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인 군사 응급 의료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
  • 지난 주 금요일,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병이 뇌수막염에 걸려 사망한 사고가 일어났다. 군 의료체계에 허점이 많다는 비난이 뒤따랐다.


    논산 훈련소 30연대 소속 노모(23) 훈련병이 사망한 것은 지난 24일이었다. 노 훈련병은 지난달 22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210분까지 20㎞ 완전군장 행군을 마치고 복귀한 후 37.9도의 고열 증상을 보였다.


    그날 오전 340, 노 훈련병은 연대 의무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군의관은 퇴근한 상태였고 현장의 의무병은 해열제인 타이레놀 두 알을 처방했다. 약 복용 후 내무실로 돌아와 다시 잠들었으나, 상태가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훈련소 측은 다음 날(23) 12 20분에서야 육군훈련소 지구병원으로 후송했고, 지구대병원 측은 외부 진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 오후 3 30분께 건양대학교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노훈련병은 다음날인 24일 오전 7시 사망했다. 사인은 패혈증에 따른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으로 추정되었지만, 시신 부검결과 결국 뇌수막염으로 밝혀졌다.


    사실 뇌수막염의 증상은 열, 두통, 오한으로 독감과 증상이 매우 유사하다. 정확히 표현하면 독감보다 증상이 좀더 세게 오는데, 단순 증상만 가지고 뇌수막염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때문에 초기에 뇌수막염이 독감으로 진찰될 가능성

    은 충분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의무대에서 할 수 있는 처치는 해열진통제를 처방하고 환자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가 관찰하는 것이다. 따라서 타이레놀 처방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만약 동일한 상황이 낙도나 산간 오지마을에서 발생했다 해도 비슷한 조치가 먼저 이루어졌을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만한 문제점은 두 가지다.


    첫째, 노훈련병이 행군을 마치고 복귀한 후 고열증세를 보였다고 하는데 행군 중에는 별다른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았는지의 여부다. 이상증세를 보였다면 그 증상은 어느 정도였는지, 다소 심각한 증상을 보였다면, 간부들과 의무대가 인지했는가의 여부다.


    인터넷에서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훈련병에게 무리하게 행군을 시켰다는 논조의 글이 보이는데, 군대에서 아픈 병사는 반드시 행군에서 열외시키며, 행군 대열에 의무대 인원이 동행하여 행군 중 문제가 있는 병사는 훈련에서 제외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사망한 훈련병이 행군 당시 특별한 문제점을 보였는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사에 따르면 함께 훈련한 훈련병들은 노훈련병이 행군 중에 자꾸 뒤쳐져서 뒤에서 밀고 가기도 했다는 부분이 보인다. 물론 이런 상황만 가지고 질병 여부와 강도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행군 중에 문제점이 발견되었다면 그때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두 번째로 노 훈련병이 다음 날 아침에도 상태가 안 좋았다고 하는데, 왜 즉시 후송하지 않고 12시 넘어서야 후송이 이루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노 훈련병이 신체검사 1급의 건장한 청년이었기 때문에 뇌수막염 같은 중대한 병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모두가 심한 몸살이나 독감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열제 복용하고 수면을 취했는데도 상태가 더 나빠진다면 신속히 후송했어야 했다그런데 왜 머뭇거렸는지 의문스럽다.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전방 군부대라면 몰라도 근처에 도시가 있는 후방부대에서 이렇게 늑장을 부린 것은 이해가 안 된다. 23일 오전 일찍 후송조치가 되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 입장에선, 약 복용 후 환자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체크하고 상황이 악화되면 신속하게 후송하는 체계가 매끄럽지 못하게 운영된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국방부는 싸워 이기는 군대, 강군육성을 모토로 내세우면서 마치 일제시대 황군처럼 정신력만 고집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우수한 무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장병들이 아프지 않고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할 때 비로소 최강의 전투력이 나온다는 것을 국방부는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서는, 장병들의 건강관리와 환자-부상자 발생시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관련 체계를 점검하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 잡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사안은 우수한 신무기 도입보다 더 절실한 일이다.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지만, 지난 13일 군이 열악한 사단급 이하 제대의 의무시설 개선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여 운영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