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일 밤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서울시장 후보 초청 TV토론회가 열렸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범야권 박원순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 10일 밤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서울시장 후보 초청 TV토론회가 열렸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범야권 박원순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저는 이렇게 공약을 세웠습니다. 박 후보께서도 대안을 내놓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10일 오후 SBS 서울시장 재보선 후보 토론회에 나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답답한 듯 재차 물었다. 하지만 번번이 박 후보는 속 시원한 대답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네거티브 공격을 하지 말자”는 말만 반복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토론은 나 후보가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박 후보는 방어하는 맥락 하나로 이어졌다. 결론은 없었고, 소모적인 이야기만 오고 갔다.

    나 후보는 박 후보의 병역기피 의혹, 공약의 비현실성 등을 물고 늘어졌지만, 박 후보는 이명박 시장과 오세훈 시장이 있었던 서울의 잃어버린 10년을 비판하기 바빴다. 자신이 서울시장이 되면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만 했다.

    편파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나경원 후보의 압승이었다. 항간에서 제기됐던 ‘나경원은 토론에는 약하다’는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자리였다. 나경원 후보가 강함을 알 수 있는 토론은 아니었지만, 박 후보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은 여실히 알 수 있는 자리였다.

    실제로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박 후보는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못했다. 시청자들은 답답했다. “정말 박 후보가 병역을 기피했는가”가 궁금했는데, “나는 당시 어려서 모른다. (나의)부모님은 그러실 분이 아니다”라고만 변명했다.

    SH공사의 부채를 혁신적으로 줄이겠다는 공약 뒤에 임대 주택 8만호를 짓겠다는 말의 현실성도 증명하지 못했다. 다만 이명박-오세훈 시장 재임시절 쏟아 부었다고 하는 전시성 예산만 돌리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나 후보는 공약을 통해 현행 6만호 공급 계획을 5만호로 줄이겠다고 내세웠다.

    각 후보가 주제를 하나씩 내세워 하는 토론에서 이런 양상은 더욱 극명해졌다. 나 후보는 박 후보의 부실한 공약을 겨냥해 ‘강남북 균형발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내세웠다.

    이 주제에서 나 후보는 주택 재건축 연한 축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해 “그야말로 전·월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폭탄적 발언”이라며 “동시다발적으로 허용 연한이 축소되면 그 지역에 어마어마한 멸실 주택이 생겨난다”고 했다.

    하지만 박 후보의 주장에 나 후보는 “재건축 연한 축소는 녹물이 나오는 집에 살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노원, 도봉 등 주민들의 생활권에 관련되 문제”라고 받아쳤다.

    한참 민감한 사안에 대해 서로 공방을 주고 받은 뒤 박 후보가 낸 주제는 ‘서울시민은 어떤 시장을 원하나?’였다. 당연히 토론이 아닌 박 후보의 하소연만 이어졌다. “오세훈 시장의 전시성 행정 때문에 서민들이 많이 힘들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토론을 지켜본 네티즌들도 박 후보의 피해의식에 한마디 했다. 아이디 cykim000은 “토론내내 지난 정치가 잘못됐다는 말로만 되풀이하며 정작 개선안은 내놓지 않는 모후보의 답답한 답변에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