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풍선 주도 시민단체 대표에 참 '못난' 협박당신도 당신을 사랑하는 어머니가 계시지 않나?
  • "쌀쌀한데 몸이나 녹이러 갑시다."

    광장은 춥다. 시청앞 광장도, 이곳 서울역 광장도 그랬다.
    3월 말이지만 옷 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맵다.

  • ▲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자료사진
    ▲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자료사진

    시청앞 광장에서 오후 6시부터 열린 천안함 1주기 범시민 추모위원회의 추모문화제를 둘러보고 탈북인단체들이 주관하는 천안함 추모제를 찾은 길이었다.
    무대에선 김영순씨의 살풀이춤이 공연되고 있었다.
    '가만, 저 분이 최승희의 제자였다는데...'
    기억을 더듬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어깨를 치며 말을 건네왔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였다. 그 옆에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추선희 사무총장과 몇몇 어버이연합 임원들이 웃고 있었다.
    추 사무총장은 상중이다. 지난 10일 어머니가 둔기에 피살됐다. 24일 용의자를 검거했지만 아직 명확한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다.
    추모제가 마무리될 무렵, 이들과 서울역 부근의 생태탕 집에 마주앉았다.
    몸처럼 마음도 사르르 녹았다.
    누구 하나 제대로 도와주는 이 없지만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며 납북자가족모임은 '참 열심히' 한다.
    8월의 폭염 속에서도, 동지섣달의 매운 한파 속에서도 이들은 늘 아스팔트 위에 서있다. 60대는 '막내 중 막내'일 정도로 고령인 이들은 살아온 세월만큼의 책임감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고 외친다. 언젠가는 사무실에 들렀다가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하는 회원들을 보고 마음 아팠던 기억도 있다.
    적어도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자신들이 피땀 흘려 지키고 쌓아온 자랑스러운 나라이다. 그 탓에 이들이 집회에 앞서 부르는 애국가는, 다른 어느 행사의 애국가보다 가슴을 저며 온다.

    이들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소주에 싸구려 안주라도 감칠 맛이 있다.
    여의도 계신 분들이나 다른 힘 있는 분들의 비싼 술이며 안주보다 훨씬 맛있게 취한다.
    부인에게 늦은 귀가 걱정을 들은 최성용 대표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나 금요일에 이상한 전화 받았어."
    최 대표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라고 했다. 마침 부인도 함께 있었단다.
    "젊은 목소리인데 처음엔 좋게 말을 하더라고."
    전화를 건 사람은 최 대표가 북한 주민의 탈북과 한국 정착을 도운 일들을 얘기하며 칭찬을 하더란다. 그러다가 갑자기 대북전단 날리기를 꺼내더니 목소리가 살벌해졌단다.
    "북한 주장과 똑같더라고.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 명백한 도발이고 내정간섭이다 운운 하며 나중에는 상욕을 하더군."
    최 대표는 어버이연합 등과 함께 대북전단 날리기에도 열성이다. 지난 3월 중순에도 대북전단을 날리려다 추 사무총장의 모친이 변을 당해 연기한 상태이다.  
    "그냥 전화 끊지 그랬어요?"
    무심코 한마디 던졌는데 무서운 말이 돌아왔다.
    "그만 하자고 하고 끊으려는데 이 친구가 이러는 거야. '너도 추선희 엄마처럼 되고 싶냐'라고."
    순간 자리가 얼어붙었다. 반사적으로 추 사무총장을 바라보니 먹먹한 얼굴로 쫄아드는 생태 냄비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참 답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최 대표에게 전화를 건 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흔히 말하는 친북종북좌파일 수도 있고 아니면 북한의 심부름을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관계없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은 참 못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의견은 다를 수 있고 달라야 한다.
    다른 의견들은 서로 부딪치고 밀고 밀리며 닮아가고 모난 부분을 깎아낸다.
    그리고 최대한의 합의와 공감을 이뤄 공존의 사회를 꾸려나간다.
    왜 하필 '너도 추선희 엄마처럼 되고 싶냐'라고 했을까?
    영결식장에서 사진으로 뵀지만 늘 외아들 걱정하던 '보통 어머니'였다.
    험한 일 많이 하는 아들 걱정에 잠 못 이루고, 하지만 아들의 신념을 꺾지 않으려고 뒷전에서 발만 동동 구르던 노인이었다.
    진실을 알리는 북의 전단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
    '너도 추선희 엄마처럼 되고 싶냐'라고?
    당신도 당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어머니가 계시거나 계셨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