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 ‘소수 온건파’ 맥을 출까?

  • ▲ 류근일 본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본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통합민주당 전남 무안-신안 당선자 이윤석 의원의 말이 시원시원 했다. 채널 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서였다. “통합민주당이 자꾸만 좌 쪽으로 간다는 말이 있는데?”라는 박종진 앵커의 질문에 그는 이런 취지로 답했다. “민노당은 그들이 가는 길(급진적)이 있다. 우리 민주당은 본래 중도다. 선거연합은 하더라도 왜 정책연합까지 했는가?”

      본래의 민주당은 죽고 그 자리에 좌파 운동권이 들어섰다. 한국 정치지형에서 중도개혁 야당의 위상은 지워졌다. 야권연대가 성사됐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멘토단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중엔 백낙청 노수희의 얼굴이 보였다. 노수희는 그 직후 평양에 몰래 가 ‘수령’을 찬양했다. 백낙청은 그의 저서 <2013년 체제>를 통해 한반도 좌파통일전선의 변혁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이게 한국 야권의 현주소다.

      이윤석 의원은 민주통합당이 그렇게 가선 안 된다고 말한 셈이다. 김병준 전 노무현 측근도 “나도(따라서 노무현 대통령도) 오늘의 민주통합당에선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 만큼 민주통합당이 너무 먼 왼쪽으로 갔다는 개탄이었다. 김진표 의원은 “네 정체성이 뭐냐?”는 시비를 받았다. 김효석 당선자도 당이 중도층을 잃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러나 이윤석 김효석 같은 중도개혁파마저 오늘의 민주통합당에선 소수파, 비주류로 몰렸다. 그럼에도 그런 스펙트럼에 서있는 사람들이 분발하는 것만이 그나마 한국 야당의 ‘한없는 좌경화’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게 과연 맥을 출 수 있을까? 아마도 그들 머리 위엔 험악한 우박이 사정없이 쏟아 부어질 것이다.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인물들 가운데 류인태 당선자의 얼굴이 보인다. 필자는 그가 대학생이었을 때부터 알았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을 지냈다. 입빠른 쓴 소리를 주저하지 않는 그를 향해 노무현 대통령은 “서울대학 나온...” 하며 공식 회의석상에서 노골적으로 핀잔을 주었다.

      운동권 '짠밥‘으로 보나 교육수준으로 보나 종합적 판단능력으로 보나 노무현은 그에 비하면 저 아래다. 그는 노무현 말기에 신문 인터뷰를 통해 노무현 정권을 망친 일부 편향된 부류의 과오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앞으로 민주통합당 안에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되는 이유다.

      류인태 당선자가 비판했던 일부 부류가 이번 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했다. 민주통합당 안에서 그들은 이제 일부가 아니라 다수다. 이 다수가 한국 야당을 중도에서 이탈시켜 좌로, 좌로 이동시키고 있다. 심각한 얘기다. 위험한 일이다. 민주통합당 안의 그렇지 않은 소수파가 이 추세를 과연 얼마나 견제할 수 있을지, 견제는커녕 ‘숙청’이나 당하지 않으면 구사일생 아닐까?

     류근일 /본사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