 따르면) 부정선거가 현장투표 90%인 120개 투표소에 무효처리 된 8개 더하면 128개 투표소에서 저질러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 ▲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운데)와 김선동 의원(오른쪽), 김재연 비례대표 3번 당선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진상조사위원회와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 연합뉴스
    ▲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운데)와 김선동 의원(오른쪽), 김재연 비례대표 3번 당선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진상조사위원회와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 연합뉴스

    "정확히 밝혀지면 어떤 책임이라도 다 질수 있는 분들인데 (진상위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실수한 것을 부정으로 몰아서 너 참 왜 이렇게 덜떨어지고 멍청했냐는 핀잔을 넘어 부정의 오물을 뒤집어 쓴, 당원들의 고통이 눈에 밟혀, 진상조사보고서를 본 새벽에 도저히 그냥 참을 수가 없었다."

    이 대표는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일부 부정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실수'라고 표현했다.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하나하나 규정을 다 따져서 보면 다른 분이 대신 서명한 것은 장난이든 무엇이든 그런 일이 있어선 안된다. 선거인 명부를 누가 보더라도 투표에 부정이 있는 가 하는 기록이 남은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그것이 명부조작의 의심으로 부정선거를 자행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선거'는 빌면 되지만 통진당에 먹칠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4.11 총선 당일 정당투표에서 통합진보당을 택한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보다 통합진보당의 명예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였다.

    이 대표는 "부실이 있었다면, 규정대로 100% (따르지) 못했다면 '저희가 잘못했습니다'하고 빌면 된다. 교육 제대로 받고, 당 살림 철저히 하면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깨끗한 줄 알았던 사람들이 부정의 오물을 뒤집어쓰고 주변 친지들로부터 '왜 그러니 탈당해라'란 말을 듣는다. '니가 찍으라고 했잖아 통진당' 소리 들으며 얼굴 들지 못한다고 한다. 통진당을 만들어낸, 완성시키려고 애쓰는 앞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당 여러분들, 국민 여러분들께 일을 잘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 "투표서명, 집에서 사인펜으로 확인하며 재서명"

    이 대표의 발언에 앞서 '부정선거'에 대한 양심고백 순서가 이뤄졌다.

    현장 투표 관리를 맡았던 이인석 통합진보당 충주공동위원장은 "사인펜으로 (표를) 확인하면서 다시 서명한 게 과연 신문에 나올 사례인지 참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두당(국민참여당, 진보신당)관계자분들은 신경을 못쓰셔서 회사에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현장관리를 하겠다고 했다. 서명을 (당원들이) 볼펜으로 한 것을 집에 가서 다시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사인펜으로 확인하면서 제가 다시 서명을 했다"고 했다. 그는 "저의 조그마한 실수는 인정하지만 과연 이게 불법이냐"고 목소리를 키웠다.

    홀로 집에서 전산입력 과정에서 투표용지를 훼손한 '관리소홀'에 책임지는 태도는 없었다. 오히려 구 민노당계열인 이 위원장 측만 현장관리에 나선 것을 인정하면서 대리투표에 의혹에 불을 지피게 됐다.

    또 '대리투표 의혹'을 받은 최병선씨는 "내가 이름이 병선이라 친구가 (장난으로) 사인한다더니 거기다가 병신이라고 쓰면서 웃었다. 그렇게 투표한 건데 오늘 신문에도 나오고 여기까지 나오게 하고, 카메라도 많고 사지가 벌벌 덜린다. 내가 무슨 부조리나 한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이때 김재연 당선자가 갑자기 눈물 흘리자 이정희 대표가 휴지를 건네 주었다.

  • ▲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비례대표 3번 당선자 김재연씨가 눈물을 흘리자 휴지를 건네며 위로해주고 있다. ⓒ 연합뉴스
    ▲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비례대표 3번 당선자 김재연씨가 눈물을 흘리자 휴지를 건네며 위로해주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대표는 지역당원들의 해명시간이 끝나자  "죄스럽다"고 말했다. "선거관리 부실은 제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구나는 생각을 다시 했다"고 했다. 또 "주변으로부터 '니가 찍으라고 했잖아 통진당' 소리를 들으며 얼굴을 들지 못한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 이정희 "어느 정파 소속돼 활동한 사람 아니다"

    그러나 끝내 '사퇴'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그는 "잘못했으면 그만이지 변명할 게 무엇이냐, 부실이든 부정이든 다 뒤집어쓰고 무릎꾾고 내려놓으면 살길이 열릴 것인데 왜 부실, 부정 따지고 속좁게 정치하느냐는 말씀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관계 따지지 말고, (이석기, 김재연) 잘래내서 살길 찾아라는 말씀 많이 들었다. 그래서 살길 찾아라, 더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저는 진실이 무엇인지 상식 수준에서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경기동부연합' 출신으로 당의 지도자로 키워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제가 어느 정파에 소속돼 활동하다 온 사람도 아니고, 특정한 사람을 당 대표가 되겠다고 경쟁한 사람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사실에 입각해 철처하게 조금 친한 사람이 큰 문제가 있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다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잘라내는 사례가, 당 전체에 대한 무고, 내부로부터의 몰락, 진보집권 가능성의 소멸이 이 사태의 본질과 현상"이라고 했다. "이 시점에서는 모두가 상식에 근거해 바로잡길 바란다. 제가 쌓아온 통합진보당, 당원 여러분과 공감해 온 상식과 양심, 그것을 지키기 위해 이 말씀 드렸다"고 마무리했다.

    총 4명의 공동대표단을 두고 있는 통합진보당에서 이 대표만 참석한 것은 다른 지도부가 미리 불참의사를 밝혔음에도 이 대표가 밀어 부쳤기 때문이다.  

    당내 비례대표 선출이 '총체적 부실·부정선거'고 밝힌 조준호 공동대표는 "당의 공식제안이 아니고, 자칫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참석을 거부했다. 또 조사단 결과를 신뢰해야 한다는 입장인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도 공청회에 끝내 불참했다.

    결국 '당권파'인 이 대표와 '최루탄' 김선동 의원, 김재연 당선자 등만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가 열리게 됐다.

    김 당선자는 공청회를 마친 뒤 <뉴데일리>기자가 왜 울었느냐고 묻자 "저런 얘기를 듣고 안 울수 있겠느냐"고 했다. 함께 눈물을 흘린 김선동 의원도 "이정희 대표가 몸도 안좋은 상태였는데 저렇게 밤새 준비하고 오늘 공청회에서 발표하는 것을 보니 같은 당으로서 송구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