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이 붓는 '부종'은 일상생활 속에서 일생에 적어도 한 번 이상 겪는 질환이다.

    많은 사람이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원인질환을 찾게 마련이다. 실제로 신장을 비롯한 심장, 간, 갑상선 기능이상 등이 부종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에 속한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질병 없이도 약물 부작용이나 염분 과다 섭취 등으로 부종이 종종 발생한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경우에는 자칫 원인을 모른 채 병원을 전전하다 병을 더 키우는 경우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이상호 교수팀이 지난해 1~9월 사이 온몸이나 얼굴, 팔, 다리 등이 붓는 부종으로 병원을 찾은 163명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부종의 원인과 실태, 치료법 등을 알아본다.

    ◇부종환자 절반이 만성콩팥병, 고혈압, 당뇨와 동거 중 =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환자의 평균 연령은 약 58세였고, 여성 환자가 약 68%에 달했다. 부종환자들은 약 반수(48%)가 고혈압이 있었고, 약 4명 중 1명꼴로 만성콩팥병(24.5%)과 당뇨(24.5%)를 동반했다.

    부종 환자 중 절반은 온몸이 붓는 증상을 호소했으며, 소변 검사에서는 40% 이상의 환자에서 적혈구가 배출되는 혈뇨와 단백질이 과다하게 나오는 단백뇨를 보였다.

    부종의 가장 큰 원인은 만성콩팥병으로, 전체의 약 40% 이상을 차지했다. 만성콩팥병 중에는 당뇨, 고혈압 합병증으로 신장의 기능이 떨어진 게 부종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사구체신장염에 의한 부종 환자도 전체의 13%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약 35%는 약물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약제유발성' 부종에 속했다. 이 경우는 65세 전후 고령의 여성에서 많이 나타났다.

    약제유발성 부종의 경우 환자의 약 70%가 고혈압을 앓고 있었으며 40%는 만성콩팥병 병력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과 고혈압, 당뇨, 만성콩팥병 등의 위험 요인을 갖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약물 부작용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별한 원인 없이 우리 몸 일부에 수분이 축적돼 나타나는 특발성부종도 20%에 달했는데, 비교적 젊은 여성에서 흔했다.

    이외에 갑상선 질환, 심부전 및 간경화 등도 부종의 기타 원인 질환으로 약 8%에 해당됐다.

    특이점은 특발성부종이 주로 얼굴이 붓는데 비해 만성콩팥병과 약제유발성 부종은 주로 전신 증상을 나타냈다.

    ◇부종 가볍게 여기다 심부전·뇌졸중으로 악화 = 우리 몸에서 수분은 몸무게의 약 60%를 차지하는데 이중 40%는 세포 안에, 20%는 소금물의 형태로 세포 외에 존재한다.

    그러나 세포 외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염분과 수분이 과다해지면 세포와 세포 사이인 '간질'에 소금물이 많아지는 부종이 발생하게 된다. 정상인에서는 과다한 염분과 수분을 섭취해도 소변을 통해 충분히 배설이 되기 때문에 부종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장의 기능이 감소하거나 심부전, 간경화, 갑상선 기능 이상 등의 질병이 있을 때에는 신장을 통한 염분과 수분의 배설이 줄어 염분과 수분으로 구성된 체액이 증가하고 결국 부종이 발생한다.

    문제는 특별한 질병이 없더라도 일부 약제들이 신장에서 염분과 수분의 배설을 감소시켜 부종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진통소염제나 칼슘차단제 계열의 항고혈압약제, 치아졸리네디온(thiazolinedione) 계열의 당뇨병약이 대표적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부종을 일으킨 원인약물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가 약 40%로 가장 많았으며, 항고혈압약제의 일종인 칼슘길항제가 35%로 그 뒤를 이었다.

    신장내과 이상호 교수는 "고혈압과 관절염약 등을 복용 중인 환자가 전신부종이 나타날 때는 복용 약제에 의한 부작용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부종은 단지 외관상 보기 좋지 않다거나 몸이 무거운 증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종이 발생할 정도로 우리 몸에 염분과 수분이 증가하면 필연적으로 혈액량이 증가하고, 결국 혈압 상승으로 이어져 심장과 신장에 부담을 증가시킨다.

    특히 약제유발성 부종환자들은 대부분 60세 이상의 고령에 고혈압, 만성콩팥병, 당뇨병 등을 주로 동반하고 있어 부종이 지속된다면 혈압이 상승하고 심부전과 뇌졸중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이 교수는 "고령의 노인에게 부종이 발생해 생활이 불편할 정도가 됐다면 가까운 병의원을 찾아 부종의 원인을 찾는 게 급선무"라며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초기 부종을 노화의 현상으로 가볍게 넘기기보다는 건강의 이상신호로 판단하고 자녀들이 초기에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