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를 바꾼 간첩-6.25 때의 영국 4인방 
     
     趙甲濟   
     
     대학생 시절 좌경이념에 노출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잘 보여준 것은 1930년대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에 다니면서 공산주의자가 되었다가 소련 첩보기관에 의하여 스파이로 포섭된 4명의 엘리트들이었다. 필비, 매클레인, 버지스, 블런트는 영국정보기관과 외무부에 들어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요직에 근무하면서 소련을 조국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고급정보를 제공하였다. 이념적 소신에 따른 행동이었다.
     
      이들의 간첩질은 한국전쟁의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1950년, 그 운명의 해에 간첩 필비는 영국 해외정보기관(MI 6)의 對美 연락관으로서 미국 CIA와 FBI 최고위층과 자유롭게 접촉, 고급정보를 공유하였다. 같은 시기 필비의 동료인 간첩 버지스는 미국주재 영국대사관의 2등 서기관으로서 고급 문서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같은 시기 이들의 동료인 간첩 매클레인은 영국 외무부의 미국 데스크였다.
     
      당시 영국과 미국은 고급정보를 공유하고 있었으므로 이들은 한국전에 대한 미국의 전략정보를 자연스럽게 얻어 소련에 제공하였다. 매클레인은 美 국무부의 고위직에 있으면서 소련에 정보를 제공하던 엘저 히스와 친하였다. 매클레인은 6.25 이전에 히스로부터 입수한 주한미군을 비롯한 해외미군에 대한 정보를 소련측에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애틀리 수상은 트루먼 대통령을 만나 그로부터 맥아더 사령관에게 원자폭탄 사용권한을 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는데 이 정보도 매클레인에 의하여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네 명의 간첩중 블런트만 제외하고 3명은 정체가 탄로 나자 소련으로 도망가서 여생을 마쳤다. 소련은 고르바초프 시절 필비를 기리는 우표까지 발행하였다. 
        
      좌파정권 10년간 한국에선 필비와 같은 자발적 간첩이 없었을까?
    북한의 核 및 미사일 개발 관련 자금을 관리하는 은행에 비자금을 송금하고, 核실험을 해도 달러를 계속 보내주고, 미리 미리 “당신들이 핵실험을 해도 우리는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미국이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은행에 제재를 가하는 것에 대하여 집요하게 미국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고,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미연합사 해체 계획을 확정해버리고, 대통령이 나서서 북한간첩을 早期(조기)에 석방, 북한 방문까지 허용하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를 조사하지 않는다면 이건 나라도 아니다.
     
      누가 북한의 핵개발을 도왔는가를 조사하려면 국가의 정보 수사 능력이 총동원되어야 한다.
    한국은 북한 核개발을 막을 수 있었다. 主敵(주적)의 핵무장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으려는 국가지도부의 의지가 이스라엘처럼 강하고 韓美동맹에 충직하였더라면 북한의 핵무장을 막을 수 있었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용기가 부족하여 핵무장을 허용하였다.
     
      북한의 핵무장 성공은 한국의 국가적 실패이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국가적 반성이 있어야 한다. 청문회, 감사, 조사, 수사는 다시는 이런 실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일이다. 李明博(이명박) 정부는 ‘누가 北核(북핵) 개발을 도왔는가’라는 보고서를 국민들에게 내어놓을 의무가 있다.
     
      한 사람의 용기 있는 실무자가 역사의 흐름을 바꾼다. 2003년 가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북한노동당 비밀당원 송두율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국정원 수뇌부와 청와대가 수사에 미온적이었지만 계급정년을 앞둔 수사과장이 “자료가 완벽하다. 법대로 하겠다”면서 밀어붙여, 결국 宋씨의 정체를 밝혀내고 구속기소하도록 하였다. 수사과장 孫씨는 불이익을 각오하였으나 언론이 국정원을 칭찬하는 분위기에서 오히려 승진하였다.
     
      林東源의 국정원은 김정일의 해외비자금 계좌로 2억 달러를 송금해주는 얼빠진 짓을 했으나 孫 과장의 奮鬪(분투)가 국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어느 정도 유지시켰다. 一流(일류)국가의 절대적 조건은 반역자와 惡黨(악당)에 대한 응징력과 법치력이다. 조국의 법치주의와 응징력을 무력화시킨 다음 主敵을 도와 핵무장을 하게 한 자를 가려내 처벌할 수 없는 나라는 망하는 게 正義(정의)일지 모른다.
    한국판 로젠버그는 누구인가? 국가가 대답해야 할 차례이다. 

    조갑제 (조갑제닷컴대표 /뉴데일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