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만 논쟁'이 비껴간 核心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만개(滿開)시킬 헌법질서의 초석을 남한 지역에나마 놓았다는 그 점이 바로 핵심이다. 
    류근일   
     
     트위터 상에서 김문수 경기도 지사와 일부 네티즌 사이에 '이승만 논쟁'이 붙었다고 한다. 일부 트위터리안들의 ‘이승만 비난’은 한 마디로 그가 친일파 또는 친일파를 등용한 대통령이었다는 것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을 친일파 자체라고 한 것, 그가 건국 과도기에 일제 때 기술관료들을 도구적으로 ‘사용’한 것을 가지고 그의 공(功)을 온통 과(過)로 덮어버리는 것도 찬성할 수 없지만, 그들의 논의는 우선 핵심을 벗어나 있다.
     
      핵심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헌법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그 네티즌들의 말대로 일제 식민지 권력에 복무한 토착 관료들을 기용했든 말든, 그리고 말년에 장기집권에 집착한 나머지 정치적 과오를 범했든 말든, 그가 온갖 훼방에도 불구하고 훗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만개(滿開)시킬 헌법질서의 초석을 남한 지역에나마 놓았다는 바로 그 점-이게 핵심이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그 때 이승만 대통령이 그러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 뻔 했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만드는, 그의 부정할 수 없는 공로라 할 것이다.
     
      자유민주 질서에는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인간들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흠 있는 사람들, 심지어는 도둑놈, 강도, 사기꾼, 친일파도 묻어들어 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부류가 섞여든다 해서 대한민국의 헌법 자체가 없어진 건 아니다(한 때 8년 동안 유신헌법이 있었지만). 대한민국 헌법정신은 그 아래 어떤 흠 있는 사람들이 묻어들었느냐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개관적으로, 초월적으로, 하늘처럼 언제나 거기 그렇게 있었다.
     
      그 하늘이 있었기에, 그 언덕이 있었기에, 우리는 초창기에 있었던 비(非)헌법적인, 반(反)헌법적인 현상들을 “헌법의 이름으로...” 물러가라, 청산하라, 몰아내자 외치며 오늘의 자유, 민주, 인권, 시장, 개방, 다원(多元), 산업화, 정보화, 세계화, 복지...를 논의하고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헌법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그런 노력은 엄청 더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의 김정일 마피아 체제하에 사는 북한 주민들이 그렇듯.
     
      이것이야말로 이승만 대통령이 앞장서 이룩한, 당시 한반도 남쪽 비(非)좌파 엘리트들이 이룩한 천만다행의 공로로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공팔과이(功八過二) 또는 그것도 못 마땅하다면 공칠과삼(功七過三)으로라도 말이다. 왜 그렇게 인색한가? 일부는 김구 선생 등이 건국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논거(論據)로 이승만 대통령의 공(功)의 부분마저 부정하려 한다. 그러나 역사를 가정(假定)에 기초해서 논(論)한다는 것은 부질없다.
     
      이승만 대통령의 과오, 특히 말년의 과오에 저항했던 사람들도 그가 주도해서 만든 대한민국 헌법에 저항했던 적은 없다. 오히려 그 헌법을 내걸고서 “헌법이 부정선거 하라고 했냐?”는 식으로 항의했을 뿐이다. 일제 때 기술관료들을 과도기적 필요악(必要惡)으로서 ‘사용’했던 것도 그가 주도해서 만든 헌법이 명(命)한 것이 아니다. 헌법정신과 현실정치 사이에 시차(時差)가 있었던 것뿐이다. 그 시차는 이제 없어졌다. 그가 주도해서 만든 헌법의 위력 덕택으로.
     
      오늘의 세대는 이 모든 사연과 내력과 그 핵심적인 이슈를 냉철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의 과(過)를 지적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면에 그의 공(功)도 주관적인 집념에 빠지지 않으면 객관적으로 허심탄회하게 인정해야 비로소 공정한 역사인식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류근일/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