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논란, 당내 노선갈등으로 비화
  • 민주당 대권주자 사이에서 차기 대선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복지 문제를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의 당론인 ‘무상복지’를 기본 틀로 하면서 원론적 교감만 오갈 뿐, 재원마련책과 이념적 차원에서는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 이는 향후 야권연대를 앞두고 지지층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보인다.

    손학규 대표는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면서 2015년까지 증세 없이 지출구조를 조정하고 비과세 감면을 축소, 이와 함께 과세 투명성을 제고하며 증세 수요를 최소한으로 줄여나가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특히 손 대표는 최근 ‘무상복지 정책’과 관련, “현실에 맞게 얼마든지 조절하고 현실에 맞게 변형할 수 있다”며 방향을 급선회했다.

    아울러 그는 사회의 구조적 변형을 다른 카드로 꺼내들었다. 손 대표는 노동 문제와 관련, 더 이상 비정규직을 허용하지 않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정의를 실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사회는 이제 사회 구조적 변혁을 필요로 한다”며 “구시대, 낡은 시대의 권위적 전제들은 쓸어내고 차별과 특권의 구조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서민들을 겨냥한 정책을 강조했다.

    반면 정동영 최고위원은 더욱 급진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최고위원이 주장하는 복지는 바로 ‘온 국민 복지’이다.

    연초 손 대표를 겨냥해 ‘재원대책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쓴 소리를 내뱉은 그는 ‘부유세 신설’을 승부수로 띄웠다. 이와 관련, 정 최고위원은 오는 20일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등과 공동으로 ‘복지는 세금이다’라는 제목의 복지재원 관련 토론회를 갖기로 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부동산 신고 및 조세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순자산 기준 재산 30억원(또는 50억원)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대권주자인 정세균 최고위원의 복지는 민주당의 당론인 ‘3+1’을 넘어서는 ‘5+1’의 ‘공동체적 복지’이다.

    실물경제에 밝은 정 최고위원은 ‘3’에다 일자리와 주거 복지를 더했다. 그는 “필요조건인 ‘3+1’에 주거복지와 일자리 복지를 추가해야 보편적 복지가 완결된다”며 “재원대책이 부족하다는 당내 일부 지적은 일리가 있지만 전면적 무상복지에 대한 회의론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도진보’를 노선으로 표방한 정 최고위원은 부유세 등 세목신설에는 반대하고 있으나 “부담을 일부 늘리는 것까지는 검토할 수 있다”며 현 세제 틀 안에서의 증세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편, 무상복지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민주당 내 노선갈등으로 비화하는 기류도 흐르고 있다.

    정세균 대표 체제 당시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맡아 ‘탈(脫)이념’을 골자로 한 뉴민주당플랜을 주도했던 김효석 의원은 최근 홈페이지 글을 통해 “민주당이 추구하는 복지모델이 무엇인지 스탠스가 분명치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심각한 복지병에 시달려온 선진국의 아픈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며 “보편적 복지는 평평하면서도 수준을 너무 높게 하면 안된다. 성장친화적, 근로친화적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이 좌 클릭할 경우 잃는 쪽이 더 클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진보세력과의 연대·통합 과정에서 당 정체성 논쟁이 가열될 것임을 시사했다.