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평양주재 英대사 "이집트 사태 장마당 화젯거리"
  • 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가 "북한의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제한 없이 정보가 교환되는 장소"라고 말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4일 전했다.

    에버라드 전 대사는 지난 2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주민들이 시장에서 물건값만 흥정하는 게 아니라 공개처형, 홍수 등 여러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전해 듣는다"면서 "지금은 이집트 사태가 장마당의 주요 화젯거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북한 주재 영국 대사로 재직한 에버라드 전 대사는 "당시 평양에는 통일시장 같은 공식적인 시장과 `개구리 장마당(Frog Market)'이라고 불리는 비공식적인 시장이 있었다"며 "중국과 거래하는 상인의 입을 통해 외부세계의 소식이 장마당에서 전해지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시장에는 `대한민국', `WFP(세계식량계획)'이라고 적힌 주머니에 담긴 쌀이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며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이 주민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이날 에버라드 전 대사는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을 단행하고 시장을 폐쇄한 것은 시장이 정권에 위협이 된다는 반증"이라면서 "그러나 몇 달 만에 다시 시장을 허용한 것은 시장 없이는 주민 생활과 식량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념상 국가가 주민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시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재 상황은 북한 당국에게 중대한 타격"이라면서 "북한 정권으로서는 시장의 성장이 탐탁치 않겠지만 시장의 문을 닫을 수도 없어서 앞으로도 계속 시장을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