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이 그리워도
     
    오늘이 추석입니다. 황금 같은 연휴를 맞아 가히 민족의 대 이동이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떠난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 대개는 차를 타고 고향 길을 찾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인지라 쓸쓸하게 한가위를 맞이합니다.

    대동강‧연광정이 그립습니다. 모란봉‧을밀대에 올랐던 것이 아마도 70년 가까운 옛날의 일이었을 겁니다. 나의 사촌누이가 살던 능라도를 굽어보던 10대의 소년이,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며 84세의 노인이 되었으니 세월이 물과 같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옛날에 이런 노래가 있었습니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저 하늘 저 산 아래 아득한 천리
    언제나 외로워라 타향에서 우는 몸
    꿈에 본 내 고향이 마냥 그리워”

    “고향을 떠나온 지 몇몇 해던가
    타관 땅 돌고 돌아 헤매는 이 몸
    내 부모 내 형제를 그 언제나 만나리
    꿈에 본 내 고향을 차마 못 잊어”

    38선을 넘어 온 나의 친구들이 다 80을 넘었습니다. 모두 모인 자리에서 내가 부르짖습니다. “통일이 되고 우리가 다시 고향 땅을 밟아보기 전에는, 친구여, ‘절대’ 죽어서는 안 돼.” 그렇게 다짐하는 우리가 과연 그 날을 맞을 수 있을까, 심수일과 이순애처럼, “대동강변 부벽루를 산보하는” 그런 감격을 누릴 수 있을까, 의심스럽습니다. 김일성‧김정일의 포악한 정치 때문에, 버리고 온 우리들의 고향!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를 이번 추석에도 한탄하여 마지않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