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동안 454㎜, 6명 사망 이재민만 2239명김 지사,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는게 먼저”
  • 수해를 ‘수마(水魔)’라고 한다. 악마처럼 큰 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경기도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악마에 속절없이 당했다.

    도농복합지역인 경기도는 도심지역인 서울에 비해 그 피해는 더 심각했다.

    이번 호우기간 동안 경기도 전역에 평균 387mm의 비가 내렸다. 의정부(696mm)가 최고 강우량을 기록했다. 하천을 끼고 있는 지역의 피해가 특히 컸다.

  • ▲ 곤지암천과 경안천이 흐르는 광주시에서는 3일간 총 454mm의 비가 내려 급류와 산사태로 6명이 사망했다. ⓒ 뉴데일리
    ▲ 곤지암천과 경안천이 흐르는 광주시에서는 3일간 총 454mm의 비가 내려 급류와 산사태로 6명이 사망했다. ⓒ 뉴데일리

    ◇ [현장]여기는 광주시 초월읍 수해복구 현장

    곤지암천과 경안천이 흐르는 광주시에서는 집중호우 3일 동안 454㎜의 비가 내려 6명이 사망했고, 887세대 2,23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어느 지역보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해 보였다.

    집중호우가 멎고 폭염이 몰아친 경기 광주시 초월읍 대쌍령리. 용인시에서 발원한 경안천이 팔당상수원으로 유입하는 길목에 자리한 지역이다. 이곳은 3일간의 물 폭탄에 만신창이가 됐다.

    하천을 굽이치는 흙탕물이 그간의 상흔을 말해준다.

    도로 곳곳이 파손했고, 하천 주위의 수목은 뿌리째 뽑혀 시체처럼 나뒹군다. 침수된 주택에서 쏟아져 나온 집기들이 쓰레기 더미가 돼 쌓여 있다. 도로에서는 소독차가 연기를 내뿜고, 긴급공사차량이 바삐 오간다.

    집이 물에 잠겼던 마을주민들은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토사로 엉망인 집안을 청소하고 집기들을 꺼내 말린다. 한 빌라에서는 지하실에 찬 물을 펌프로 빼내고 있다.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한 주민은 “매년 장마 때마다 하천이 범람했는데 이렇게까지 넘친 건 처음”이라며 “팔당댐을 늦게 방류해 이 일대

  • ▲ 초월읍 대쌍령리에 있는 한 빌라 지하실에 물이 차 펌프로 빼내고 있다. 27일 낮 경안천 범람으로 이 빌라는 3m 가까이 물에 잠겼었다. ⓒ 뉴데일리
    ▲ 초월읍 대쌍령리에 있는 한 빌라 지하실에 물이 차 펌프로 빼내고 있다. 27일 낮 경안천 범람으로 이 빌라는 3m 가까이 물에 잠겼었다. ⓒ 뉴데일리

    피해가 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도 ”서울시민을 위해 팔당댐 수문을 늦게 연 거 아니냐. 빨리 열었으면 이 정도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며 “식수도 전기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초월읍 일대는 27일 경안천 범람으로 242세대 71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대쌍령리에서만 86세대 239명이 주택침수 피해를 겪었다 이들은 당시 마을회관이나 인근 초등학교, 교회 등지로 대피했다.

    김세희(남·63) 씨는 “어른 키 높이로 물이 넘쳤다. 집기며 옷이며 이불이며 다 못쓰게 됐다”고 망연자실해했다. 그러면서 “정부 보상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 대쌍령리 주민들이 물에 젖은 집기들을 세척하는 모습. 폐허가 따로 없다. ⓒ 뉴데일리
    ▲ 대쌍령리 주민들이 물에 젖은 집기들을 세척하는 모습. 폐허가 따로 없다. ⓒ 뉴데일리

    ◇ “이제는 복구,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는게 먼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청 공무원을 이끌고 복구 현장을 내달렸다.

    경기도는 31일 현재 도로 569곳, 하천 221곳, 산사태 지역 133곳을 복구했고, 주택침수 6,358건 중 4,873건을 복구했다. 공장 627곳도 모두 복구했다.

    31일에만 도 공무원 160명 등 공무원 3,848명, 시·군 자원봉사자 4,583명, 군인 1만3,420명 등 총 2만8.535명이 복구지원에 나섰다.

  • ▲ 경기도 광주 수해복구에 나선 여자공무원들이 식기를 세척하고 있다. ⓒ 뉴데일리
    ▲ 경기도 광주 수해복구에 나선 여자공무원들이 식기를 세척하고 있다. ⓒ 뉴데일리

    이날 초월읍 한 식당에서 주홍색 자원봉사자 조끼를 입은 여러 사람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경기도청 공무원 19명이다.

    150㎡(45평) 면적의 이 식당도 27일 침수됐다. 반지하 구조라 피해가 더 컸다. 물이 빠져나간 자리는 뻘밭과 다름없었다. 도저히 손댈 수 없는 지경이어서 식당 주인이 읍사무소에 자원봉사자를 요청했고, 이날 도청 공무원들이 오전 8시부터 이 식당을 복구하는 데 투입됐다.

    이들은 식당 집기를 다 꺼내고, 바닥에 가득 찬 진흙을 삽으로 퍼냈다. 식기는 여성공무원 5명이 맡아 세척했다. 복구 작업은 오후 5시까지 계속됐다. 오전에는 식당주인 아들이 함께 작업하다가 유리에 팔을 다쳐 17바늘이나 꿰매는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대변인실 조병래 사무관은 “날씨가 너무 더워 힘들지만, 피해주민의 상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며 “피해주민이 조속한 시일 내에 재기하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웃인 김진한(66) 씨는 다시는 이러한 범람 피해가 없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힘써줄 것을 청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 지역이 원래 강우량이 많으면 하천이 범람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큰 피해는 60년 만에 처음”이라며 “제방사업을 더 견고히 추진해달라”고 했다.

  • ▲ 29일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대쌍령리 한 식당에서 수해복구 자원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안천 상류에 있는 이 식당은 27일 내린 폭우로 하천이 범람해 3m 가까이 물에 잠겼다. 물이 빠져 나간 자리는 진흙 밭이 됐다 . ⓒ 뉴데일리
    ▲ 29일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대쌍령리 한 식당에서 수해복구 자원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안천 상류에 있는 이 식당은 27일 내린 폭우로 하천이 범람해 3m 가까이 물에 잠겼다. 물이 빠져 나간 자리는 진흙 밭이 됐다 . ⓒ 뉴데일리

    이날 도 공무원 80명은 대쌍령리 외에도 서하리, 도평2리, 지월리 등 초월읍내 4곳에 20명씩 투입돼 복구활동을 벌였다. 특히, 농촌지역인 서하리의 경우 마을 전역이 침수피해를 겪어 주택 복구작업에 일손이 많이 필요했다.

    김 지사는 “재난대책은 사람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생명 다음으로 건강·위생, 의식주 생활이 중요하다”며 “침수피해 지역을 깨끗히 소독하고 보건소, 도립병원, 의사협회 등이 전면 봉사체제로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