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방영주 교수 "젤록스, 위암환자 생존율 높여"美 암학회서 '베스트논문상'…국내 항암요법으론 처음
  • 국내 연구진이 새롭게 개발한 보조항암요법이 위암 수술 후 재발률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입증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조항암요법은 암이 재발하기 전에 그 위험을 줄이려는 치료를 말한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는 위암 수술 후 실시하는 보조항암화학요법이 암의 재발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킨다는 내용의 다국가 임상 3상시험 중간 연구결과(연구명:클래식·CLASSIC)'를 7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를 통해 공식 발표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방 교수가 다국적제약기업인 로슈와 사노피-아벤티스 본사 연구개발(R&D) 부서에 직접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한국을 비롯해 대만과 중국이 참여했다. 로슈 등은 방 교수가 개발한 항암요법의 임상시험을 위해 약 1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 교수는 "대장암과 유방암에서 효과가 이미 인정된 보조화학요법이 위암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 다국적제약사를 설득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면서 "국내에서 개발한 항암요법에 다국적제약사가 임상시험을 지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중간 임상결과는 ASCO에서 발표된 수많은 연구 결과 중에서도 임상시험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베스트 논문(Best of ASCO)'에 선정됨으로써 국내 임상연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래식 임상시험 결과의 핵심은 그동안 그 효용성을 두고 논란이 많았던 보조화학요법이 위암 환자의 재발률을 낮추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방 교수가 개발한 보조화학요법은 위암 2~3기 상태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로슈의 먹는 항암제 젤로다(성분명:카페시타빈)와 사노피-아벤티스의 엘록사틴(성분명:옥살리플라틴)을 함께 투여함으로써 암의 재발률을 낮추는 방식이다. 방 교수는 두 약물의 병용처방을 '젤록스'라고 명명했다.

    젤로다와 엘록사틴은 각각 수술할 수 없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환자의 항암치료에 사용돼 온 약물이다. 방 교수가 이 두 약물을 병용 투여하는 젤록스 요법을 고안해 말기 위암환자가 아닌 2~3기 위암환자의 재발 억제에 처음 사용한 셈이다.

    임상시험은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21개 병원과 대만·중국의 16개 병원 등 모두 37개 병원에서 위암수술을 받은 후 보조 항암화학요법을 받지 않은 1천35명을 대상으로 젤록스 투여 그룹 520명과 젤록스 비투여 그룹 515명의 3년(평균 34.4개월) 무병 생존율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젤록스 투여시점은 위암 수술 후 상처가 아물고 음식을 먹게 되는 시점이었으며, 약물 투여기간은 6개월 정도였다.

    이 결과 젤록스의 3년 무병생존율은 74%로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은 환자군의 60%에 비해 14% 포인트가량 더 높은 생존율을 나타냈다.

    방영주 교수는 "위암 수술 후 보조항암요법의 효과는 최근까지도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입증되지 않아 그 사용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면서 "1천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임상시험이 위암의 새로운 치료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용면에서도 이 항암요법을 암환자에게 적극 권장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재발률을 낮추는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재발 후 치료'를 고려한다면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게 방 교수의 주장이다.

    위암의 병기별로 봤을 때는 2-3기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것으로 방 교수는 판단했다. 1기의 경우 이미 완치율이 90%를 넘기 때문에 이 항암요법을 굳이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세브란스병원 외과 노성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외과전문의와 종양내과전문의 간 협력으로 이뤄진 다학제적 치료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위암 치료 분야의 연구 활동을 더욱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